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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지검장들 '반성문'…모두가 이재명의 '로봇 태권V'

시사한매니져 2025. 7. 5. 13:23

일부 '친윤' 우려 있었지만 검찰 개혁 동참 확인

중앙지검 정진우 "검찰권 행사 잘못 바로잡아야"
'찐윤'이던 전임 이창수와 대조적…"비판 겸허히"
남부지검 김태훈 "국민 신뢰 잃었다 진지한 반성"

동부지검 임은정 "개혁의 해일, 검찰이 자초한 것"
앞서 이진수 법무차관도 "수사권 남용 과오 성찰"
이 대통령 "공무원은 인사권자 지휘 따라 움직여"
"안 따르면 바꾸면 돼…개별 인사 너무 걱정 말라"

 

새로 임명된 검찰 고위간부들이 4일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왼쪽부터 이날 출근하는 정진우 중앙지검장, 임은정 동부지검장, 김태훈 남부지검장. 2025.7.4. 연합
 

4일 취임한 서울 지역 신임 검사장들이 그간의 검찰 행태를 너나없이 깊이 반성하며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일부 '친윤' 전력을 가진 고위 검사들의 중용을 두고 시민사회에서 상당한 우려와 반발도 있었지만 이들 모두가 결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로봇 태권V'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어서 의구심을 품었던 여론도 어느 정도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정진우(사법연수원 29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현재 검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활발한 개혁 논의가 진행 중이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구성원들의 생각도 다양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시각에서 우리 검찰이 변해야 할 것은 변하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개혁 논의의 출발점이 된 우리의 검찰권 행사에 대해 스스로 솔직하게 되돌아보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검찰의 힘은 국민의 신뢰로부터 나오고 국민의 신뢰는 공정한 검찰권 행사로부터 나온다. 공정하고 신뢰받는 검찰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중앙지검 구성원들에게 호소했다.

 

또 "검찰권 행사가 공정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정확히 판단하고 그 판단을 명확히 선언해줘야 한다"면서 "지금 당장은 환영받지 못할 결론이라도 진실의 힘을 믿고 법과 원칙에 따라 자신 있게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지는 것이 검찰의 역할이며 국민들이 바라는 검찰도 바로 그런 역할을 해내는 공정한 검찰이라고 생각한다"고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거듭 강조했다.

 

정진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왼쪽 첫번째)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누리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7.4. 연합
 

정진우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시절 '채널A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하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무혐의 처분하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와 관련한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 사건'에서 당시 검사였던 이규원 조국혁신당 전략위원장을 기소하는 등 친윤 행적이 있어 요주의 인물로 지목돼 왔다. 윤석열 정부 첫 검찰 고위급 인사 때인 2022년 6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직전까지 서울북부지검장을 지냈다.

 

그러나 정 지검장은 '찐윤'이었던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과는 대조적으로 취임 일성부터 그간의 무분별한 검찰권 행사를 자성하고 국민 눈높이 및 새 정부 기조에 맞춘 과감한 개혁을 다짐해 '개과천선'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지난 정권과 가까운 인사라는 의견도 있는데 지명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도 "저에 대한 평가는 평가하는 분들의 몫"이라며 "그런 비판이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귀 기울여 듣도록 하겠다"고 낮은 자세를 보였다.

 

김태훈 신임 서울남부지검장이 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7.4. 연합
 

본래 개혁 성향인 김태훈(사법연수원 30기) 신임 서울남부지검장 역시 이날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 신뢰를 되찾기 위해 성찰하는 자세로 검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아픈 부분은 국민들로부터 중립, 공정한 기관이라는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이라며 "신뢰를 되찾는 첫걸음은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다. 검찰 본연의 역할로 되돌아와 소임을 다하는 방법 외에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되찾는 지름길은 없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검찰력은 범죄로부터 피해자 인권을 보호하고 수사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탄생했다"며 검찰제도의 태동 배경을 거론하고 "검찰의 가장 중요한 근본은 다수 선량한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며 민생 침해 사범, 여성·아동·약자 대상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 및 인권 옹호를 주문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평범한 민생 사건이라도 피해자와 피의자의 인권이 중요하게 걸린 사건은 검사실 한 곳 또는 검사 한 분의 역량에만 의존하지 않고 철저하게 보강될 수 있도록 검찰 수사력을 배분하고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태훈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때 법무부 검찰과장으로서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을 보좌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의 직제개편안을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검에서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4차장으로 영전했다. 4차장 시절 윤석열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했지만, 이듬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산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김 지검장은 지난해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검찰 내부망에 "포고령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즉각 수사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이 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5.7.4. 연합
 

검찰 내에서 초지일관 '호루라기' 역할을 해온 임은정(사법연수원 30기)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은 "검찰권을 감당할 자격이 있는지 우리는 이제 답해야 한다"며 가장 신랄한 취임사를 남겼다. 임 지검장은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검찰은 정의와 죄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라며 "언제나 틀리는 저울도 쓸모없지만, 더러 맞고 더러 틀리는 저울 역시 믿을 수 없기에 쓸모가 없다. 검찰은 정확도를 의심받아 고쳐 쓸지 버려질지 기로에 놓여 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간의 검찰 수사를 두고는 "특정인과 특정 집단에 대한 표적 수사가 거침없이 자행됐고 특정인과 특정 집단에 대한 봐주기가 노골적으로 자행된 것은 사실"이라며 "표적 수사와 선택적 수사, 제 식구 감싸기와 봐주기 수사를 인정하자"고 했다. 나아가 "우리는 검찰권을 사수할 때 집단행동도 불사했고 검찰의 잘못에는 침묵했다. 불의 앞에서의 침묵과 방관은 불의에의 동조"라며 "우리 모두 잘못했다"고 고해성사를 이어갔다.

 

구체적 사례로 김학의 전 법무차관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언급하며 "표적 수사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숱한 피고인들이 기나긴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검찰은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사법 피해자들 앞에 우리가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수사구조 개혁의 해일은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며 "검찰권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하자"고 역설했다.

 

이진수 신임 법무부 차관이 3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신의 취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6.30. 연합
 

앞서 '윤석열 사단'의 일원으로 의심됐던 이진수(사법연수원 29기) 신임 법무부 차관도 지난달 3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을 통해 "그동안 여러분들의 노력과 공헌으로 업무의 지속적인 개선과 발전이 있었지만, 법무·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매우 낮고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은 것이 현실"이라고 전제한 뒤 "그동안 검찰 수사가 공정과 형평, 절제의 가치를 온전히 지키지 못하고 수사권 남용이나 편파수사 논란이 지속해 제기되는 등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과오가 있었음을 겸허한 자세로 성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검찰 개혁 과제에 대해 적극적인 소통과 논의를 통해 국민과 언론, 검찰 내부에도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이를 통해 검찰 개혁이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검찰이 더욱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관으로 거듭나고 국민에 대한 형사사법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받아들이고 정부와 검찰 내부 간 소통·조율 역할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표명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7.3. 연합
 

당연한 얘기지만 이들 고위 검사의 공직자로서의 운명은 이재명 대통령 의중에 달려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검찰 인사를 둘러싸고 지지층 내에서 논란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특유의 '로봇 태권V론'으로 설득을 시도한 바 있다. 그는 "최근 검찰 인사 관련해 이런저런 지적들이 있다"면서 "직업공무원들은 지휘자, 인사권자에 따라서 움직이게 돼 있다. 개별적 역량을 갖고 있고 국가에 충성하고 부정부패를 저지르지 않는 기본적 소양만 있으면 결국 지휘자가 지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돼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예를 들어 공직사회는 로봇 태권V 비슷해서 그 자체로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 결국은 그 헤드에, 조종간에 철수가 타면 철수처럼 행동하고, 영희가 타면 영희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철수나 영희가 아무것도 안 하면 결국 공직사회 그 자체가 제자리에 주저앉아서 엉뚱한 행동을 하게 된다"며 "직업공무원들은 국민이 선출한 대표, 국민의 주권 의지를 대행하는 지휘관에 따라서 움직이는 게 의무다. 결국 최종인사권자, 지휘자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사는 그 자체가 목표 또는 목적이 아니고 어떤 정책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다. 어떤 정책을 채택할 것이냐, 또는 어떤 정책에 대해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거냐를 갖고 평가·판단하는 게 좋지 않을까, 좀 시간을 주고 기다려 주면 어떨까 한다"며 "말씀 드린 것처럼 그게 누구든 간에 직업공무원은 선출된 권력의 의사에 따를 수밖에 없다. 안 따르면 바꾸면 된다. 임기가 있는 선출직과는 다르기 때문에 제가 아무 때나 바꾸면 된다. (검찰 개혁은) 대통령이 결단할 사안, 국회가 입법할 사안이어서 개별 인사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전했다. <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