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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학살 생존자들 대통령실과 첫 면담…“진실규명 시작 기대”

시사한매니져 2025. 6. 24. 12:45

대통령실이 베트남전 피해생존자들과 직접 대면해 목소리 들은 것은 처음

 
 
한베평화재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모여있는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23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과의 면담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박찬희 기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들이 대통령실에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전달하고 면담을 진행했다. 대통령실이 베트남전 피해생존자들과 직접 대면해 목소리를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베평화재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모여있는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는 23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두 민간인학살 피해생존자인 퐁니 마을 출신 응우옌티탄(65)씨와 하미 마을 출신 응우옌티탄(68)씨 등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의 면담을 마쳤다”고 밝혔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소송 원고 쪽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면담에는) 경청통합수석실 관계자들 2명, 두 피해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여했다”며 “1만명이 넘게 서명한 청원서 등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은 새 정부에 베트남전 진상조사를 통한 학살 진실 인정, 국가배상소송 상고 취하, 조사기구 설립 등을 촉구하는 청원운동을 벌여 이날 기준 1만541명이 서명했다.

 

두 피해자는 대통령실과의 면담에서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의 진실을 규명하고 사과할 것 △퐁니 학살 사건에 대한 대법원 상고를 취하할 것 △한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학살 자료들을 공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임 변호사는 “대통령실 관계자는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인간적인 마음으로 공감한다’고 이야기했다”며 “또 ‘잘 정리해서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여러분들의 한이 해소될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검토하고 노력해보겠다’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면담을 주도한 민 의원은 “한 번도 대통령실이 직접 피해자분들과 만난 적이 없었을 뿐더러 패소가 이어져 왔는데 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실 규명의 첫장이 열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며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을 발의해서 베트남 전쟁에 대한 대한민국의 책임에 대해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퐁니 마을 출신 응우옌티탄씨는 “오늘 대통령실에서 두 행정관님의 말씀 들으니까 그분들이 저희의 아픔에 공감해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많이 고맙게 생각하고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하미 마을 출신 응우예티탄씨도 “한국 정부가 하루빨리 과거의 진실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며 “(면담한) 두 행정관이 우리의 아픔과 이야기에 공감을 표해줘서 많이 기쁘고 희망에 찬다”고 말했다.

 

한국군은 베트남전쟁기인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베트남에 32만명의 병력을 파병했고, 현재까지 1만명 이상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두 피해자는 어린 시절 고향인 꽝남성 퐁니와 하미마을에 진입한 한국군 해병대에 의해 참화를 겪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피해자 1명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승소하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으며 다른 피해자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으나 각하돼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 정봉비  박찬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