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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공격받는 불굴의 '내부 고발자' 임은정
시사한매니져
2025. 7. 12. 23:48
프레임 작동시켜 검찰 개혁 막으려는 친검 언론
검찰 수사권 분리 반대하며 '소신' 바뀐 안 검사
언론의 또다른 단골 소재인 김예원 변호사 주장
'사회적 약자 위해 검찰 수사권 지키자'는 기만극
불굴의 용기로 내부 고발해 온 임은정 검사의 길
무소불위 검찰-언론 카르텔에 맞선 기적의 시간
며칠 전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검찰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족벌언론들과 친검찰 언론과 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수많은 기사를 써서 올리며 '이렇게 소신 있는 정의로운 검사도 비판하고 있으니 역시 임은정은 친민주당 정치검사일 뿐'이라는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려고 애쓰고 있다.
안 검사는 "검사장님께서 검찰이 바뀌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발견한 현답을 후배들에게 알려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했지만, "정치로부터 독립이 검찰 개혁"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임 지검장을 비판했다. 임 지검장이 취임 후 '검찰 장의사'를 자처하며 검찰 해체 수준의 개혁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안 검사의 주장을 이용해 임 지검장을 공격하는 언론들은 모두 안 검사가 과거에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했던 검사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이 만들어낸 '소신파 검사'라는 이미지를 이용해 정치적 효과를 높이려는 노골적 의도가 드러난다. 하지만 안 검사의 이러한 이미지는 다소 과장된 점이 있다.

안미현 검사가 강원랜드 사건 때 검찰 수뇌부의 외압에 반기를 들고 용기 있게 거물 정치인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수사한 것은 사실이고 분명히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때 안 검사는 친검 언론, 족벌언론, 검찰 권력 내부에서 집중적인 공격과 왕따를 당하면서 점차 자신의 입장을 조절하거나 침묵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 직후인 2019년 '조국사태'(윤석열 사단의 연성쿠데타) 때를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당시에 '당신은 조국을 편드는 것이냐'라는 의심이 나오자, 안미현 검사는 '나는 간담회 자리에서 조국 장관에게 가족 수사를 받아들이라고 주장했다'라고 변명했다. 검찰 권력의 문제점과 수사권 남용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시기에 별다른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은 셈이다.
2019년의 전 사회적 조국몰이의 광풍 속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가 극히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나중에 2022년에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이른바 '검수완박)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을 때, 안미현 검사가 검찰의 수사권 유지를 강력히 주장하며 검찰의 기득권 옹호에 나선 것은 변명해주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안 검사는 과거 자신이 담당했던 '계곡 살인사건'에서 졸속적인 수사 종결이 문제였다는 족벌언론들의 공격이 시작되자,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그 원인을 '검찰 수사권 분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족벌언론들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개인적 잘못을 난데없이 감찰 개혁이 낳은 문제로 책임을 돌려버리는 잘못된 대응이었다.
그러자 당시 검찰 지도부는 태도를 바꾸어 안 검사의 "용기"를 칭찬했고, 친검찰 성향의 족벌언론과 보수 매체들은 이러한 주장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톡톡히 우려먹었다. '검찰을 비판했던 안미현 검사도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라는 프레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안 검사는 검찰 수사권을 지키려고 하는 상징적인 인물로 검찰과 언론에 의해 활용됐다.

그 후 안 검사는 '검찰 강점기'라고 불릴 정도로 검찰 권력의 폭정과 전횡이 넘쳐났던 윤석열 정부 내내 별다른 공개적 비판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 권력의 중심인 서울중앙지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안 검사가 정말로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통한 개혁'을 소신으로 가지고 있다면, 가장 그것이 필요한 시기에 침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안미현 검사의 주장은 지금 검찰 개혁의 가장 상징적 인물인 임은정 검사를 흠집 내면서 검찰 권력의 옹호자들과 그 하수인들에게 개혁에 저항할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윤석열 사단이 막장으로 보여 준 검찰 권력의 문제와 폐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의지는 찾기보기 어렵다.
덧붙여 또한 최근 친검찰적인 족벌언론과 종편 방송들이 검찰 개혁 반대를 위해서 툭하면 인용하고 불러내서 우려먹고 있는 것에는 김예원 변호사의 주장도 있다. 김예원 변호사가 장애인 인권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동해 온 진정성은 충분히 인정받아야 하지만, '이렇게 정의롭고 진보적인 변호사도 검찰 개혁을 반대하지 않냐?'는 게 저들이 노리는 효과이다.
김예원 변호사도 오래전부터 검찰 수사권 분리나 검찰 개혁법안들에 반대해 왔는데, 그 논리는 납득하기가 어렵다. 먼저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는 검찰 수사권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라는 주장부터 우리의 경험적 사실과 맞지가 않다. 검찰 수사권의 선택적 사용이 권력자들을 위해 남용되면서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한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조작하고 보복 기소까지 하던 검사들, ‘룸살롱 99만 원’ 접대받은 검사들, 건설 노동자들을 '건폭'으로 몰아서 구속하던 검사들이 이제 와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검찰의 수사권을 지켜야 한다’라고 주장하면서 김예원 변호사의 주장을 활용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다.


김예원 변호사는 검찰 개혁 법안이 통과되면 '정치 경찰', '경찰 국가'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의견에 동조하며 "국가 폭망법"이라는 과도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 시절에 '정치 검찰'이나 '검찰 국가'의 폐해가 명백히 드러났을 때, 김예원 변호사가 현재와 같은 적극적인 비판과 반대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가지면서 생긴 문제점과 경찰 수사의 부족함에 대한 비판과 우려는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검찰 수사권의 유지를 옹호하는 것을 넘어서서 경찰 수사의 전문성 강화, 중립적 기관을 통한 수사의 공정성 감독, 피해자 이의 신청권과 시민 통제 강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처럼 여전히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언론 카르텔의 힘이 무시할 수 없게 남아있고, 그들이 안미현 검사나 김예원 변호사의 주장을 입맛대로 활용해 개혁을 막아서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거의 20여 년간 검찰 내부에서 온갖 구박, 왕따,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절대 굴복하지 않고 검찰 권력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과 고발을 해 온 임은정 검사의 존재는 너무 소중하다.
진정으로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인 임은정 검사의 고발은 항상 직설적이고 통렬했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정말 많은 전현직 검사들이 구속될 가능성이 저는 높다고 보고 지금까지 수사의 성역이었던 검찰을 수사한다면 여기는 황금어장이다. 그물만 내리면 범죄자들이 잡힐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물고기입니다', '저 물고기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고발인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그런 역할을 할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2020년 인터뷰)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로 이어지는 4개의 정권을 거치면서 검찰 개혁에 조금이라도 머뭇거리거나 주저하는 사람은 그것이 어느 정부이고 어느 정당이든 임은정 검사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더구나 임은정 검사는 "검찰 개혁이 안 되는 것은 언론과의 협업 때문"이라며 "검찰 간부들의 속기사 역할"을 하는 친검찰 언론과 기자들에 대해서도 사정없이 비판해 왔다.
자기 자신조차 개혁돼야 할 검찰 권력과 적폐의 일부라는 성찰과 자각도 잊지 않았다. “역사의 심판에서 피고인석에 앉을 검찰은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모든 검사들일 테고, 저도 검사이니 심판을 피할 길이 없네요. 부끄러워 하늘을 우러를 염치가 없습니다.”(2020년 경향신문 칼럼) 이처럼 자신이 속한 조직에 반하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도부와 선후배 동료들에게 밉보이면서 왕따의 고통을 자초하게 되고, 조직의 명예를 훼손하고 파괴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두고두고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 더구나 그 조직이 검찰이라면?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기관이고, 대통령까지 배출하고, 언론과 손잡고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조직과 등을 돌린다는 말이 된다.
모든 폐쇄적 상명하복 조직에서는 수뇌부의 눈 밖에 나면 곧바로 멋대로 짓이겨도 되는 사람이 되고, 조직 구성원 모두가 우르르 돌을 던지며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하려 하는데, 이러한 특징을 가장 분명하게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검찰이다. 이 공포에 가까운 엄청난 압력과 맞서면서 검찰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