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 과학
지상 최대 카메라로 찍은 첫 우주 사진 공개…확대할수록 별 늘어나
시사한매니져
2025. 6. 24. 12:48
베라루빈천문대 32억화소 사진 공개
7시간 관측으로 소행성 2천개 발견
10년간 밤하늘 전체 타임랩스 완성

“사진을 확대해서 볼 때마다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베라루빈천문대의 아웃리치 담당 클레어 힉스)
32억화소의 지상 최대 카메라를 갖춘 남미 안데스 산맥 기슭의 천체망원경 베라루빈천문대가 관측 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광적외선천문학연구소(NOIRLab)는 23일 오전 11시(한국시각 24일 0시)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역사적인 관측사진을 공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날 공개한 사진엔 궁수자리에 있는 수천광년 거리의 성운 2개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삼엽성운과 석호성운이라는 이 두 성운은 별을 만들어내는 가스와 먼지 구름 덩어리다. 네가지 컬러 필터를 통해 7시간 동안 촬영한 678장의 사진을 합성한 것으로, 보름달 약 60개 크기에 해당하는 영역을 담고 있다. 푸른색 영역은 젊고 뜨거운 별에서 나오는 빛이고 분홍색 영역은 들뜬 수소 원자,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 덩굴은 먼지 띠다. 루빈천문대 카메라에는 근자외선에서부터 근적외선에 이르는 빛(320~1050nm)을 포착하는 6개의 필터가 있다.

한 번에 보름달 크기의 45배 영역 촬영
또 다른 사진은 5500만광년 거리에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 일부다. 5월 초 나흘 밤 동안 촬영한 사진에서 발췌한 것이다. 앞쪽엔 우리 은하의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고, 뒤쪽엔 우주 팽창과 함께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는 은하들이 있다. 푸른색 영역은 어린 별들이 있는 별 탄생 구역이다.
이날 공개된 각각의 사진은 망원경이 촬영한 전체 사진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해발 2647m의 칠레 세로파촌산 정상에 자리한 베라루빈천문대는 역대 망원경 중 가장 큰 시야(3.5도)로 3일 밤마다 남반구에서 보이는 하늘 전체를 관측할 수 있다. 한 번에 관측하는 영역이 보름달 크기의 45배다. 허블우주망원경이 보름달 크기의 1%,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보름달 크기의 75%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 눈을 가졌는지 짐작이 간다.
천문대 건설 책임자인 젤코 이베지치 워싱턴대 교수(천문학)는 공개 행사에서 “루빈 천문대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체 발견 기계”라며 “관측된 천체 수가 지구 인구 수를 처음으로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10시간 관측에 수백만개 은하와 별 발견
천문대는 망원경의 이런 능력을 뒷받침해주는 소행성 발견 동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이베지치 박사는 “루빈이 단 7일간의 관측으로 2104개의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했다”며 “이 가운데 7개는 지구 근접 소행성이고 나머지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주요 소행성대에 있다”고 설명했다. 루빈천문대만으로 2년 안에 수백만개의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할 것으로 예상한다.
루빈천문대는 10시간 남짓한 시험 관측만으로 이미 수백만개의 은하와 우리 은하의 별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천문대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소행성 발견을 통해 지구나 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식별함으로써 행성 방어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루빈천문대가 사진 하나를 찍고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0초다. 이미지 데이터가 컴퓨터 서버로 전송되는 동안 350톤 무게의 망원경은 카메라의 시야를 다음 촬영 영역으로 돌린다. 이런 식으로 하룻밤에 20테라바이트(1테라=1조) 용량의 사진 약 1000장을 찍는다. 10년 동안 이런 일을 거의 매일 반복하고 나면 200만장 이상으로 이뤄진 ‘우주 10년 타임랩스’ 영상이 완성된다.
천문대는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추가되는 것까지 합치면 관측이 끝날 무렵 루빈천문대는 약 500페타바이트(1페타=1000조)의 데이터를 생성할 것”이라며 “이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 모든 언어로 기록된 콘텐츠의 총량과 맞먹는 양”이라고 밝혔다.
타임랩스 영상엔 소행성에서부터 거대한 별과 은하에 이르기까지 가시광선으로 수집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긴다. 특히 밤하늘을 빠르고 넓게 살펴보기 때문에 지금까지 놓치거나 관측하기 어려웠던 일시적인 천체 현상도 실시간에 가깝게 포착할 수 있다. 초신성 폭발, 감마선 폭발, 태양계 소행성들의 움직임 등 다양한 우주 현상을 고스란히 담아 알려준다.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스티븐 리츠 박사(물리학)는 “이렇게 많은 물체들이 이렇게 깊이 있게, 한꺼번에 포착된 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2억화소의 사진에 담긴 세부 사항은 컴퓨터 화면이나 신문 지면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천문대는 사람들이 직접 이미지를 확대하고 축소해서 볼 수 있는 앱 ‘스카이뷰어’를 개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