● WORLD

‘트럼프 투입’ LA 주방위군 2천명-시민 충돌…해병대까지 보내나

시사한매니져 2025. 6. 9. 12:04

역대 최대 이민자 추방작전 항의 시위에
트럼프, 주지사 승인 없이 주방위군 투입
“자국민에 군대 투입하는 트럼프 광기”

 
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열린 연방정부의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로스앤젤레스 메트로 경찰이 시위대와 충돌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위대 진압을 이유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 동의 없이 로스앤젤레스에 주방위군을 배치하면서 연방 정부와 주정부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배치된 주방위군은 이날 로스앤젤레스 곳곳에서 시위대와 충돌했다.

 

시위를 ‘반란’ 규정한 트럼프

 

8일 블룸버그 통신 등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연방 청사 주변에 배치된 주방위군 및 국토안보부 소속 연방 요원들과 시위대 간 충돌이 도심 곳곳에서 벌어졌다. 시위대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나가라”고 외치며 단속 작전을 규탄했다. 일부 시위대가 연방 요원을 향해 물건을 던지자 경찰은 불법 집회를 선언하고 최루탄과 섬광탄을 사용하기도 했다.

 

단속국은 최근 이민자 단속을 강화해 하루 평균 2000명 이상을 체포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역대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의 일환이다. 단속국은 지난 6일부터 로스앤젤레스 전역에서 대규모 이민자 체포 작전을 벌였고 엘에이에서만 이번 주 118명이 체포됐다고 한다. 그 여파로 도심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3일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를 ‘반란’으로 규정하고 주방위군 2000여명을 투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 북부사령부는 이날부터 로스앤젤레스 지역 세 곳에 79사단 소속 300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이들은 연방 시설과 인력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로스앤젤레스 시장 캐런 배스는 "도시는 시민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이번 주방위군 투입은 혼란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에드워드 R. 로이벌 연방청사 인근에서 열린 시위 도중 한 시민이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

 

주지사 반대에도 군 배치…1965년 이후 처음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승인 없이 주방위군 2000명을 소집해 시위 진압에 투입하면서 법적·정치적 논란도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연방법전 제10편 제12406조(10 U.S.C. 12406)’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항은 미국 정부의 권위에 대한 반란이나 그런 위협이 존재할 경우,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연방 소속으로 전환하여 동원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동시에 ‘명령은 주지사를 통해 발령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주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방 차원에서 주방위군이 동원된 건 1965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앨라배마 주의 민권 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주방위군을 투입한 이후 처음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권력 남용이며, 연방정부가 주방위군을 주정부와 협의 없이 내부에 투입하는 것은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선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의 주방위군 배치를 ‘쇼’라고 규정하며 “트럼프가 원하는 혼란을 주지 말고, 평화적으로 행동하자”고 시민들에게 촉구했다. 뉴섬은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 함께 비판 성명도 발표했다.

 

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 구치소 앞에서,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방위군, 경찰,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

 

연방군대 동원까지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나라가 이런 식으로 망가지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해병대도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도 상황이 격화할 경우 샌디에이고 인근에 있는 해병대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자국민에게 군대를 배치하겠다는 발상은 광기”라고 반박했다.

 

1878년에 제정된 포시 코미타투스 법은 ‘헌법이나 의회 법률에 의해 명시적으로 허용된 경우와 상황을 제외하고 국내 법 집행에 군대가 관여하는 것을 금한다’는 한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 법률에 명시적으로 허용된 경우는 1792년 제정된 반란법이 유일하다. 이 법은 반란, 폭동, 또는 극심한 시민 불안 상황 시 대통령이 군대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회가 견제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국내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반란’, ‘폭동’으로 간주해야 가능한 조치라 법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는 “이번 병력 투입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시위 대응을 넘어, 연방 권한과 주 자치권, 그리고 헌법적 권리 보장 문제를 둘러싼 중대한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있다”고 짚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해리스, 트럼프의 주방위군 LA 투입에 “공포와 분열 조장···잔혹한 의도”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4월 3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이머지 아메리카’ 20주년 행사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

 

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LA에 주방위군을 배치한 것에 대해 “우리 도시의 거리에서 목격하고 있는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주방위군 배치는) 혼란을 야기하고 위험을 확대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8일 엑스에 성명을 올리고 “최근 남부 캘리포니아와 전국에서 벌어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에 더해, 이는 공포와 분열을 조장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잔혹하고 계산된 의도의 일부”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방위군 투입이 “공공안전에 관한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라며 “존엄성과 적법 절차를 요구하는 공동체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덧붙였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시위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 필수적인 강력한 도구”라며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일어난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LA에 거주하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칩거하다 지난 4월3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이머지 아메리카 200주년 기념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하며 정치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에 대해 “완전한 혼란” “헌정 위기”라고 비판했다.   < 경향 이영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