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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윤석열, 정신적 손해 본 시민에 10만원씩 위자료 지급하라”

시사한매니져 2025. 7. 26. 00:30

 

비상계엄 손해배상 책임 처음 인정
시민 104명 정신적 피해 소송 승리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며 윤 전 대통령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윤 전 대통령의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단독 이성복 부장판사는 25일 비상계엄 선포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시민 104명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1인당 1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비용도 피고가 부담하게 했다.

 

우선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절차적·실체적으로 위법한데다 고의성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 부장판사는 “(12·3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보여준 피고의 적극성, 해제에 대한 피고의 소극성,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등에 비춰보면 비상계엄의 선포 및 그 후속조치 행위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주장하는 원고들에 대해 민법 750조가 규정하는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민들이 받은 정신적 피해의 인과관계도 분명히 인정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그로 인한 일련의 조치를 통해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 등 국가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국민의 생명권, 자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야 하는 대통령의 의무를 망각했다”며 “12·3 비상계엄 조치는 대한민국 국민들인 원고들이 당시 공포·불안·자존감·불편·수치심으로 표현되는 정신적 고통 내지 손해를 받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액수는 적어도 원고들이 구하는 각 10만원 정도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첫 변론에서 윤 전 대통령 쪽은 의견서를 통해 ‘12·3 비상계엄과 손해배상 책임의 인과관계가 없어 시민들의 위자료 청구가 부당하고, 이 소송은 소송권한 남용이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는 12·3 비상계엄에 대한 윤 전 대통령의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1심 판결로, 광주여성변호사회 또한 국민 23명을 원고로 같은 소송을 광주지법에 제기한 상태다. 이들도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위자료 각 10만원을 청구했다.      < 오연서 기자 >

 

윤석열 계엄 손해배상 인정…‘1만명 위자료 소송’ 이어진다

 

 
 
‘내란범 윤석열 퇴진 시민촛불’ 집회가 지난해 126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려 시민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영원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10만원씩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오면서 현재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진행되고 있거나 추가로 제기될 이른바 ‘비상계엄 위자료 소송’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단독 이성복 부장판사는 25일 이모씨 등 국민 104명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윤 전 대통령이 1인당 1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비상계엄의 위법성이 명백할 경우 국민 개개인이 입은 정신적 피해와 비상계엄의 인과관계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더라도 국민의 권리 구제 차원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실제 이 부장판사는 이번 재판 과정에서 비상계엄으로 인한 원고 개개인의 피해 상황을 입증하는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는데도 ‘폭넓은 기본권 침해만으로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판단의 근거로 1970년대 긴급조치 9호 피해자와 가족 등 71명에게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했다. 원래 대법원의 태도는 ‘긴급조치가 위헌이고 무효이긴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국가가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2년 ‘경찰, 검사, 법관 등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경우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불법행위를 따질 필요 없이 전체적으로 국민 기본권 보장 의무를 소홀히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기존 판례를 바꿨다. 국가의 위법행위로 인한 국민의 피해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법원의 이날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유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소송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이우스)가 만든 ‘윤석열 내란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 준비모임’은 추가 소송을 준비 중인데, 소송에 참여하고 싶다는 국민 1만명이 모인 상태다. 광주여성변호사회 또한 국민 23명을 원고로 같은 소송을 광주지법에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인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국민의 정신적 손해가 현실화됐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구체적·개별적으로 아주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고, 국민의 권리 구제 범위를 넓힌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이 판결 취지대로 한다면, 앞으로 원고들이 구체적·개별적 입증을 하지 않아도 윤 전 대통령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오연서 기자 >

 

시민들 ‘내란성 고통’ 인정한 법원…“불안했던 시간 보상받는 듯해”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지난 3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집회를 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12·3 비상계엄 조치는 대한민국 국민들인 원고들이 당시 공포·불안·자존감·불편·수치심으로 표현되는 정신적 고통 내지 손해를 받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다.”

 

12·3 내란 사태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보상 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결에, 광장에 섰던 시민들은 12·3 내란사태 이후 저마다 겪은 공포와 불안을 인정받은 느낌이라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2단독 이성복 부장판사는 비상계엄 선포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시민 104명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시민들의 정신적 고통과 손해가 ‘명백함’을 인정하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서 ‘향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청년 농부 김후주씨는 이날 법원 판결이 “명백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내란 사태로 모두가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그치지 않고 스트레스가 신체 반응으로 나타나면서 아픈 분들도 많았다. 많은 분이 스트레스뿐 아니라 광장에 나오기 위해 시간과 교통비를 쓰고 집회 물품을 나누기 위해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응원봉을 챙겨 들고 부산에서 열린 집회에 나갔던 김우정(35)씨도 “일상에서의 작은 행복이 모조리 두려움으로 바뀌었던 순간이 생생하다. 지난 시간을 보상받는 판결이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그간의 감정에 비하면 10만원이라는 금액은 적게 느껴지지만, 상징적인 금액이라고 생각하고 (정신적 피해를) 인정받았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판결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내란 사태 이후 지속하는 손해, ‘공포와 불안’을 되짚기도 했다. 취업준비생 최아무개(32)씨는 “비상계엄이 터지고 파면도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돼 너무 불안했다”며 “지금도 혐의를 부인하면서 극우세력의 선동을 유도하는 모습에 여전히 괴롭다”고 말했다.

 

‘윤석열 퇴진 대학생 시국회의’에서 활동한 허수경씨는 “비상계엄 직후에는 ‘당장 어떻게 해야 하지’하는 생각에 불안했고, 계엄이 해제된 후에도 ‘혹시 2차 계엄이 발생하진 않을까’ 떨었다. 이후 나오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는 ‘우리가 진짜 죽을 수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허씨는 “초반엔 분노를, 이후에는 ‘혹시 파면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을 경험했다”며 “(시민들의) 연대로 끝까지 힘을 잃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의 분노와 불안을 생각하면) 당연한 판결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시민들은 정부가 광장의 목소리를 잊지 말고 국정 운영에 반영해줄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했다. 김후주씨는 “내란을 막고 파면을 이끌었던 건 엘리트나 기존 정치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오히려 사회의 낮은 부분에서 힘겹게 살아온 분들이었다”며 “혐오와 차별이 가득한 세상에서 약자·소수자를 포함한 모두의 기본적인 삶이 바뀔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수경씨도 “노조법 2·3조 개정이나 차별금지법 제정 같은 광장의 목소리가 이번 정부에 반영돼 집회에 나갔던 시민들의 삶에서 효용감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조해영 기자 >

 

‘윤석열 계엄 배상 인정’ 판사 퇴임 “재판 지켜보는 사람의 시선 잊지 않아야”

이성복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이 나중에 덜 후회”

 

 
 
                     대법원. 김혜윤 기자
 

12·3 비상계엄으로 국민들이 받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한 이성복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퇴임 소식이 25일 판결 선고와 함께 외부에 알려졌다.

 

이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게시망(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금요일(지난 18일)에 정년퇴직 인사발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40대 초입에 변호사로 일한 몇 년을 빼면 앞뒤 30여년을 법원에 근무했으니, 앞으로 다시 재야에서 잠시 활동한다 하더라도 저의 사회적 정체성은 ‘법관’”이라며 “다시 법원에 들어올 때 다짐했던 대로 정년까지 근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의 냉정함과 무상함을 좀 더 깨닫고 있어 이제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가능한 한 담담하게 마무리해보자는 것이 꽤 오래된 생각이었고, 퇴임식을 갖지 않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부장판사는 “내가 처한 자리 너머를 보지 않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법관 사회의 관성적인 사고 내지 조직논리에 빠지기 십상”이라며 “일에서는 마지막 과정으로 법적인 포장을 벗긴 본질적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일 밖에서는 다양한 경험과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려고 했습니다만,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부장판사는 “재판은 결국 말과 글이다. 의도적인 연습 내지 훈련과 양서를 벗 삼는 것이 많이 개선해주리라고는 믿었지만, 머리로만 하지 않았나 싶다. 재판의 무거움과 사고의 유연성을 함께 고민하고, 재판을 받는 사람, 재판을 지켜보는 사람의 시선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나이까지 살아보니 막상 별것 없는 것 같다. 따뜻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이 나중에 덜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1990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1999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07년 다시 법원으로 돌아와 서울중앙지법과 광주지법, 인천지법 등에서 일했다. 수원지법 부장판사였던 2017년엔 전국법관대표회의 초대 의장으로 선출됐고 사법행정권남용 의혹 조사단으로도 활동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날 국민 104명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12·3 비상계엄 위자료 소송’ 1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원고들에게 각 10만원씩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다.  < 오연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