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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은 '이재명'이 아니라 '트럼프'로 향해야 한다

시사한매니져 2025. 7. 13. 14:18

 

7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 8월 1일부터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 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계정 갈무리관련사진보기
 

트럼프 정부의 일방적 상호관세 부과 일이 또 유예되었다. 그런데 한국에 도달하기도 전에 상대국과는 일말의 상의도 없이 백악관 래빗 대변인 손으로 만천하에 공개된 서신에는 8월 1일이라는 새로운 디데이가 찍혀 있다. 한국과 일본을 콕 집어 최후통첩처럼 압박했다. 동맹국에 대한 결례를 넘어 무례이며, 주권국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다. 아무리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용납하기 힘들다. 관세 폭탄만이 아니다. 방위비와 미군 주둔 분담금 상향을 요구하는 압박은 이미 도를 넘는 수준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한 지 겨우 한 달 지났다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은 미국의 일방적 관세 및 분담금 폭력엔 눈과 귀, 입까지 닫아거는 반면, 이재명 정부를 향하는 화살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한미정상회담이 늦어지고 있어 협상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억측과 함께 이것이 한국 정부의 책임인 양 왜곡하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해댄다. 얼마 전에는 정상 간 통화가 늦어진다고 아우성이었다. G7에서 중간에 돌아간 트럼프로 인해 상견례가 일방적으로 무산되었을 때도 우리 정부 탓을 했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한 달이 지났다. 인수위 기간도 없어, 내란 수괴가 임명한 국무위원들과 불편한 동거까지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늦어진다며, 한미 관계의 적신호라고 어깃장을 놓는 주장은 억지 비판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를 돕지는 못할망정 사실을 왜곡하고 방해하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2개월이 지나서야 정상회담을 했으며, 그들은 60일의 인수위 기간도 있었다고 반박하는 것조차 부질없게 느껴진다. 합리성도 애국심도 찾을 수 없다. 국익보다 진영 논리로 이미 이재명 정부를 흔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먹잇감을 노리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정체성은 미국에 대한 굴종의 사대주의이고, 그들의 의도는 윤석열이 사적 권력을 지키려고 국민을 상대로 휘둘렀던 권력의 칼춤과 본질이 닿아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깊은 아쉬움을 표명한 바 있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자꾸 '큰일 났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한미 관계가 나빠진다고 계속 경고음을 보내서 노무현 기를 좀 꺾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라고 했다. 어찌 노무현의 기만 꺾으려고 했을까? 진보 정부가 등장할 때마다 억측과 비판을 쏟아내는 전례를 어김없이 반복한다. 윤석열 내란 수괴와 함께 친일 매국과 친미 종속으로 국익을 훼손할 당시의 공범들이 국민주권정부를 흔들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관세와 분담금이라는 쌍끌이 폭력

7월 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국빈식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아프리카 5개국 정상들과 다자 오찬을 진행하고 있다. ⓒ 백악관관련사진


국민의 위대한 저력으로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외교가 일단 복구되었지만, 새로운 정부가 물려받은 대외환경은 최악 그 자체다.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근본부터 흔들리는데, 질서를 만들고 유지해오던 미국에 의해서 무너지고 있다. 개방형 통상국가로 발전을 거듭해 온 대한민국이 파괴적 위협 앞에 놓여 있는데, 위협의 중심이 트럼프의 미국이다.

트럼프는 우리가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배우지도 못한 방식으로 세계를 흔들며, 그중에서도 우리를 가장 세게 흔든다. 그의 세계관은 미국의 주류와 달리 미국의 약화를 초래한 이유가 적대적인 국가들보다 동맹국 및 우방국 탓이라고 규정한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그간 불공정했던 자유무역은 폐기하고, 제공했던 안보도 없다며 지금까지의 정산은 물론이고 이후로는 입장료를 제대로 받겠다는 것이다. 관세와 분담금이라는 쌍끌이 폭력이 곧 입장료인 셈이다.

자유무역질서를 파괴하는 미국의 극단적 보호주의는 매우 부당하고 폭력적이다. 1기에서 한미 FTA를 자국에 유리하도록 바꾸더니, 이제는 FTA를 무력화하고 관세 폭탄을 퍼붓는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맥락을 같이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한국이 '공짜'로 군사력을 제공받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주한미군의 운영과 비용에 관한 틀은 '주한미군지위에 관한 협정(SOFA)'과 관계 합의 의사록, 양해사항에 기초한다. 한국은 시설과 장소를 공여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운영비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외 '특별히' 한국과 함께 나누어 분담하는 사항은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결정된다.

양국은 지난해 새 SMA를 체결했고, 이에 따라 한국은 2030년까지 매년 1조 5천억 원 정도를 부담하기로 약속했다. 서로 도장 찍고, 악수하고 완벽하게 끝낸 사안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연간 협정의 9배가 넘는 13조 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분담금도 다 소진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13조 원이면 대한민국 정부 예산의 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우리 아이들 밥상부터, 어르신들 건강까지 그리고 미래 산업 투자까지, 우리의 삶 곳곳을 바꿀 수 있는 큰돈이다.

트럼프는 이제 분담금 상향뿐 아니라 방위비를 5% 수준까지 올리라고 압박한다. 최근 나토에 대해 무임승차론을 들이대며 방위비 인상을 압박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지난해 GDP의 2.8%인 약 66조 원을 방위비로 지출했는데, 이는 북한 전체 GDP의 1.4배이며,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의 다른 동맹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미국은 최상위 동맹국 한국의 높아진 전략적 가치를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분담금은 분담금대로 걷고, 한국의 국방비 상향을 통해 대중 및 대러 봉쇄라는 자신의 필요를 위해 동원하려는 것이다. 트럼프의 과도한 요구에 맞춰줄 필요가 없다. 나토 국가들도 인상안을 수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적 선언일뿐 법적 구속력도 없다. 게다가 방위비에 사회 간접자본 건설 비용을 포함해 장기간 목표로 설정함으로써 시간도 벌었다.

우리도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주변국들의 사례를 면밀하게 검토해서 대응하면 된다. 불안해할 필요 없다. 한국은 세계 5위의 군사력을 갖추고 있고, 방산 능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와는 달리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충돌 가능성을 낮추는 일도 병행한다면 안보는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 동맹의 근간 흔들고 있어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강훈식 비서실장(오른쪽),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 대통령실제공


문제는 앞에서 지적한 극우 진영의 프레임 공세다. 트럼프가 관세 폭탄을 거두지 않거나, 목적 달성을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볼모로 삼는 상황이 온다면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좌파정부가 한미동맹을 흔든다고, 이재명 정부를 마구 흔들어댈 것이다. 취임 후 전화 통화나 나토 회의 불참 결정, 정상회담 지연 시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반미 프레임' 공세가 펼쳐질 것이다. 그들은 늘 국익보다 사익을 앞세워 왔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맹목적 지지자들은 그들이 나라를 팔아먹어도 지지할 것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는데, 미국이 대한민국을 능멸하고 속국처럼 다뤄도 침묵하고, 비판의 화살을 이재명 정부에 돌린다. 팩트는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 동맹의 근간을 흔든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정부가 어떻게 미국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이기기는커녕 버티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커질 수도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말처럼, 꺾이면 안 된다. 지금은 국난의 상황에 비견되고, 국난의 주범은 트럼프다. 누가 봐도 미국이 틀렸다면, 아무리 미국이라도 온 국민이 똘똘 뭉쳐서 대응해야 한다.

그렇다고 미국과 싸우자는 말이 아니다. 트럼프가 빌런이라는 것을 온 세계가 알면서도 미국이 가진 힘과 영향력 때문에 실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된다. 같은 처지의 국가들과 연대하면서 소나기는 피하는 전략으로 버텨내야 한다. 온 국민이 정부를 믿고 함께 버텨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와중에 내란 잔당과 극우 언론들이 미국이 아닌 한국 정부 등 뒤에서 화살을 난사할 때, 함께 내란을 극복했던 것처럼 국민이 막아줘야 한다.

트럼프가 관세 폭탄을 처음 던지고, 미국의 51번째 주지사로 부르며 모욕했던 캐나다의 전 총리 트뤼도는 미국의 협박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캐나다인은 합리적이며 예의 바르지만, 우리나라와 모든 사람의 안녕이 위태로울 때는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이 나라는 싸워야 할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대한민국도 싸워서 지켜내야 할 가치가 있는 나라이다. 그 상대가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저력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 김준형 국회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