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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이란 공습, 집단적 자위권 부합했나…국제법 위반 논란 확산
시사한매니져
2025. 6. 25. 14:54
러·중은 물론 프랑스 등 서방 동맹국들조차 비판 대열 합류
전문가 "전 세계 권위주의자들에 같은 행동 부추길 수 있어"
미 유엔대사대리 "유엔헌장 집단적 자위권 부합한 조처" 반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일방적 무력행사'를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란 논란이 쉽게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미국과 각을 세워 온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프랑스와 노르웨이 등 일부 서방 동맹국들조차 비판 대열에 동참하면서다.
24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무기 확보 저지란 목표를 지지하지만 이번 공습에는 합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 핵시설 무력화 자체에는 타당성이 있다"면서도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합법적 틀'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한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 역시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이 "국제법 영역 바깥에서 이뤄졌다"고 비난했다.
유엔 헌장 제2조는 '자국의 국제 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국가의 영역 보전 또는 정치적 독립에 반하는 무력 위협이나 행사를 삼간다'고 규정한다.
미 예일대 로스쿨의 우나 해서웨이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일방적 무력행사 금지는 전후 법질서의 기본원칙"이라면서 "유엔 헌장 비준국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결로 승인되거나 무력 공격 대상이 됐을 때만 다른 국가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보리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요건은 걸림돌이지만,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에도 장애물이 돼 왔다"면서 "트럼프가 외교와 협상을 버리고 무력을 택한 건 전 세계의 권위주의자들이 같은 행동을 하도록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기습 침공한 이후 3년 넘게 전쟁 중인 러시아나, 대만을 겨냥해 무력시위를 벌여 온 중국이 대만 침공을 강행할 경우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미국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이 유엔헌장과 안보리 결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 등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러시아 등의 비난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 대사 대행은 "이번 공격은 집단적 자위권을 규정한 유엔 헌장에 부합해 이란이 이스라엘 및 중동 지역, 나아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가하는 위협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라고 말했다.
유엔헌장 51조의 '집단적 자위권'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보인다.
셰이 대사 대행은 앞선 지난 22일 안보리 회의에서도 "이번 작전은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세계적 불안정의 근원을 제거하고, 유엔헌장에 부합하는 집단 자위권의 고유한 권리 아래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해당 조항과 관련해선 공격을 받은 뒤에야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해석과, 공격 위협을 받을 경우 실제 공격 이전에 선제 대응할 수 있다는 해석이 맞서왔는데 이중 후자의 입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이란의 핵 위협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할 요건에 부합할 정도로 현실적 위협이었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공습을 받은지 만 이틀만에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미국 정치권에선 대체로 '힘을 통한 평화'라는 등의 긍정적 반응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월권 논란도 일고 있다.
연방의회를 '패싱'한 채 타국과의 전쟁에 돌입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내 급진파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내놓았고, 공화당 몇몇 의원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공화당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켄터키)은 "헌법적으로 처리했더라면 같은 결과를 내면서도 정당성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란 핵시설 폭격의 절차적 정당성에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 연합 황철환 기자 >
미 정보당국 “이란 핵시설 파괴 안 돼…몇 개월 지연에 그쳐”

미국이 이란 핵시설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지만,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를 파괴하지 못했다는 미 정보당국의 초기 평가가 공개됐다. 정보당국은 ‘이번 공습이 이란의 핵개발을 수개월 정도 지연시키는 데 그쳤으며 이란이 공습 전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다른 장소로 옮겨 피해가 미미했다’라고도 평가했다.
CNN은 24일 익명의 관계자 4명을 인용해 이런 내용의 국방정보국(DIA) 초기 분석 결과를 단독 보도했다. 이 평가는 미 국방부 산하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이 작성한 것으로, 미 중부사령부가 수행한 피해 평가를 기반으로 했다.
관계자 중 한 명은 시엔엔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수개월, 길어야 몇 달 정도 늦춘 수준”이라고 밝혔다. 두 명의 관계자는 이란의 원심분리기가 여전히 대부분 “정상 작동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도 “해당 분석에 따르면 포르도와 나탄즈 핵시설 입구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지만, 내부의 지하 구조물은 무너지지 않았다”며 “다섯 장 분량의 초기 보고서는 ‘이란이 핵물질 대부분을 여전히 통제하고 있으며, 필요시 비교적 빠르게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공습 이전에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할 경우 약 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해왔다. 공습 이후 지연 예상 기간은 최대 6개월 미만으로 추산됐다”고 전했다.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핵시설 3곳에서 피해는 주로 지상 구조물에 집중됐으며,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 금속화 설비나 전력 인프라 등이 손상된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고농축 우라늄이 이미 다른 장소로 옮겨진 정황도 담겼다. 뉴욕타임스는 보고서를 인용해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공습 이전에 이미 다른 장소로 옮겨 핵물질의 실질적 피해는 미미했다”며 “일부는 비공식 핵시설로 이전된 정황도 포착됐다. 이스라엘 정보기관도 이란이 소규모 비밀 농축시설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주요 시설이 공격을 받을 경우에도 핵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내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밝힌 공식 입장과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이후 “이란의 핵시설과 능력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헤그세스 장관도 시엔엔과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은 파괴됐다”고 말했다.
미국이 자랑해온 ‘벙커버스터’ 폭탄의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벙커버스터 폭탄 대신 잠수함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로 이스파한을 타격했는데, 이는 이스파한 하층부가 포르도보다도 더 깊어 벙커버스터로도 관통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 소식통은 시엔엔에 전했다. 시엔엔은 “미국의 벙커버스터 폭탄이 이란의 지하 깊숙이 요새화된 핵시설, 특히 포르도와 이란 최대 핵 연구 단지인 이스파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의문이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군 관계자들은 뉴욕타임스에 “지하 시설에 보다 중대한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의 타격이 필요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차 공격을 승인한 뒤 추가 공습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국방정보국 초기 분석의 존재는 인정했다. 하지만 평가 내용에 대해선 “전적으로 잘못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러라인 레빗은 시엔엔에 보낸 성명에서 “이번 유출은 트럼프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전투기 조종사들을 모욕하려는 악의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3만 파운드짜리 폭탄 14발이 정확히 명중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두 알고 있다. 그것은 전면적인 파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타격은 완벽했다. 해당 시설은 산속에 묻혔다”고 주장했으며, “이란이 해당 시설을 복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곳은 이미 무너져 내렸다”고 답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도 현지 정보 수집을 계속 중이며, 이란 내부의 추가 정보를 통해 정확한 피해 수준을 파악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로 예정됐던 상·하원 전체 기밀 브리핑을 돌연 취소했다. 상원은 오는 26일로 일정을 변경했고, 하원 브리핑은 향후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민주당 하원의원 팻 라이언(뉴욕주)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트럼프는 하원 기밀 브리핑을 아무 설명 없이 취소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말한 ‘완전 파괴’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농축 우라늄 400㎏ 행방 묘연…이란 “핵 활동 계속할 것”
핵개발 결론 없는 휴전
이란 강경파 득세 땐 NPT 탈퇴 가능성도

미국의 개입으로 이란과 이스라엘이 휴전에 합의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습 이유로 내세운 이란 핵에 대한 결론은 없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주요 핵시설을 모두 파괴했다고 하고, 이란은 피해가 경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번 전쟁이 이란의 핵 개발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핵 개발 자체를 중단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인다.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은 23일 미국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가 장비를 파괴했기 때문에 이란은 그들이 보유한 장비로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은 핵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원자력청(AEOI) 청장이 이란 국영통신사(IRIB)에 “핵 활동의 복원을 위한 일련의 준비를 미리 해뒀고 원자력 산업의 생산·활동 과정의 어떠한 중단도 막기 위한 계획이 세워졌다”며 “공격받은 핵시설에 대한 피해 규모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은 포르도 시설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60% 농축 우라늄 400㎏’의 향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핵무기 9개를 제조할 수 있는 90% 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미국의 이란 공습 전 포르도 시설 인근에 16대의 트럭이 접근한 정황이 포착됐다.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핵 기술력이 유지된다면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한 사실이 확인되거나, 실제 핵 활동을 복원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또 ‘핵 위협’을 빌미로 공습 계기를 찾을 수 있다. 분쟁의 불씨는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 체제하에서 이란의 자위권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확인한 만큼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한다는 강경파가 득세할 수도 있다. 탈퇴하면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 의무가 자동으로 종료돼 다시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북한은 핵 개발 의혹에 국제원자력기구가 특별사찰을 요구하자 2003년 1월 공식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의 공습 이후 22일 이란 의회는 국제원자력기구와의 협력을 전면 중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해 이 역시 풀어야 할 문제다.
이란 핵합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2015년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이란과 타결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수준을 3.67%로 제한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이란도 우라늄 농축 수준을 60%까지 높였다.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진행 중이던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도 우라늄 농축 권한이 쟁점이었다. 미국은 이란의 민간 원자력 에너지 사용과 우라늄 농축 능력을 갖는 것은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란이 원하는 민간 원자력 에너지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90% 고농축 과정까지 진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6차 협상을 앞두고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공습하면서 12일간의 전쟁이 시작됐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23일 러시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와 관련해 “이 합의를 복원하기 위한 여건을 보지 못했다”며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 최우리 기자 >
포르도보다 더 깊은 땅속 145m, 이란 새 핵시설 가능성
나탄즈 핵시설 남쪽 산 아래 지어져

이란이 최근 완성했다고 밝힌 새 핵시설이 미국 공습에 타격을 입은 기존 핵시설들을 대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 핵시설은 포르도 지하핵시설보다 더 깊은 곳에 위치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보면, 이스라엘이 공습을 시작하기 전날인 지난 12일 모하마드 에슬라미 이란 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새로운 핵시설은 완전히 건설되었고, 안전하고 공격할 수 없는 장소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심분리기 설치가 끝나는 대로 농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문제의 새 핵시설이 수년 전부터 외부에 알려진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에 이 시설에 대한 접근 권한을 주지 않아, 이곳이 완성됐는지, 원심분리기가 설치되어 있는지, 우라늄 농축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명확히 확인된 바가 없다. 아직 타국 정부나 서방 정보기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서 공식적으로 에슬라미 사무총장의 주장을 확인하거나, 새 핵시설의 정확한 위치를 지목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로썬 위성 사진 분석을 토대로 한 시설의 위치와 규모에 대한 추정만 있을 뿐이다.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 건설이 시작된 건 5년 전이다. 미국 비영리기관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2022년 보고서에선, 이란은 2020년부터 현재 나탄즈 핵시설로부터 남쪽으로 2㎞ 떨어진 콜랑가즈라산 지하에 터널을 뚫고 핵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2020년 미국과 이스라엘이 사이버공격과 폭탄 설치로 나탄즈 핵시설 내 원심분리기 조립 시설을 폭파한 직후다.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은 깊은 지하에 위치해 공략이 어려웠던 포르도 지하핵시설보다 더 깊은 곳에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콜랑가즈라산 터널핵시설’이 만들어진 콜랑가즈라산은 해발 1608m다. 포르도 핵시설이 위치한 쿠에다그구이산(960)보다 2배가량 높다. 덕분에 포르도 핵시설과 비슷한 각도로 파고 들어가면 지하 110~145m에 핵시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과학국제안보연구소의 계산이다. 포르도 핵시설의 지하 80~90m보다 30~55m 더 깊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