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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같은 국정위…검찰 · 방통위 · 해수부 업무보고 퇴짜

시사한매니져 2025. 6. 21. 13:31

"검찰, 대통령 공약이행 절차 형식 못 갖춰"

"방통위, 반성없이 새 정부 공약 이행하겠나"
해수부는 보고자료 사전유출 경위 설명 못해
30~90분 만에 보고 중단시킨 뒤 "재보고하라"

20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정치행정분과 검찰청 업무보고에 대검찰청 관계자들이 참석해 있다. 2025.6.20. 연합
 

이재명 정부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위원장 이한주)가 진행 중인 부처별 업무 보고 사흘째인 20일 검찰, 방송통신위원회, 해양수산부의 업무 보고를 중지시켰다. 검찰은 이재명 대통령 공약의 이행 절차라는 형식을 갖추지 않았으며, 방통위는 앞뒤 맞지 않거나 불성실한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보고자료가 사전에 유출된 경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3년간 공직사회가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조승래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은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검찰 업무보고가 30분 만에 중단 된 직후 브리핑에서 "다시 보고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업무보고가) 정책공약집과 (관련된) 대통령 발언을 근거로 삼아서 공약 이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공약 이행 절차라는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무보고를) 다시 작성해서 제출하고 추후 다시 보고받는 것으로 논의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통제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구두 보고에는 생략됐으나 나중에 제출한 자료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조 대변인은 이에 대해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다 빼고 보고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국정기획위원들은 질의 순서를 앞두고 논의를 거쳐 '재보고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국정위는 오는 24일까지 추가 자료를 제출받은 후 25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2차 업무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 대변인은 "검찰이 지금과 같은 행태를 보인다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좋지 않다"며 "묵묵하게 자기 역할과 임무를 다하는, 일선에서 고생하는 검찰 직원들, 검사·수사관·행정직원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와 상식을 갖고 정의를 구현하는 수사기관이 될 수 있도록 검찰은 개전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위는 이날 검찰 업무보고를 시작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 배제'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해식 정치행정분과장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 배제를 전제한 상태에서 형사절차의 공정성,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보고가 있기를 희망한다"며 "이제 검찰 권력을 개혁하지 않으면 민주공화국 헌정질서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 위원장은 "국민이 막강한 검찰권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판단할 때 검찰은 권력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며 "검찰은 지난 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환골탈태할 때가 됐다"고 경고했다.

 

김영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사무처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0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홍창남 국정기획위원회 사회2분과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5.6.20. 연합
 

같은 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진행된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는 1시간 30분 만에 중단됐다. 공개 보고에 이은 비공개 보고에서 지난 정권 1·2인 체제에서 벌어진 방통위 의결 사항과 이후 법원에서의 '줄패소' 문제를 놓고 기획위원들의 질타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무보고는 26일에 다시 받기로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정위는 방통위와 방심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시청자미디어재단의 기본적인 업무보고는 받았으나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분위기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위원들은 방통위 실·국장마다 이전 정권에서 진행된 업무들에 문제가 있는데 그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새 정부의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보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부분이 공무원으로서 상급자 명령에 따랐다거나 답변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소극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정위는 방통위 같은 합의제 조직에서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려면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도 질의했으나 대부분 답을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방심위 측에도 정치적 방송 심의와 이후 법원에서의 패소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사무총장이 심의는 위원회 의결 사항이라 답할 이유가 없고, 자신에게는 사상의 자유가 있으며 정권에 부역한 적도 없다고 답하면서 결국 중단 사태를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창남 국정기획위 사회2분과장은 앞서 모두발언에서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각 부처) 업무보고를 다시 받아야 할 수준이라고 말했는데 오늘 방통위 보고가 그릇된 상황에 정점을 찍지 않을까 시작부터 우려가 크다"고 했다. 

 

김현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방송·통신분과장은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을 저격해 "TV 수신료의 경우에 방통위가 용산 비서실로 전락해 분리 징수를 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파하는 나팔수가 됐었는데 오늘은 통합 징수를 하겠다면서 설명이 한 줄도 안 붙어있다"며 "이 업무보고에 대해 이진숙 위원장이 동의했는지 궁금하다. 위원장 소신과 다른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또 법원에서 부당하다고 한 방통위의 KBS 감사 임명에 대해 재항고했다는데, 이런 방통위가 현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조직이냐"고 비판했다.

 

해양수산부의 업무 보고도 중단됐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해수부 보고가 오후에 진행됐지만 그전에 보고자료가 일방적으로 유출됐다"며 "그 경위에 대해 해수부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태도가 불명확해서 더이상의 보고가 무의미하다고 판단, 분과장이 보고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