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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묵은 김병기 아들 의혹…국정원 "채용 공정했다"

시사한매니져 2025. 6. 12. 00:28

김병기 "사실이면 의원 사퇴…수사 의뢰" 배수진

이명박 정부 때 해직, 아들까지 '연좌제'에 울분
"2014년 아들 합격했지만 신원조사 번복해 탈락"
"격노 안 할 부모 있나? 피해자 엄마가 항의한 것"

기무사 현역 장교였던 아들, 세 차례 연속 낙방해
채용 '청탁'보단 억울한 탈락 '항의'로 해석될 여지
이미 2018년에도 한겨레 보도로 논란됐다 일단락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5.6.5 [김병기 의원실 제공] 연합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병기 의원이 아들의 국가정보원 채용 청탁 의혹을 두고 만약 의혹이 사실이면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채용 과정에 그 어떤 부정·비리도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국정원도 이 문제가 언론을 통해 처음 공론화됐던 지난 2018년에 이미 "김병기 의원 아들 임용에 특혜나 편의 제공은 없었다"고 공식 발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피해자의 아픔>이라는 제목으로 이 문제에 관한 입장을 처음으로 올렸다. 그는 "2014년 기무사 현역 장교였던 제 아들은 국정원 공채에서 서류전형, 필기, 신체검사, 체력검정, 면접을 모두 통과했지만 마지막 단계인 신원조사에서 탈락했다. 그런데 2017년에는 신원조사를 통과해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며 "그렇다면 둘 중 하나는 잘못된 것 아닌가? 둘 중 어떤 것이 잘못된 것인지 밝혀달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못 듣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안사람은 2016년 이헌수 기조실장과 통화하기 전, 신원조사를 담당하는 감찰실에 근무했던 전직 간부를 통해 아들이 2014년도 신원조사에서도 합격했었으나 김병기를 증오한 일단의 세력들이 작당해 신원조사 합격을 번복하고 탈락시킨 사실을 알았다"면서 "물론 이러한 불법이 있었음은 당시 지휘부도 인지하고 있었다. 격노하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라고 항변했다.

 

또 "그런데 가해자의 불법은 온데간데없고 피해자 엄마가 항의한 것은 10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도 잘못이라고 한다. 이번엔 제가 보낸 청원서를 입수했다고 한다. 제가 아들의 장애를 인정했다고 한다"며 "청원서 어디에 그런 내용이 있기에 그렇게 악의적으로 왜곡하나? 장애가 있는데 기무사 장교로 복무하고 국정원의 심층 면접, 신체검사와 체력 검정을 통과할 수 있었겠는가?"라고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이번 의혹을 보도한 MBC 김상훈·김정우 기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국정원에 어떤 것이 맞는지 공개를 요청한다. (아들의) 탈락이 맞다면 저는 모든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겠다. 통과가 맞다면 지금이라도 관계자들을 처벌해 달라"며 "그렇지 않으면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수수방관한 국정원을 더 이상 믿지 않고 범죄에 가담한 자들을 특정해서 수사 의뢰하겠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만찬에 참석한 김병기, 서영교 의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 의원은 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2025.6.7 [대통령실 제공] 연합
 

김 의원은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국정원이 2018년과 2025년 두 차례에 걸쳐서 문제가 없다고 공식 해명했다. 제가 알기로 국정원에서 서너 차례에 걸쳐 내부 감찰과 감사를 진행했고, 감사원 역시 정식 감사를 한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그런데 때만 되면 (의혹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 자료(녹음 파일)는 보나 마나 기조실장의 공식 업무폰이다. 공식 업무폰을 포렌식한 사람이 유출했다는 것밖에 더 되겠느냐. 그동안은 후배들이 다칠까 봐 그렇게 했는데(수사 의뢰하지 않았는데) 몇 년 전에 해결했어야 하지 않았나(후회한다)"라며 "자식 문제에 대해 그렇게 보도한 것에 제가 정말 분노한다. 어떤 신문에서 보도를 해서 그(아들)는 블랙요원(위장 활동 요원)이 되지도 못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아들 채용 청탁 의혹을 보도한 MBC 뉴스 화면 갈무리

 

앞서 MBC는 전날 보도를 통해 김 의원의 배우자 이모 씨가 2016년 7월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에게 전화해 "김병기 안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2년 전 우리 아들이 국정원 필기시험과 체력시험, 면접에 모두 합격했는데 별의별 핑계로 검증조차 하지 않고 신원조회에서 탈락시켜 젊은 사람 인생을 그렇게 해놨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녹음파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 씨의 항의에 이 전 실장은 "2년 전 신원조사 했던 부분에 문제가 있었는지 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경력직으로 추가 인원을 뽑을 건데, ○○(김 의원의 아들 이름)이를 염두에 두는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김 의원의 아들은 2014년 국정원에 지원했다가 신원조사에서 떨어졌다. 이후 2015년, 2016년 신입 공채에서도 각각 면접 전형과 필기 전형에서 탈락한 뒤 응시 네 번째만인 2016년 10월 경력직 공채에서 합격했다.

 

이 씨가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원 간부에게 전화해 아들이 필기시험과 체력시험, 면접에 모두 합격했는데도 신원조회에서 탈락해 젊은 사람 인생이 망가졌다고 통화 처음부터 하소연하는 대목을 보면 채용 '청탁'이라기보다는 억울한 탈락에 대한 '항의'라고 해석될 여지도 상당하다. 국정원이 일종의 '연좌제'를 적용해 김병기 의원의 아들을 부당하게 배제한 게 아니냐고 의심되는 정황이 다분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국정원 인사처장까지 올랐으나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원 개혁 테스크포스에서 일한 경력 등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미운털이 박혀 해직당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 현역 장교였던 자신의 아들이 다른 사유도 아닌 '신원조사' 단계에서 막판에 떨어지고 이후에도 국정원 시험에서 계속 낙방했으니 부부가 울분이 쌓였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서 김 의원의 친정인 국정원 측에 항의한 건 인지상정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아들 채용 청탁 의혹을 처음 보도한 한겨레 2018년 7월 11일 기사. 네이버 화면 갈무리

 

김 의원 아들의 국정원 채용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2018년 7월에도 한겨레 단독 보도를 통해 불거졌다가 일단락 된 바 있다. 그때도 김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제 아들의 채용 탈락은 국정원에서 아버지 때문에 탈락한 '신판 연좌제'라고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된 유명한 사건"이라며 "최종 면접까지 합격하고서야 받는 국정원 신원조회에서 현직 기무사 장교가 탈락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강하게 반박했었다. 이어 "국정원으로선 내가 정보위원회 위원으로서 누적된 병폐를 지속해서 파고드는 것이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결론부터 말하면 한겨레 신문의 보도 내용은 국정원 개혁에 저항하는 적폐 세력이 강고함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또한 김 의원이 아들의 낙방이 부당하다는 의견을 국정원에 전달하는 등 채용과 관련해 압력을 행사해 특혜를 받았다는 취지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즉각 해명했다. 국정원은 2018년 7월 11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국정원은 해당 보도와 관련해 김 의원 아들 임용에 특혜가 없었음을 언론사에 사전에 알렸다"며 "국정원은 공개 채용 방식으로 적법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직원을 선발하고 있다. 김 의원 아들도 홈페이지 등 대외 채용 공고와 공식 선발 절차를 거쳐 임용됐고 그 과정에 특혜나 편의 제공은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아들이 국정원에 채용되는 과정에 어떠한 비위도 없었다는 박선원 의원의 페이스북 글

 

민주당 내에서도 김 의원이 과도하게 언론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기류다. 같은 국정원 간부 출신인 박선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김병기 의원은 아들의 국정원 채용에 대해 어떠한 비위도 없었다는 사실"이라며 "박근혜 정부 당시였던 2014년에 아들 김모 씨는 서류, 필기, 면접까지 최종 합격됐다. 그 이후 신원조사 과정에서 탈락됐다. 아버지가 국정원 간부 출신이고 자신은 기무사 현역 장교인데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검증을 받았고, 2018년 12월 국정원에 대한 사상 최초의 행정감사를 통해 김 의원 측의 부당한 압력이 없었음을 확인한 사안이다. 또 당시 서훈 원장도 별도 TF를 구성해 면밀히 조사했으나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 사안"이라며 "언뜻 보면 김병기 의원과 그 부인이 압력을 행사한 사안처럼 보이지만 김 의원은 10년간 개인적인 억울함을 호소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교롭게도 원내대표를 앞둔 이 시점에 또 이 문제가 불거지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원내대표 선거라는 민감한 시기에 언론 보도가 있었고 또 그것을 반박하는 박선원 의원의 주장이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며 "저는 언론 보도의 관점보다 박선원 의원의 주장 내용과 관점을 더 믿고 싶다. 저는 김병기 의원 논란과 무관하게 국민 누구라도 언론으로 인한 억울한 피해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