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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뒤 핸드폰 세 번 바꾼 김태효, 마침내 꼬리 잡히나...특검서 소환
시사한매니져
2025. 7. 9. 00:29
윤석열과 특수 관계지만 내란 행적은 베일에
3개 특검 중 순직 해병 특검이 11일 첫 소환
직권남용 피의자 신분…'VIP 격노' 회의 멤버
내란 특검도 외환 혐의 등으로 곧 소환할 듯
비상계엄 전 강원 속초 HID 부대 이례적 방문
국가안보실 내에 HID 중령 포함된 TF 운영도
특히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 관여 여부에 눈길
"평양 인근 추락 무인기 더 있어…안보실 지시"
미 대사에 "반국가 세력 척결 계엄 불가피" 의혹
윤 파면 뒤 백악관 방문 "폭넓은 협의"도 수상해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 행적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마침내 특검 수사의 칼날 위에 놓였다. 김 전 차장은 12·3 비상계엄 이후에만 휴대전화를 최소 3차례 바꾼 사실이 드러나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 왔다.
익히 알려진 대로 그는 윤석열의 외교·안보 라인 최측근이자 '아크로비스타 이웃'이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이 지난 4월 19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에 돌아왔을 때 아파트 입구까지 나와 환영의 꽃다발을 안겨줬던 이가 김 전 차장의 모친이었을 정도로 공적‧사적으로 밀접한 특수 관계다. 그런 인물이 윤석열의 명운을 건 비상계엄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했으리라는 게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는데 결국 특검 수사가 김 전 차장을 조여가기 시작했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외압의 핵심 열쇠인 'VIP 격노설'을 규명하기 위해 오는 11일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은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발동하게 된 여러 방아쇠 중 하나로 꼽혀 왔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포함해 현재 가동 중인 3개 특검 통틀어 김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건 순직 해병 특검이 처음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8일 서초구 순직 해병 특검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른바 VIP 격노설과 관련해 2023년 7월 31일 수석비서관 회의 참석자 중 한 사람인 김 전 차장을 11일 오후 3시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라며 "당시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보고받은 내용과 지시한 내용을 포함해 회의 이후 대통령실 개입이 이뤄진 정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VIP 격노설은' 윤석열이 지난 2023년 7월 31일 오전 11시쯤 용산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에 관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하면서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회의 직후인 오전 11시 54분 대통령 경호처 명의의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고, 통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해 경찰 이첩 보류 및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윤석열의 격노 불과 이틀 뒤인 8월 2일에는 국방부 검찰단이 나서 이미 경북경찰청에 이첩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기록을 불법적으로 회수하고 재검토를 거쳐 주요 혐의자에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제외했으며, 이종섭 장관은 국방부 검찰단장에게 박정훈 수사단장의 항명 혐의를 수사하도록 지시하고 김계환 사령관은 박 단장에게 보직 해임을 통보하는 등 폭압적 조치가 이어졌다.
윤석열이 주재한 해당 수석비서관 회의의 참석자는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1차장, 임기훈 국방비서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은 지난해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수석비서관 회의 때 채 상병 사건 관련 보고는 없었다며 "윤 대통령이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한 적은 없다"고 격노설을 부인한 바 있다.
반면 특검팀은 박정훈 전 수사단장에게 'VIP 격노' 사실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받아온 김계환 전 사령관을 전날 소환해 12시간 동안 고강도 조사를 마친 상태다. 정민영 특검보는 "김 전 사령관 진술 내용을 확인해 줄 수는 없지만 그가 명시적으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면서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2023년 8월 2일 이첩한 수사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과정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효 전 차장이 특검에서 조사받아야 할 혐의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12·3 비상계엄을 전후한 수상한 행적들로 인해 머지않아 내란 특검에도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김 전 차장은 2023년 6월 1일 강원도 속초 소재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4성 장군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이 같은 제보 내용을 공개하며 "원래는 윤석열 대통령도 같이 가려고 했는데 취소되고 김태효 차장이 간 것이다. 김 차장은 HID 부대원들의 훈련 모습도 자세히 체크했다"면서 "외교를 담당하는 1차장이 왜 여기를 간 건지 심히 의심스럽다. 저도 39년 동안 군 생활을 하고 육군 대장으로 전역했지만 HID는 비밀부대라 한 번도 간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파공작원들을 비상계엄 및 내란에 동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인데, 당시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김 전 차장의 HID 부대 방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1년 6개월 전에 있었던 군부대 격려 방문을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며 계엄과는 무관하다고 전면 부인했다. 김 전 차장 본인도 국회에서 열린 내란 국정조사에 출석해 "주 방문 목적은 '몇 년 동안 근무수당이 열악하다'고 해서 처우 개선에 도움을 주려고 간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려워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비상계엄 1년 전부터 국가안보실 내에 HID 출신 현직 군인을 포함한 극비 태스크포스(TF) 조직이 가동됐다는 의혹도 있었다.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 속초 HID 부대에서 근무한 중령이 2023년 12월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 현안 대응팀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례적인 인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중령과 국정원 직원 등 정보기관 출신 요원 서너 명으로 구성된 비밀 TF를 김 전 차장이 관리했다는 의혹 역시 대통령실은 강하게 부정했었다.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으로, 문재인 정부 때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이라는 해명이었다.
김 전 차장은 특히 국가안보실 실세로서 지난해 10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민주당 측은 당시 국가안보실이 공식 명령 계통인 국방부와 합참을 건너뛰고 직접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투입을 지시해 북한의 도발, 즉 비상계엄의 요건인 전시·사변을 유도했다는 주장을 집중 제기해왔다. 이는 윤석열의 외환(外患) 유치 혐의 중 핵심을 이룬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주장을 한 민주당 의원들을 허위사실 유포로 경찰에 고발했지만 현재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평양 무인기 사건을 본격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JTBC는 7일 <평양 인근 추락한 무인기 1대 더 있었다>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통해 "북한이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한 대 외에 한 대가 더 북한에서 추락했다는 진술을 내란 특검이 확보했다. '대통령 국가안보실의 지시를 받았다'는 게 당시 작전에 참여했던 군 관계자의 진술"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