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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청문회 위증하고 자랑해"
시사한매니져
2025. 7. 27. 13:26
엄용수 전 쌍방울 비서실장 위증 의혹
대북송금 연루 KH그룹 관계자 녹취
청문회 끝나고 "난 청문회 스타됐다"
"국민의힘에서도 영입 제안 받았다"
청문회 깜짝 등장했던 엄용수 전 실장
모종의 의도 가지고 청문회 증언했나
주가조작 아니라 대북송금이라 했지만
검찰서는 "주가부양 차원"이라고 시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최측근인 엄용수 전 쌍방울 회장 비서실장이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대북송금 사건 관련 청문회에서 "검찰 쪽 주장에 힘이 실리도록 위증을 한 뒤" 주변에 "나는 스타가 됐다. 국민의힘 영입 제안도 들어오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하는 녹취록이 나왔다.
대북송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성태 전 회장이 최근 재판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공범 관계를 부인하는 입장을 내고, 배상윤 KH그룹 회장 역시 '이재명 대통령과 대북송금은 아무 관련 없다'고 언론에 밝힌 가운데 검찰의 조작수사를 의심케 하는 단서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허위 증언하고 난 스타가 됐습니다"
25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입수한 KH그룹 배상윤 회장의 측근이자 KH그룹 부회장 출신인 조아무개 씨가 지인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종합하면, 조 씨는 지난해 10월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검사(대북송금 사건 수사 검사) 탄핵 청문회 직후 서울 강남구 소재 'ㄱ 유흥업소'에서 엄용수 전 실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업소 직원들도 있었다.
조 씨는 "(엄용수가) 허위 증언하고 와서 '난 스타 됐습니다' '국민의힘에서 영입 조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했다"면서 "제가 굉장히 (엄용수에게) 화를 많이 냈다. 그래서 저희 테이블에서 아가씨하고 쫓아버렸다"고 말했다.
또 조 씨는 해당 유흥업소에서 근무하는 여성 직원 ㄴ 씨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ㄴ 씨가) 오빠, '이재명이 나중에 대통령되면 어떡할 거냐'니까, (엄용수가) '도망가야지 뭐' 이렇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조 씨는 엄 전 실장의 발언에 굉장히 화를 냈기 때문에 "그날을 기억한다"면서 "텐 프로(룸살롱)에서 성태하고 나하고 (용수하고) 셋이서 만나서 얘기 끝내고 따로 이제 둘이 가는 데가 'ㄱ 유흥업소'다. 그날(청문회날)도 그랬고 그 다음 날도 그랬고 세 번을, 3일을 연짱(연속) 만났다"고 덧붙였다.
엄 전 실장은 국회 청문회 도중 조 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워치독>이 입수한 조 씨와 엄 전 실장의 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엄 전 실장은 지난해 10월 2일 오후 4시 51분과 4시 52분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자신이 청문회에 나온 <뉴시스> 사진 기사 2건을 조 씨에게 보냈다. 뉴스 기사 전송은 청문회가 진행 중이었던 때에 이뤄졌다.
해당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뉴스 기사 2건 외에 별다른 언급은 없었지만, 자신의 청문회 출석이 보도됐다는 사실을 자랑삼아 알린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청문회가 끝나고 김성태 전 회장은 강진구 <뉴탐사> 기자에게 '엄 전 실장이 청문회 스타가 됐다'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조 씨와 엄 전 실장이 실제 ㄱ 유흥업소에 방문한 사실은 복수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워치독>팀이 강남구 소재 유흥업소를 탐문하는 과정에서 접촉하게 된 ㄱ 업소 관계자는 "조 씨가 지난해 8월 이후 거의 매일 왔다"면서 "엄 전 실장은 (세 번이 아닌) 두 번 온 것으로 기억한다. 홀에서 한 번, 룸에서 한 번 두 사람이 만났다"고 밝혔다. 조 씨가 지목한 ㄴ 씨도 해당 업소에서 여전히 근무 중이었다.
ㄱ 업소 관계자들은 단골인 조 씨가 쌍방울그룹 관계자들과 가깝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고, 엄 전 실장에 대해서도 기억했다. ㄴ 씨 역시 조 씨에 대해 기억하고 있었다. 다만 이들은 청문회 허위 증언과 관련해선 "음악 소리가 크고, 자기네들 둘이서만 얘기하는 것이고 우리는 못 알아들었다"며, 두 사람의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워치독>은 조 씨의 주장과 ㄱ 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을 뒷받침할 만한 단서들을 조 씨와 엄 전 실장이 나눈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다수 확인했다.
청문회 깜짝 등장했던 엄용수
엄 전 실장이 청문회가 있던 지난해 10월 조 씨와 최소 2~3차례 이상 만난 사실이 복수의 증언과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확인되면서, 엄 전 실장의 청문회 증인 출석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 지난해 청문회에서는 오전에 보이지 않던 엄 전 실장이 오후에 깜짝 등장해 그 배경을 놓고 추궁이 이뤄지기도 했다.
정청래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은 증인으로 출석한 엄 전 실장에게 "엄용수 증인 오전에는 안 나왔는데, 오후가 돼 왜 나왔나?" "오전 청문회를 보면서 결정한 것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갑자기 출석한 배경을 따져 물었고, 엄 전 실장은 "제가 몸담고 있는 쌍방울 그룹에 대해서 너무 악의적으로 여론화가 되고 있어서, 제가 소상히 설명해야겠다고 해서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엄 전 실장은 "검찰에서 나가라고 해서 나온 것 아니냐"는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질문에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실제 증언은 검찰에 유리한 쪽으로만 이뤄졌다.

엄 전 실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쌍방울이) 500만 불을 대북송금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이화영 부지사님하고 (김성태) 회장님하고는 한 20년 정도 되는 막연한 사이였다"고 말하는 등 쌍방울은 대북송금과 관련 없고 이 대통령과 이 전 부지사를 위해 송금한 것이라는 듯이 발언했다.
엄 전 실장은 "제가 2018년 11월 전에는 대북의 대 자도 잘 몰랐다"며 "주가조작을 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대한 막대한 자금과 그리고 여러 가지 계좌와 여러 가지 세력들이 있어야 되는데 500만 불이 주가조작을 위한 내용이었다는 것은 저뿐만 아니고 일반적인 상식선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엄용수 청문회 증언의 모순
그러나 <워치독>이 확보한 검찰 수사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엄 전 실장이 국회에서 한 증언 중 주가조작 관련 내용은 검찰에서 한 진술과 배치 된다.
엄 전 실장은 2022년 9월13일 수원지검에 출석해 "2019년 1월15일 나노스(대북사업에 참여한 쌍방울 계열사) 주가 부양을 목표로 (회사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댓글을 단 것이 맞나요"라고 묻는 검찰의 질문에 "그런 차원에서 댓글을 달았던 것은 맞다"고 인정한 바 있다.
앞서 <뉴탐사> 등은 지난해 "쌍방울이 추진한 대북사업은 나노스 주가부양을 통한 시세 차익 목적"이라고 판단한 검찰 내부 보고서 등을 폭로한 바 있다. 쌍방울그룹이 작성한 '나노스 IR 리포트'에 500만불은 대북사업 계약금으로 명시돼 있고, 쌍방울 내부 전주로 알려진 임필순 씨는 <뉴탐사>에 "쌍방울 대북사업의 목적은 북한 희토류 자원 선점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기도 했다.
엄 전 실장은 국회에서 "2018년 11월 전에 대북의 대자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워치독>이 확보한 국정원 문건에는 그 이전인 2018년 8월부터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준비해 온 정황이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