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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농축 우라늄이 더 중요…핵 개발 가속할 수도
시사한매니져
2025. 6. 22. 14:09
순도 60% 이상 농축 우라늄 400㎏…이미 다른 곳에 보관
‘이란, 미 공격에 무기 제조 결단할 것’…미 정보기관 평가
미국이 22일 폭격한 이란의 포르드 핵 시설. 민간 위성사진 업체인 막샤르 테크놀로지스가 지난 2020년 12월11일 촬영했다. AFP 연합
미국이 22일 이란의 포르도 등 주요 핵 시설 3곳을 폭격함으로써, 이란 핵 문제는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미국의 이번 폭격은 이란이 핵 개발을 본격화한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이 그 저지를 위해 위협하던 최후의 카드였다. 하지만, 이번 폭격으로 이란의 핵 개발이 저지되고 불능화될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폭격이 오히려 이란이 핵 개발로 질주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포르도 등 기존 핵 시설이 이번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되고 불능화됐다고 해도 이란이 기존에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등 서방에서는 이란의 기존 핵 시설보다는 이미 축적된 고농축 우라늄이 문제이며, 이란은 이를 별도로 보관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농축 우라늄만 있다면, 이란의 핵 개발 재개는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란이 조악한 형태의 핵무기 제조 어렵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이란 쪽도 이를 경고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장성인 모센 레자에이는 앞서 이란 국영 텔레비전 회견에서 “모든 농축 물질은 (이스라엘의 공격 전에) 옮겨진 상태이며, 안전한 장소에 있다”며 이란이 핵물질을 계속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 휴전에 합의하는 것은 약해진 적이 재정비할 수 있게 해줄 뿐”이라며 “전략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미국의 폭격에도 기존의 농축 우라늄을 포기하지 않고 항전을 계속한다면, 미국으로서는 종전이나 핵 프로그램 종료는 요원하게 된다. 미국의 지상군을 투입해 농축 우라늄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거의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 워싱턴이 전쟁연구소(ISW)도 “핵 협상에서 이란의 조건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이란의 숨겨진 핵 물질을 찾기 위해 길고 어려운 추적을 해야만 할 위험을 감수할지 선택하라는 딜레마를 미국과 국제사회에 던져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5월 보고 등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순도 60% 이상의 농축 우라늄을 408㎏ 축적하고 있다. 60% 이상 농축 우라늄은 기존 포르도 시설에서는 2∼3일 안에 무기급 우라늄으로 농축할 수 있고, 3주 안이면 핵무기 10개를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농축 우라늄 총량은 약 9247㎏에 달한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이 고농축 우라늄의 향방을 모른다고 밝혔다.
아바스 아그라치 이란 외교장관은 21일 제네바에서 영국-프랑스-독일 외교장관들과의 회담 뒤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적극 개입하면 모든 사람에게 매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미국이 개입하면, 항전의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존의 이란 경고를 더 확인한 것이다.
미국 정보기관들도 미국이 포르도 핵시설을 공격하거나, 이란 최고지도자를 암살하려 한다면, 이란의 핵무기 제조로 치달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고위 미국 정보 관리들은 만약 미군이 포르도의 이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격하거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암살하면 이란 지도자들은 핵폭탄 생산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지 자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외부의 직접적 군사 위협이 가해질 경우 ‘핵무기 보유’로 전략을 급격히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미국에 의해 급박한 상황에 더 몰린다면, 짧은 시간 내에 원시적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소형화나 미사일 탑재를 하지 않는 이런 핵폭탄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1만파운드 무게에 10피트 길이의 원자폭탄과 비슷한 것이다. 비행기에서 투하될 수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을 대량으로 개발했으나, 핵폭탄을 만들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계속 믿고 있고,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은 지난 3월 의회에서 이런 내용을 증언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그가 틀렸다”며 개버드의 증언을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축적한 농축 우라늄 때문에 이란의 핵 개발 중단은 결국 협상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해왔다. 이번 미국의 폭격 그 자체로는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완전히 끝낼 수 없다는 것이다. < 정의길 기자 >
“미, 벙커버스터 12발로 포르도 폭격”…사실상 전쟁 개시
46년 만에 이란 본토 타격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가 지난 4월 30일 미주리주 와이트먼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노블노스/로이터 연합
미국이 21일(현지시각) 이란 지하 핵시설 포르도 등 3곳을 직접 폭격했다. 특히 포르도에는 최신형 벙커버스터인 지비유-57(GBU-57) 12발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1979년 혁명 이후 줄곧 미국과 갈등을 빚어온 이란을 상대로 미국이 본토의 주요 시설을 직접 타격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사실상 전쟁행위로 간주된다. 이란의 보복이 이어질 경우 광범위한 전쟁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어 중동 전역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핵시설은 완전히, 그리고 철저히 파괴됐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47분(한국시각 22일 오전 8시47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지하 핵시설인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총 3곳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란 내 3개의 핵시설,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을 대상으로 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 모든 전투기는 현재 이란 영공을 벗어났으며, 주공격 대상인 포르도에 폭탄을 완전 투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항공기는 무사히 귀환 중이다. 위대한 미군 전사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대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지금이야말로 평화를 위한 시간이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포르도는 끝장났다”는 게시물을 공유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이란 고위 관리 3명을 인용해 “미국군이 오전 2시30분(이란 현지시각·한국시각 오전 8시)께 포르도와 나탄즈를 폭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작전에는 B-2 폭격기가 동원됐다. 특히 포르도 폭격에는 벙커버스터 중에서도 최신형인 지비유-57(GBU-57) 12발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포르도 핵시설이 지하 깊숙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B-2 폭격기 6대가 3만 파운드짜리 벙커 버스터 폭탄 12발을 투하했다”며 “또한 해군 잠수함에서 나탄즈 및 이스파한 시설을 향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30발이 발사됐으며 나탄즈에는 (추가로) 벙커 버스터 폭탄 2발도 투하됐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스라엘이 이번 주 수백 건의 공습과 정보전을 통해 이란의 대공 방어 체계를 무력화시키며 미국의 공습 경로를 실질적으로 확보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의 직접 군사 개입이 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날 공습 대상 중 하나인 나탄즈는 이란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우라늄 농축 시설로, 이미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이 시설은 15년 전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가 사이버 공격으로 타격했던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은밀한 사이버 공격은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 모두 직접 폭격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르도는 이란이 2021년부터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생산해온 핵심 시설로, 지하 산속에 위치해 공습이 극히 어려운 곳이다. 미국은 특수 벙커버스터 폭탄을 이용해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파한은 우라늄을 원심분리기에 넣을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는 핵심 시설들이 위치해 있었으며, 이스라엘이 일부 파괴했지만 지하에는 여전히 약 10개 핵무기 제조에 충분한 고농축 우라늄이 저장되어 있었다. 이번 공습으로 해당 물질이 파괴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오늘 밤 전 세계에 보고할 수 있다.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에 대한 이번 공습은 눈부신 군사적 성공이었다”며 “중동의 불량배인 이란은 이제 평화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향후 공격은 훨씬 더 강력하고 훨씬 쉬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에게는 평화가 오든지, 아니면 우리가 지난 8일간 목격한 것보다 훨씬 더 큰 비극이 올 것”이라며 “아직도 많은 목표물이 남아 있다. 오늘 밤의 목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어쩌면 가장 치명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평화가 신속히 찾아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남은 목표들을 정밀하게, 신속하게, 그리고 능숙하게 제거할 것이다. 그들 중 대부분은 몇 분 만에 제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강력히 지지하고 나섰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존 튠 상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했다”고 평가했다.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도 “이란 정권의 실존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적절한 결정”이라며 지지를 보냈고, 짐 리쉬 상원 외교위원장도 “정확하고 제한적인 공습이었다”며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의회의 승인 없이 군사 행동이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공화당의 토머스 매시 의원과 민주당의 로 카나 의원은 전쟁권한법에 따른 의회 표결을 요구했고,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이것은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 국무부는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미국 시민 및 영주권자들을 위한 대피 항공편 운항을 시작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텔아비브에서 아테네로 향하는 두 편의 항공기가 출발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앞서 미국이 분쟁에 개입할 경우 중동 전역에 배치된 미군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외교관계협의회 중동 연구 수석 연구원인 레이 타키예는 뉴욕타임스에 “그들은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굴욕을 당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존심을 회복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공격은 전쟁 행위로 간주된다. 지미 카터 대통령 이래로 여러 미국 대통령들이 피하려 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