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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입증할 것은 ‘국민주권’ [이석태 칼럼]
시사한매니져
2025. 6. 27. 13:19
내란 특검은 국가의 주인이 국민임을 굳건히 하는 헌법적인 의미
[이석태 칼럼]
비상계엄 당일 국회로 모여든 시민들은 맨손으로 군 병력의 국회 침탈을 막아내었다. 국회가 한 비상계엄 해제 의결은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에 힘입은 것이었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분명한 선언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가의 주인이 주권자인 국민임을 망각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내란 특검은 국가의 주인이 국민임을 굳건히 하는 헌법적인 의미가 있다.
이석태 | 전 헌법재판관
1972년 6월17일 백악관과 리처드 닉슨 재선 위원회의 사주를 받은 5명의 괴한이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워싱턴디시의 워터게이트 지역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해 불법적인 도청 등을 하다가 적발됐다. 이 사건은 처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상원에 의해 진상조사위원회가 설치되고 언론들이 보도를 시작하며 사건이 커졌다. 닉슨이 임명한 엘리엇 리처드슨 법무장관은 하버드 로스쿨 교수이며 송무차관을 지낸 아치볼드 콕스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상원 청문회를 통해서 닉슨이 백악관 집무실에 녹음기를 설치해서 모든 대화를 녹음한 사실이 밝혀지자, 콕스는 닉슨에게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계된 녹음테이프 전부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닉슨은 이를 거절하고 콕스를 해임했다. 후임 특검은 거듭 테이프 전체를 제출하도록 요구하였으며 닉슨이 다시 거부하자, 사건은 연방대법원에 회부되었다. 대법원은 7월24일 녹음테이프 전체를 제출하도록 판결했다. 결국 하원 법사위원회는 사법 방해와 권력남용 등의 이유로 닉슨에 대한 탄핵안을 의결하였으며, 닉슨은 1974년 8월9일 사임했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대통령이 야당의 정치 활동을 위법하게 감시하고 특검의 수사를 방해하는 등 권력을 남용한 것이었다. 이 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통해 야당의 정치 활동과 국회 입법 기능 봉쇄를 시도한 내란 사건과 일부 유사성이 있다. 또 특별검사가 임명된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 결과 닉슨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직을 사임한 불명예를 안았고,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파면된 데 이어 수사를 받고 있다.
특별검사는 기존 검찰이 제대로 수사 등을 하기 어려운 경우 그에게 수사와 기소를 맡기는 것으로, 과거 대통령 측근이나 국민의 관심이 큰 사건에 대해 입법으로 특검을 임명하였다. 최초의 특검은 김대중 대통령 때인 1999년 조폐공사노조 파업 유도 사건의 강원일 특검과 검찰총장 부인 옷 로비 사건의 최병모 특검이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 때 대북송금 특검(송두환)이 있었고, 이후 몇몇 중요한 사건에서 특검이 임명되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최순실 특검(박영수)이 있었다.
대북송금 사건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되어 현대그룹이 몰래 4억달러를 북으로 보낸 사건이다. 노 대통령의 회고록에 의하면, “어차피 수사를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면 검찰보다는 특검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누가 수사하든 대북송금 절차의 위법성을 밝히는 데 그쳐야지 남북관계의 근간을 해치는 데로 확대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송두환 특검은 송금의 절차적 위법성 문제만 정확하게 수사했다”.
그러나 특검이 반드시 성공적이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강원일 특검이 그랬다. 1999년 12월 강 특검은 대검 공안부가 조폐공사노조의 파업을 유도하였다는 의혹 사건 수사 결과 발표 자리에서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고 각 부문의 관련자들은 모두 수사 결과에 반발했다. 이 사건에서 특검보로 참여한 김형태 변호사는 자신이 대전지검에서 압수해온 서류 등을 돌려달라는 검사들의 부당한 요구에 반발하여 사임하였다. 그는 이렇게 회고한다. “압수 서류를 돌려달라며 수사 대상 검사들이 쳐들어왔다. 죄를 파헤쳐야 할 강원일 특검은 되레 협조하라고 지시했다. 내가 방을 나온 뒤 특별수사관들은 대전 검사들과 함께 압수 서류들을 검토한 뒤 대부분 돌려주었다. 내 판단으로는 그 서류들 중에는 이번 조폐공사 이외에 다른 회사들에도 검찰이 적극 개입해온 흔적들이 분명 들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내란 특검에 조은석 전 서울고검장을, 김건희 특검에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순직 해병 특검에 이명현 전 국방부 고등검찰부장을 지명했다. 세 특검 가운데 내란 특검은 최장 170일간 내란·외환 혐의 등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을 수사한다. 무인기 평양 침투 등 북한 공격 유도 등 외환 혐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의 내란 연루 의혹을 추가로 밝힐지가 쟁점이다. 김건희 특검도 170일간 김 여사 관련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양평고속도로, 건진법사·명태균씨 관련 국정농단, 선거·공천개입 등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 순직 해병 특검은 2023년 7월 채 상병 순직 사고 관련 윤 전 대통령의 ‘격노설’ 등 수사 외압,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등을 최장 140일간 수사하게 된다.
이번 특검의 규모가 크고(검사만 120명), 검찰이 처리하지 못하거나 처리가 어려웠던 사건들을 수사하는 데서 검찰에 미칠 파급력이 작지 않아 보인다. 현재 검찰청 폐지 법안, 공소청 설치 법안(검사의 직무를 기소와 공소 유지 등으로 한정), 중수청 설치 법안(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법안(수사 전반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4대 검찰개혁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안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만 전담하는 공소청을 신설하는 안이다. 만일 공소청이 신설되고 검사가 기소만 전담하는 기관이 된다면, 검사의 힘은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김선수 전 대법관은 인터뷰에서 “공소(공소청)와 수사(수사청)의 분리 법안에 적극 찬성하고, 3개월 안에 입법을 마무리해 주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고 하여 검찰 개혁안의 이른 처리를 강조했다.
세 특검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특검은 내란 특검이다. 비상계엄 당일 국회로 모여든 시민들은 맨손으로 군 병력의 국회 침탈을 막아내었다. 국회가 한 비상계엄 해제 의결은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에 힘입은 것이었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분명한 선언이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가의 주인이 주권자인 국민임을 망각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특검은 국가의 주인이 국민임을 굳건히 하는 헌법적인 의미가 있다. 지난 23일 내란 특검은 특검보가 윤 전 대통령 공판에 출석하고, 이후 소환 일정을 잡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정부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특검의 수사 결과가 국민주권 실현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 자못 그 성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