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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룰라, 참 닮은 두 지도자의 삶과 투쟁

시사한매니져 2025. 6. 21. 13:35

가난과 역경 뚫고 성취 이룩한 공통점

극한 탄압을 민중의 지지로 돌파 복귀
개인의 시련을 사회적 연대로 이겨내
자신의 영광보다 민중의 행복 우선시

 

인생은 때때로 잔인하다.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사회는 더 깊고 날카로운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가난이 운명이 아닌 투쟁의 출발점이 될 때, 우리는 그 속에서 인간의 위대한 가능성을 본다.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1963- )과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1945- ) 대통령, 이 두 사람의 이름은 그 자체로 ‘밑바닥에서 피어난 희망’의 상징이다. 단지 성공한 정치인이 아니라, 진짜 삶을 살아낸 사람이라는 면에서 그들의 삶은 서로 닮아 있다. 가난, 노동, 억압, 그리고 민중을 향한 한결같은 마음까지.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G7 및 초청국 기념촬영 후 룰라 브라질 대통령 어깨를 감싸며 퇴장하고 있다. 2025.6.18. 연합

 

불공정한 시작선에서 시작한 인생

 

이재명은 경북 안동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성남으로 이주했다. 그의 유년은 '먹고 사는 문제' 그 자체였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초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서 일해야 했다. 기계프레스에 손이 눌려 뼈가 휘고, 화상과 고통이 그의 어린 몸에 새겨졌다. “소풍 한 번 가보는 게 소원이었다”고 회고하는 그의 말에는, 당시 수많은 서민 가정의 고단함이 배어 있다.

 

룰라 대통령의 삶도 이에 못지않게 척박했다. 브라질 북동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인 페르남부쿠 주에서 태어난 그는 여덟 남매 중 일곱째였다.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나무 짐마차를 타고 13일 동안의 여정을 거쳐 상파울루로 이주했다. 물도, 전기도, 집도 없던 삶. 그가 처음 한 일은 구두닦이였다. 그조차도 직업이라기보다는 생존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주어진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딛고 일어섰다. 이재명은 검정고시를 거쳐 어렵게 대학에 진학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룰라는 야간학교를 다니며 문맹을 극복했고, 금속노동자로 일하며 노조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들이 향한 방향은 다르지 않았다. ‘나’만 살아남는 삶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나아가는 길이었다.

 

브라질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3일 브라질리아의 플라나우투궁에서 환경의 날을 기념하는 대통령령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

 

고통의 기억이 만든 정치적 감수성

 

두 지도자에게 공통적으로 흐르는 감정은 ‘분노’다. 그러나 그것은 파괴적 분노가 아니라, 억울한 이들을 향한 정의로운 분노였다. 이재명은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변론을 자처하고, 성남시장 시절에는 전국 최초로 청년배당과 무상교복 정책을 시행했다. 룰라는 노조지도자로서 브라질 군부독재에 저항했고, 그로 인해 투옥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옥에서 더 강해졌다. 브라질 노동자당(PT)의 창당, 대중운동의 조직, 정치세력화, 이는 룰라가 만든 '아래로부터의 정치'였다.

 

이재명 역시 ‘하위 90%’를 위한 정치를 철학으로 삼았다. 계급적 감수성이 뚜렷하고, 항상 약자의 언어로 말하는 정치인. “정치는 눈물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그가 살아온 삶에서 체득한 신념이다.

 

룰라도 "배고픔이야말로 인류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가장 야만적인 현실"이라며, 대통령 재임 중 수천만 명의 빈곤층을 위한 복지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민중의 삶’을 중심에 둔 정책철학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들은 변하지 않았다. 룰라는 재임 중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라는 혁신적인 복지프로그램을 통해 수천만 브라질 국민을 절대빈곤에서 해방시켰다. 그의 임기 동안 실업률은 급감하고, 중산층이 두 배로 증가했다. 그는 "브라질의 진짜 영웅은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국민들"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복지와 재정 정의에 있어 아주 뚜렷한 입장을 가진 인물이다. 기본소득, 토지공개념, 불평등해소, 금융개혁 등 그의 정책은 하나같이 ‘민중의 삶’에서 출발한다. 그는 단호히 말한다. “세금은 부자가 더 많이 내야 하고, 국가재정은 약자를 위해 써야 한다”고. 성남시장 시절 시 예산을 절감해 청년배당과 공공 산후조리원 등을 실현한 사례는 그 철학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6.19. 연합

 

정치적 탄압, 그리고 민중의 지지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이 모두 극심한 정치적 탄압과 조작의혹 속에서도 민중의 지지로 복귀했다는 점이다. 룰라는 2018년 조작된 부패혐의로 수감되었으나, 브라질 연방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복권되었고, 2022년 극우 보우소나루를 꺾고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재명 또한 기득권층의 견제와 수사를 받으면서도 2022년 대선에서 아깝게 패한 후에도 민심을 얻어 꾸준히 정치적 존재감을 유지했고, 결국 올해 6.3대선 이후 재기하며 정치 중심에 복귀했다.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민주주의의 눈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눈물은 단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다시 ‘사람 사는 나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희망이었다.

 

시련이 만든 지도자의 품격

 

두 지도자의 공통점은 단순히 가난한 출신이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개인적 아픔을 사회적 연대로 승화시켰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법을 배웠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본소득'을 통해 모든 국민의 존엄을 지키려 하는 것도, 룰라가 '보우사 파밀리아(가족수당)' 정책으로 수많은 가정을 빈곤에서 구해낸 것도 모두 자신들이 겪은 절망적 가난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희망은 포기하지 않는 자의 것

 

두 지도자의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좌절하지 않았던 그 순간들이다. 이재명이 세 번의 수능 실패 후에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을 때, 룰라가 세 번의 대선패배에도 다시 일어섰을 때. 그 순간들이 모여 오늘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들의 인생은 우리에게 묻는다.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한 번 더 일어설 것인가. 그리고 성공했을 때, 그 성공을 홀로 누릴 것인가, 아니면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것인가.

 

진짜 지도자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재명과 룰라, 이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진짜 지도자는 어디에서 오는가? 기득권 가문? 명문대학? 화려한 언변? 아니다. 이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진짜 지도자는 삶에서 온다고. 고통에서, 노동에서, 눈물에서 온다고. 그리고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과 눈을 맞출 줄 아는 사람이 진정 국민을 이끄는 자격이 있다고.

 

민주주의가 흔들릴 때, 권력이 민중의 삶에서 멀어질 때, 우리는 이 두 지도자의 발걸음을 떠올려야 한다. 그들은 수많은 장애물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다. 억압받는 사람들, 소외된 이들, 배제된 다수의 손을 끝내 놓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는 위기를 겪고 있고, 한국사회 또한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당신은 누구의 편입니까?"

 

그 질문에 이재명과 룰라는 분명히 대답한다.

“나는 민중의 편에 선다.”       < 김성수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한·브라질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2025.6.18 [공동취재]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