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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찬양 리박스쿨 대표 "나는 언론보도 피해자" 뻔뻔 주장

시사한매니져 2025. 7. 11. 12:21

국회 청문회 나와 "학살 판단할 수 없다"

"애국 현장에서는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
'사과하라'는 말에 끝까지 대답 회피할 뿐

본인이 '마녀사냥'당한 언론의 피해자인 양 
손 대표 추천자 "검증할 위치도 아니었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리박스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7.10. 연합
 

"저희가 하고 있는 역사 교육은 이승만과 전두환을 바로 알리는 것입니다. 최근 전두환 명예 회복을 하는 교육을 하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여론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기술을 공유하는 그런 공부가 계속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리박스쿨에서 스마트폰 교육을 무료로 제공할 테니 여러분은 언제든지 오셔서 공부하길 부탁드립니다."

 

2022년 11월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극우 단체 '자유와 연대' 출범식에서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가 한 발언이다.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리박스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손 대표는 그가 옹호한 전두환이 '학살자'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연히 자신의 행위에 대해 사과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언론으로부터 마녀사냥을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손 대표에게 "손효숙 대표가 한 발언이 역사 정의가 맞냐"며 "지금 이 자리에 (손 대표가) 있는 것은 역사 정의에 맞지 않고 헌법적 가치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전두환을 바로 알리겠다는 것인가. (전두환이) 5·18광주민주화운동 학살과 관련해서 잘했다는 거냐"고 물었다.

 

손 대표는 "애국 현장에서는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며 "대통령마다 공과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수많은 국민을 학살하는 것을 용인하는 게 애국이냐"며 "(전두환) 대통령이 공과가 있다고 했는데 무고한 국민을 학살한 게 애국이냐. 그것이 공이냐"고 몰아붙였다.

 

손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도 전두환이 '학살했는지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며 자신은 '공직자, 교육자도 아닌 일개 시민'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에 "일개 시민이 전두환 옹호 운동을 하냐"며 "이승만 정부 거창양민학살사건을 아냐, 박정희가 한 사법살인을 아냐. 손 대표는 '여론전'을 해야 된다, 스마트폰 교육시켜야 된다고 하는데 그 돈은 어떤 애국 세력이 주는 거냐"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여론전을 두고도 '스마트폰 이용법을 알려주는 것 뿐'이라며 비껴갔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라는 책을 들고 보여줬다. 해당 책은 '뉴라이트 사관'에 입각해 일제 식민 지배를 미화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 책은 한국학 중앙연구원 김주성 이사장이 추천서를 쓰고 손 대표와 가까운 대한민국교원조합에서 만든 책"이라며 "김주성 씨는 리박스쿨 임원으로 있으면서 정치학교장"이라며 "이런 책이 보급되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헌법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호 위원장은 손 대표의 발언을 듣고 "공감능력이 너무 떨어진다"며 "나도 희생자 가족인데, 이렇게 무렴치한 발언을 했으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지 않냐. 기회를 줄테니 지금 같은 극우적 생각으로 파장을 일으킨 거에 대해 5·18광주민주화 유족들과 민주화 진영 사람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10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리박스쿨 청문회에 참석해 극우 역사교육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7.10. 연합
 

손 대표는 "'내 발언에 문제가 있다면' 사과를 해야겠지만…"이라고 자신의 잘못이 없는 듯처럼 말끝을 흐렸다. 2022년 자유와 연대 출범식에서 한 발언을 두고 '오래된 일'이라고 둘러댔다. 그는 자신의 극우적 발언에 대한 반성은커녕 "(리박스쿨 관련 첫 언론 보도가 나온) 지난 5월 30일 이후 마녀사냥을 당해 심신미약자가 됐다"며 피해자 행세를 했다. 

 

'본인이 교육부 정책자문위원으로 있던 지난 2월 초 교육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에게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반대하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마치 학부모인 것처럼 보낸 것이 사실이냐'는 질의에 "그렇다"면서 "자문위원으로서 보낸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당시 손 대표는 교육부 교육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리박스쿨 역사관 논란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지난달 1일 자로 손 대표를 해촉했다. 원래 임기는 6월 12일까지다.

 

손 대표를 교육정책자문위원으로 추천한 이수정 전 교육부 자문관도 청문회에 나왔다. 이 전 자문관은 "정책자문위를 구성한다고 해서 학계 교수님들께, 현장 의견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분들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며 "여러분이 손 대표를 추천했고, 저는 특별한 의견 없이 해당 부서에 그 추천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자문관은 "리박스쿨 활동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고, 기사를 통해 보고 많이 놀랐다"며 "손 대표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검증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손 대표가 이사로 있는 한국늘봄교육연합회와 교육부의 업무협약(MOU) 체결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고 MOU를 맺으라는 말을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그는 "행복교육공사단이라는 단체의 장이 교육부 해당 부서에 MOU를 맺고 싶다고 민원을 넣었는데 (교육부가) 답이 없다고 해서, 해당 부서에 검토를 한 번 더 해보고 확인해 달라고 했다"며 "해당 부서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준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이 전 자문관은 "이런 의혹들로 염려를 끼친 부분에 대해서는 대단히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리박스쿨과 관련해 제게 제기된 의혹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김민주 기자 >

 

'리박스쿨'은 역사 왜곡 실험실... 시대착오적 인물숭배

피로 얼룩진 권력욕을 리더십으로 포장

이·박 독재는 신화가 아니라 비판의 대상

청년세대에 민주 감각 교육 필요한 시기
'리박스쿨' 퇴학 조치 내려야 마땅하다

 

보수 성향 단체 '리박스쿨'의 댓글 여론 조작 관련 보도가 나온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한 빌딩에 리박스쿨 사무실 간판이 붙어 있다.2025.6.2. 연합

 

‘교육’이라는 이름의 독재 세탁소

 

최근 공개된 콘텐츠 ‘리박스쿨’은 제목부터 낯설고 불길하다. 이승만과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의 이름에서 성을 따온 이 프로그램은 이들을 마치 학교의 ‘교장’처럼 설정해 ‘리더십’을 배우는 형식이다. 그러나 그 실체는 교육의 외피를 입은 정치 콘텐츠이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냉소와 역사왜곡, 그리고 시대착오적 인물숭배에 다름 아니다.

 

‘역사를 재조명한다’는 명분 아래 리박스쿨이 선택한 방식은 지나치게 편파적이다. 이 콘텐츠는 두 독재자의 업적만을 과장하고, 그들의 폭력적이고 반민주적인 행보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침묵하거나 가볍게 넘긴다. 예능이라는 형식을 빌려 역사적 균형을 잃은 해석을 시청자에게 쉽게 주입시키는 이 프로그램은 교육이 아니라 ‘정치적 세뇌 실험실’이다.

 

이승만: 독립운동가였지만, 민주주의자였나?

 

이승만의 삶은 분명 복잡하다. 일제강점기에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다는 점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록이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유산은 해방 이후 철저히 민주주의와 배치된다. 그가 1948년 정부 수립 직후부터 보여준 통치는 민의를 존중하기보다는 억누르고 통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전쟁 전후의 ‘보도연맹 학살’이다. 좌익계열 인사 혹은 그와 연루되었다고 추정된 수십만 명이 국가 권력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학살됐다. 이는 전쟁기 혼란이라는 변명으로 용납될 수 없다. 명백한 국가 주도 반인륜 범죄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최소 10만 명 이상이 이승만 정부에 의해 처형되었고, 이 과정은 비공개·비법적 절차로 진행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1952년에는 대통령 직선제를 밀어붙이기 위해 군을 동원해 국회를 포위했고, 1954년에는 ‘사사오입 개헌’이라는 전무후무한 숫자 장난으로 3분의 2 찬성을 끌어낸 척 헌법을 개정했다. 이런 인물이 ‘건국의 아버지’라 불릴 자격이 있는가? 민주주의가 그의 손으로 시작되었다는 주장은 피로 얼룩진 권력욕을 ‘리더십’으로 포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박정희: 산업화 신화의 그늘은 민주주의의 붕괴였다

 

박정희를 이야기할 때 반복되는 문구가 있다. “그래도 경제는 살렸잖아.” 이 말은 사실상 정치적 무책임의 상징이다. 물론 그의 정권 아래서 산업화가 추진됐고, 수출이 증가했으며, 국가 인프라가 성장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전체주의적 동원체계’의 결과였으며, 그 체계 하에서는 국민의 권리와 자유가 지속적으로 침해받았다.

 

1961년 5월 16일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그는 처음엔 ‘과도정부’를 자처했지만, 결과적으로는 18년에 걸친 장기집권으로 나아갔다. 1972년 유신헌법은 그 정점이었다. 이 헌법은 행정부의 권력을 극대화하고, 국회의 기능을 약화시키며, 대통령에게 입법·사법·행정 전반에 절대권력을 부여했다. 형식만 남은 헌정질서 아래에서, 박정희는 비판을 불허하는 절대 권력자가 되었다.

 

그 시절, 노동자는 인간이 아니라 부품으로 취급받았다. 노동 3권은 부정당했고, 언론은 통제당했으며, 학생들은 감시와 사상 검열 속에서 생활했다. 인혁당 사건, 긴급조치 시대, 정치적 고문과 실종. 이 모든 고통을 단지 '산업화의 대가'로 치부할 수 있는가? '고속도로'와 '수출 증가'가 박정희 정권의 실적이라면, '표현의 자유 압살'과 ‘공포 정치의 일상화'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뉴스타파는 '리박스쿨' 잠입 취재를 통해 이번 대선을 앞두고 '자손군'이라는 댓글팀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띄우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비방하는 활동을 체계적으로 벌여왔다고 30일 보도했다. 뉴스타파 홈페이지

 

예능이란 포장지 속 역사 왜곡, 더 위험하다

 

리박스쿨은 예능 형식을 빌려 이 모든 과거를 ‘가볍게’, ‘웃기게’ 포장한다. 그러나 역사 왜곡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웃음 뒤에 감춰진 의도야말로 더 치명적이다. 대중문화는 반복과 익숙함을 통해 정당성을 형성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결국 예능을 통한 역사 왜곡은 무의식적 동의를 불러일으키고, 정치적 판단력을 마비시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청년 세대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업률, 주거 불안, 정치 혐오 속에서 자란 청년들에게 '과거의 강한 리더십'을 낭만적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일은, 무책임한 마취다. '그때는 잘 나갔다'는 말이 반복될수록, 청년의 미래는 과거 회귀적 정치에 갇히고 만다.

 

우리가 배워야 할 ‘교장’은 누구인가

 

리박스쿨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교장처럼 그린다. 그러나 이들이 진정 교육자적 리더였던가? 그들이 국민에게 가르친 것은 복종, 침묵, 그리고 무조건적 충성뿐이다. 그건 ‘교육’이 아니라 ‘군기’다.

 

진정한 교장은 국민이다. 우리는 4.19 혁명으로 부정선거를 심판했고, 5.18 광주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켰으며, 6월 항쟁으로 다시 헌법을 되찾았다. 그런 국민적 수업이 있었기에 오늘의 민주주의가 있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교장으로 모신 순간, 대한민국은 학교가 아니라 병영으로 전환된다.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방과후강사분과 조합원들이 보수 성향 교육단체 '리박스쿨'이 서울 일부 초등학교에 늘봄 강사를 공급한 것을 규탄하며 방과후수업 외주 위탁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2025.6.10. 연합

 

지금 필요한 건 ‘리박’이 아니라 ‘디박’이다

 

우리는 지금 ‘디박스쿨’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코딩하고(Decode), 디컨스트럭션하며(Deconstruct),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민주주의 감수성을 확장하는 교육. 독재의 유산을 신화가 아닌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청년 세대가 주체적으로 역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민주적 감각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결코 한 번의 선거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끊임없는 경계, 참여, 그리고 교육을 통해 재구성되어야 하는 시스템이다. 과거를 회피하거나, 편리하게 포장할수록 민주주의는 퇴행한다. 지금 우리가 리박스쿨에 ‘퇴학 조치’를 내려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를 잊은 사회, 미래를 저당 잡힌다

 

오늘날 리더십의 위기를 독재 미화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다. 강한 리더는 필요하지만, 그것은 국민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강함이어야 한다. 독재는 강함이 아니라 비겁함이다. 비판을 두려워하고, 권력을 독점하며, 국민을 수단화하는 통치는 결코 리더십이 아니다.

 

리박스쿨은 말한다. “과거를 통해 배워라.” 맞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배워야 한다. 그러나 배워야 할 것은 독재자의 리더십의 신화가 아니라, 그것이 남긴 상처와 폐해다.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그 어두운 순간들을 직시해야 한다.

 

기억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묻느냐가 앞으로 이 사회가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갈지를 결정짓는다. ‘리박스쿨’은 과거로의 회귀를 상징하지만, 우리는 거기서 멈추지 않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다.  < 김성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