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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열기 시작한 김태효…극구 잡아떼더니 이제 와 '윤 격노' 시인
시사한매니져
2025. 7. 13. 00:13
"채 상병 수사 결과 보고에 윤 대통령 크게 화내"
순직 해병 특검 조사에서 'VIP 격노설' 처음 인정
"2023년 7월 회의 때 임기훈 국방비서관이 보고"
종전엔 국회 질의에도 "격노한 적 없다" 철저 부인
김계환 전 사령관 진술 등 증거에 더 못 버틴 듯
윤석열 재구속 등 상황 급변에 심경 변화 가능성
계엄 관여 의혹도 드러날지 주목…내란 특검 고발

윤석열 정권의 실세였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의 핵심인 'VIP 격노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윤석열의 외교안보 라인 최측근이자 '아크로비스타 이웃'으로서 특수 관계였던 그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그간 은폐돼 있던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의 각종 의문의 행적도 진상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김 전 차장은 11일 오후 2시 50분쯤 서울 서초동 순직 해병 특검 사무실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약 7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밤 10시쯤 귀가했다. 그는 출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귀갓길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가 정말 없었는가' '순직해병 사건 이첩 보류 지시는 윤 전 대통령과 무관한가' 등 취재진 질문에 침묵을 고수하면서 다만 "(특검에서) 성실하게 대답했다"고 밝혔다.
김 전 차장은 특검 조사에서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의 시작점인 2023년 7월 31일 윤석열 주재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 당시 상황과 관련해 "임기훈 국방비서관이 채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는 요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의 격노 사실을 철저히 부인해왔던 그간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VIP 격노설'은 윤석열이 이날 회의에서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채 상병 사건을 경찰로 이첩할 예정이라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크게 화를 냈으며 이후 대통령실이 움직여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줄거리다.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회의 직후인 오전 11시 54분 대통령 경호처 명의의 '02-800-7070'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고, 통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해 경찰 이첩 보류 및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이틀 뒤인 8월 2일에는 국방부 검찰단이 나서 이미 경북경찰청에 이첩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기록을 반나절 만에 회수했다.
나아가 이종섭 장관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에게 박정훈 수사단장의 항명 혐의를 수사하도록 지시했으며 김계환 사령관은 박 단장에게 보직 해임을 통보하는 등 폭압적 조치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수석비서관회의 참석자였던 김 전 차장은 지난해 7월 1일 국회 운영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할 수 있겠는가'라는 취지의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가"라고 VIP 격노설을 집중 추궁하자 "들은 적이 없고 그 주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한 적은 없다"고 단언하는 등 시종일관 잡아뗐다.

그러나 김 전 차장에 앞서 특검에 소환됐던 김계환 전 사령관이 "VIP 격노설 등에 대한 부하들의 진술이 거짓말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포괄적으로 시인하고 다른 군 관계자들의 증언도 이에 부합하자 김 전 차장도 특검이 꺼내든 증거 앞에 더 버티지 못하고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윤석열이 재구속까지 되면서 심경에 큰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특검에 따르면 김 전 차장은 이날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질문에 답했으며 특검팀도 준비한 조사 내용을 모두 마쳐 심야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특검이 김 전 차장으로부터 격노설의 실체를 입증할 진술을 받아내면서 수사는 가속도가 붙게 됐다. 특검은 문제의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했던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현재 국방대학교 총장) 등 다른 핵심 관계자들도 조만간 소환할 계획이다. 특검은 이미 지난 10일 임 전 비서관과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등의 자택과 대통령실 내 국가안보실, 국방부 사무실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어 11일에는 수사의 정점인 윤석열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를 비롯해 국가안보실 2차장이었던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과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자택 및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의 아이폰 휴대전화와 이종섭 전 장관의 비화폰도 확보하는 등 수사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김태효 전 차장은 채 상병 사건 외에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여러 혐의점이 있어 내란 특검의 수사 대상자로도 지목되고 있다. 촛불행동은 지난 9일 "미국을 부추겨서 전쟁 위기를 만들고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이 아닌가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김 전 차장을 형법상 외환(外患) 유치 혐의로 내란 특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김 전 차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2023년 6월 강원도 속초 소재 북파공작부대(HID) 방문 ▲2023년 12월부터 국가안보실 내에 HID 출신 현직 군인과 국정원 요원 등이 포함된 극비 태스크포스(TF) 조직 가동 ▲2024년 10월 북한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관여 ▲2024년 12월 4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안이 통과된 직후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와 통화하면서 윤석열의 내란 행위 적극 옹호 ▲윤석열이 파면된 이후인 2025년 4월 26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해 알렉스 웡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폭넓은 정책 협의' 진행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왔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12일 서면 브리핑에서 "순직 해병 특검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의 발단이자 정점인 '윤석열 격노설'을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통해 확보하고 윤석열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며 "김태효 전 차장은 친일 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인사로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는 중일마 망언을 남긴 윤석열 정권의 외교안보 실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 실세였던 김태효의 '윤석열 격노설' 확인으로 채상병 순직 사건의 진실의 문이 열리게 됐다. 윤석열의 격노 때문에 원칙대로 조사한 박정훈 대령은 엉뚱하게 항명 수괴가 되었고 채 상병 순직 사건은 조직적으로 은폐됐다는 수사 외압의 중대한 단서가 드러났다"면서 "윤석열을 비롯해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로 이어지는 권력형 수사 외압의 실체가 명확히 밝혀질 수 있도록 특검의 신속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 김호경 기자 >
민주당 “김태효 VIP격노설 인정은 수사 외압 중대한 단서”

윤석열 정부 외교라인 핵심 인사인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