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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김성태, 해외 도피 중 권성동 통해 검찰과 소통"

시사한매니져 2025. 6. 30. 12:40

KH그룹 부회장 출신 조아무개 씨 녹취 추가 공개

"대북송금 의혹 초기엔 장제원, 권성동 투 트랙"
"특수부 출신 전관 변호사 등 통해 검찰과 소통"

"초기에 회유 안됐지만 주변 털자 김성태도 협조"
"제수씨 다 신용불량 만들고 이러다 죽겠다 싶어"
특수통 변호사들 "가짜뉴스…권성동에게 물어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2025.6.30. 연합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국외 도피하던 중에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통해 검찰과 소통했다는 주장이 담긴 녹취가 확인됐다. '이재명 죽이기'를 위해 사건 초기부터 정치권과 검찰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관계자들은 녹취에 드러난 주장과 의혹을 부인하거나 답변을 회피했다.

 

29일 시민언론 <민들레>와 <뉴탐사>가 입수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와 KH그룹 부회장 출신 조아무개 씨가 나눈 대화 녹취에 따르면, 조 씨는 '(2023년 1월 국내 송환 전) 권성동이 검찰 측이랑 (모의)해서 해외에 있는 김성태 회장이랑 소통을 했느냐'는 김 변호사의 질문을 받고 "(소통)했다"고 답했다. 

 

조 씨는 쌍방울그룹과 함께 대북송금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KH그룹의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이다.

 

조 씨는 김 전 회장의 국내 송환 당시 소통한 '검찰 라인'에 대해선 "김영남 (수원지검) 형사 6부장 위에 특수부 최재○ 라인과 김경수 고검장 라인으로 알고 있다"며, 두 사람 모두 사법연수원 17기 동기 사이라고 말했다.

 

해당 녹취에서 지목한 '최재○'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를 수사하고, 이명박 BBK 주가조작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최재경 전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박근혜 정권에서 민정수석을 지내기도 했다.

 

'김경수 고검장'은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대검 중수부장, 대구고검장 등을 지낸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3.1.17. 연합
 

두 사람 모두 특수통 출신 전관 변호사로, 공교롭게 권 의원과 사법연수원 17기 동기 사이기도 하다.

 

김 전 회장이 권 의원을 통해 검찰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들 특수통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또는 권 의원이 김 전 회장을 회유하고 압박하는 과정에서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들의 이름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사건 초기엔 장제원, 권성동 투트랙"
"김성태, 죽겠다 싶으니까 진술 바꿔"

 

다만 조 씨는 대북송금 사건 초기에 "'투 트랙'(Two track, 두 가지 경로)이었다"며 "장제원은 최재○이고, 권성동은 김경수"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제원, 최재○이 (권성동보다) 먼저 해외에 있는 것(김성태)을 송환해 와버렸다"고 했다. 조 씨 주장대로라면 장 전 의원 쪽이 김 전 회장의 송환에서 선수를 친 셈이다.

 

조 씨는 '권성동은 (장제원에게) 뒤통수를 맞은 거네요'라는 김 변호사의 말에 "(뒤통수) 맞은 거죠"라고 맞장구를 치며 "(당시) 자기들끼리 알력이 있었다. 내가 진짜 '찐찐찐 친윤이다'하는…"이라고 덧붙였다.

 

2023년 1월 17일 김 전 회장이 국내로 송환은 됐지만, 급하게 이뤄지다보니 당시엔 협의도 완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은 송환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모른다"고 말하며, 오히려 검찰에 불리한 진술을 했다. 김 전 회장의 진술은 그 뒤에 갑자기 바뀐다.

 

1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적십자회관에서 열린 부산 포럼에서 장제원 국회의원이 특강을 하고 있다. 2023.12.14. 연합
 

조 씨의 주장에 따르면 검찰과의 '협의'는 2~3개월 정도 뒤 이뤄졌다. 조 씨는 검찰과 김 전 회장이 협의하기까지 "한 2개월, 3개월까지도 안 됐다. 4월경도 안 됐다"고 말했다.

 

조 씨는 "그때 왜 얘(김성태)가 (검찰에) 넘어갔냐. 원래라면 안 넘어갈 거였다. 왜냐하면 얘가 의리가 있었다. 뭐든지 다 지키려고 그랬고"라며 "그런데 회사가 문제가 됐다. 주변에 10명이 넘는 우리 식구들을 (검찰이) 싹 다 잡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회장) 친동생도 구속시켰다. 방용철(부회장)도, 양선길(사촌), 박○○, 엄○○ 다 구속됐다. 그러다 보니까 회사가 엉망이 되고, 제수씨들은 국세청 동원해서 다 신용불량자 만들어버리고 그러니까 얘가 이제 이러다 죽겠다 싶으니까 (검찰과) 맞장구 치고 나간 것"이라고 했다.

 

조 씨는 검찰이 요구한 사항은 "이화영이를 잡아, 제대로 잡자, 그러면 이재명이 자동으로 잡힌다, 이런 스토리 테마였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작년까지도 KH그룹 관계자 만나

 

조 씨는 현재 다른 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 중이지만, 그가 권 의원과 관련해 한 진술들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조 씨는 쌍방울그룹과 순환출자 등으로 얽혀 사실상 경제 공동체로 여겨지는 KH그룹 핵심 관계자로, KH그룹 배상윤 회장의 구명을 위해 대통령실과 당시 여권 인사들을 접촉하며 로비스트처럼 움직인 정황이 여러 군데에서 확인된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왼쪽)과 KH그룹 부회장 조아무개 씨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만난 모습. 2025.6.30. 시민언론 뉴탐사 보도 갈무리

 

조 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실제 권 의원과 만났고, 당시 사진이 최근 <매불쇼>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같은 달 권 의원과 조 씨가 나눈 통화 녹취에서는 권 의원이 KH그룹 배상윤 회장에게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하도록 하고, 금전을 요구한 정황이 담겨 있기도 하다.

 

"가짜뉴스…권성동에게 물어봐라"

 

다만 이러한 정황에도 대북송금 사건 초기 쌍방울그룹 김 전 회장 등에 대한 회유와 관련해 언급된 인물들은 모두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거나 답변을 회피했다.

 

김경수 전 대검 중수부장은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김 전 회장 쪽과 접촉한 여부를 묻자 "내가 뭐라고 얘기할 내용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전 부장은 "권성동이는 친구니까 가끔 안부전화도 하고 이런저런 대화도 하고 있다"면서도,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서는 "권성동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최재경 전 대검 중수부 수사기확관은 <뉴탐사>의 문자 질의에 "제가 모르는 사람들이라 어떤 내용인지 모르겠으나 가짜뉴스"라며 "그런 일이 있으면 성을 갈겠다"고 했다. 쌍방울이나 KH그룹 인사들과 접촉한 사실에 대해서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권 의원은 <민들레>와 <뉴탐사>가 여러 차례 전화를 시도하고 텔레그램 메신저 등으로 문자를 남겼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