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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유병호, ‘김건희 후원’ 21그램 출석조사 막았다

시사한매니져 2025. 7. 7. 11:06

“지게차 업체까지 소환”…김건희 후원 21그램만 봐준 감사원

유병호, 관저 의혹 출석조사 요구한 감사관 질책
조은석 ‘부당감사’ 문건 작성…이메일 등 물증 있어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사무총장 시절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업체인 21그램을 직접 조사하려던 감사관들을 질책하고, 대신 서면 조사를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21그램 직접 조사가 빠진 감사종료보고를 받고도 사실상 묵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런 감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조은석 감사위원 작성 문건, 사무총장 지시가 담긴 실무진 이메일 등이 남아있다고 한다. ‘김건희 특검법’에 따라 관저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등도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 대상이다.

 

“유병호 지시 따라 21그램에 ‘출석조사 없음’ 메일”

 

참여연대의 국민감사청구로 2022년 12월 시작한 관저 감사의 핵심은 김건희씨 후원업체였던 21그램이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데도 어떻게 증축 공사를 따냈는지였다. 감사 초기 실지감사를 맡은 감사관들은 감사원법 제50조를 근거로 민간업체인 21그램에 ‘출석 조사’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부분 등을 추가로 묻거나 추궁하기 위해 대상자를 출석시켜 조사하는 것이 감사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왼쪽),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오른쪽 물 마시는 사람). 연합
 

그러나 이를 보고받은 유병호 사무총장이 실무자를 질책하며 출석 조사가 아닌 질문서만 보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질문서 방식은 통상 감사 대상 기관장에게 의견을 물을 때나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당시 감사 과정을 아는 전직 감사관은 6일 한겨레에 “유병호 사무총장 지시에 따라 실무진이 ‘출석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이메일을 21그램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했다.

 

관저 실지감사를 총괄하던 과장이 2023년 2월 갑자기 사표를 내자 ‘사무총장과의 갈등’이 이유라는 말이 나왔다. 이후 감사원 내 ‘유병호 라인’이 맡아 1년 가까이 진행한 관저 감사는, 지난해 3월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감사종료보고’를 한 뒤 최종 의결을 받기 위해 그해 5월 감사위원회의에 부의됐지만 부결됐다. ‘21그램 등을 직접 조사하지 않은 감사가 말이 되느냐’는 조은석 감사위원(현 내란 특별검사)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심인 김영신 감사위원은 ‘문제없다’고 했지만, 조 감사위원이 추가 조사 필요성 등을 담은 장문의 문건을 작성해 감사위원들에게 배포하며 부결을 끌어냈다고 한다.

 

2023년 10월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조은석 감사위원(현 내란 특별검사)이 답변하고 있다. 최재해 감사원장(가운데)과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오른쪽·현 감사위원). 연합
 

당시 감사원은 21그램의 하청을 받은 설계·감리업체 등은 모두 출석 조사를 했다고 한다. 감사 내용을 잘 아는 다른 인사는 “지게차 업체까지 직접 조사를 했다”고 전했다. 불법 하도급을 준 21그램만 출석 조사가 아닌 서면 조사로 충분하다는 납득할 수 없는 감사 지휘를 한 것이다. 결국 불법 증축 핵심 업체인 21그램과 원담종합건설 출석 조사는 감사위원회의 부결 뒤에야 이뤄졌다. 이후에도 감사원은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진술 등을 근거로 김건희씨 서면 조사도 하지 않았다.

 

21그램 직접 조사가 빠진 감사 진행과 감사 결과 부의에는 최재해 감사원장,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 김영신 감사위원, 최달영 사무총장, 최재혁 행정안전감사국장, 손동신 당시 행정안전1과장 등이 관여했다. 한겨레는 유병호 감사위원에게 여러 차례 통화 시도와 함께 문자메시지를 통해 21그램 서면 조사를 지시한 이유 등을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 김남일  신형철 기자 >

 

민주 “감사원, 고문에 가까운 감사로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날조”

‘부동산원 협박성 감사’ 정황에 감사원 개혁 밝혀

 

 
 
                      감사원 전경. 김혜윤 기자 
 

대전지법에서 진행된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 사건’ 재판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원이 전 정권 청와대를 겨냥한 압박조사를 한 정황이 드러난 것과 관련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철저한 조사와 감사원 개혁을 하겠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감사원의 정치감사, 조작감사를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감사원이 윤석열 정권의 정치 사냥개였음이 재판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통계조작이라는 각본을 짜고 감사원은 그 시나리오에 충실히 움직였다”며 “국회와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감사원의 위법적이고 반민주적인 행태를 낱낱이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부동산원 직원들을 새벽까지 붙잡아두고 협조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등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며 “부동산원 직원간 대화에선 감사 목적이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감사가 아닌 명백한 정치공작”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를 통계법 위반 혐의로 몰아세웠지만, 정작 통계를 실제로 다룬 부동산원 실무자는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 조작된 것은 통계가 아니라 정권의 프레임이었다. 이는 감사원이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감시자가 아니라 권력의 하수인이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도 관련 첫 보도가 나온 지난달 30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감사원이 ‘끼워 맞추기’ 감사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정치보복 돌격대’ 감사원이 벌인 정치보복의 진상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감사원은 부동산원 직원들을 고문에 가까운 고강도 감사로 괴롭혀서 있지도 않은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을 지어낸 것”이라며 “정권 차원에서 기획된 표적·조작 감사이고 기소임을 뚜렷이 보여준다”고 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전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30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그동안 감사원이 얼마나 정권의 사병처럼 움직였는지, 감사원 개혁이 왜 필요한지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라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망각한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엄벌해야 한다. 최달영 사무총장의 즉시 교체 및 수사, 임기가 보장된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위원에 대한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 감사원 개혁 또한, 무너진 법치와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감사원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 최예린 기자 >

 

‘부동산원 겁박’ 감사원, 넉달간 대구 직원 서울 ‘수시 호출’

대구 부동산원·세종 국토부 직원 상대
감사기간 종료 뒤에도 ‘출석조사 남용’

 

 
 
감사원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마친 뒤 감사원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혜윤 기자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 감사 당시 공식 발표한 감사기간이 끝나고도 4개월 넘게 주요 감사 대상자 여러명을 상대로 집요하게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 통보를 전제한 ‘감사실시’가 종료된 뒤에도 기관 직원들을 수시로 불러 출석조사를 한 건데, 감사 대상의 인권 보호와 업무부담 최소화를 위해 ‘과도한 출석문답‘와 ‘권한 남용’을 금지한 감사원법에 어긋나는 ‘위법 감사’란 지적이 나온다. ‘통계조작 의혹 사건’에서 감사원의 ‘압박조사 정황’과 함께 해당 재판의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6일 한겨레 확인 결과, 감사원은 해당 사건의 감사실시 기간(2022년 9월26일∼2023년 3월31일) 이후인 2023년 8월8일까지 다수의 감사 대상자를 서울의 감사원 사무실로 출석시켜 조사했다. 주요 감사 대상 기관인 부동산원 본사는 대구에, 국토교통부는 세종에 있다. 감사원은 한 달여 뒤인 2023년 9월13일 검찰에 수사요청서를 보내면서 감사실시 기간을 넘겨 장기간 추가 조사한 내용은 뺀 채 ‘2022년 9월26일∼2023년 3월31일 감사를 실시한 결과 범죄혐의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 뒤늦게 지난 4월 발표한 감사보고서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지난달 25일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주요 감사 대상자이던 ㄱ씨(한국부동산원 전 주택통계부장)가 감사실시가 끝난 뒤에도 2023년 4월12일부터 43일 동안 2∼3일에 한 번꼴로 서울 감사원에 불려가 조사 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총 20차례의 ㄱ씨의 감사원 출석조사 중 감사실시 기간 안에 한 건 4차례뿐(1번은 감사준비 기간 진행)이고, 그 이후인 4∼5월 집중적으로 15차례 출석문답이 이뤄졌다. “국토부·청와대 압박으로 통계조작 했다”는 ㄱ씨 핵심 진술도 감사실시 종료 뒤 나온 것이다.

 

지난 재판에서 피고인 쪽은 “이는 감사의 필요성 때문이 아닌 수사요청을 전제로 감사원이 검찰에게 제공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감사실시가 종료 뒤 작성된 감사 문답서는 감사원 규정상 위법한 증거로, 이를 토대로 한 감사원의 수사요청과 검찰의 수사·기소 모두 무효”라고 주장했다.

 

실제 감사원 규정은 감사대상의 인권보호와 부담 최소화하기 위해 ‘출석조사 남용’을 제한한다.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17조)’은 “출석답변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감사목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앞서 ‘감사기본 원칙’에는 △관계자 등의 인권 존중과 적법절차 준수 △ 감사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감사 △ 권한 남용 금지 △ 감사실시와 자료제출 요구로 인한 감사 대상자의 부담 최소화 등이 적시돼 있다 .

 

그럼에도 감사원은 전혀 다른 개념인 ‘감사실시’와 ‘실지감사’를 맞바꿔 쓰며, 공식 감사실시 기간 뒤에도 멋대로 ‘실질적인 감사’와 다름없는 집중 조사를 벌였다. 감사원 규정상 ‘감사실시’는 감사계획에 따라 감사준비 뒤 대상기관에 조사기간 미리 통지하고 진행하는 ‘실질적인 감사행위’ 자체를 뜻한다. 반면 ‘실지감사’는 ‘감사관을 현지에 파견해 하는 조사’로 서면감사에 반대되는 감사행위 방식에 불과하다. 그러나 감사원은 검찰 수사요청 때엔 ‘감사실시 기간’이라고 밝힌 것을, 1년6개월 뒤 보고서에는 ‘실지감사 기간’으로 바꿔 발표하며 혼동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통상적인 관행”이라며 ‘문제 없다’는 태도다. 감사원 대변인실은 “(추가 출석조사는) 실지감사 뒤 의견청취 과정에서 한 후속조처다. 후속조처이기 때문에 수사요청서와 감사보고서에 따로 기재하지 않았고, 그동안 통상적으로 그렇게 해왔다. 이 건에 대한 추가 조사가 특별히 길어진 건, 조사 대상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출석조사는 ‘필요 최초한도’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최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