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t 뉴스

특검, "여조 10% 앞서면 공천준다"던 이준석 압수수색

시사한매니져 2025. 7. 28. 13:23
 

김건희 특검, 이준석 자택 압색…명태균 게이트 관련
2022년 지선 및 보선, 4·10 총선 공천 개입 등 연루
"이준석 여론조사 10% 앞서면 공천 준다 약속해"

공관위원장 인선 전 명태균에게 "윤상현 토스해라"
4·10 총선 땐 칠불사서 김영선 개혁신당 비례 논의

이준석 당대표 재선출되자마자 특검팀 압수수색
개혁신당 "정치적 망신주기 강제수사 멈춰라" 비판

공천개입 의혹 최호 전 경기도의원 숨진 채 발견
김건희 특검 "최호 전 도의원 소환 등 일체 접촉 안해"

 

개혁신당 당 대표 선거에 단독 출마한 이준석 의원이 2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개혁신당 제2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확정된 뒤 꽃을 받고 있다. 2025.7.27. 연합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28일 이른바 '윤석열·김건희-명태균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이 대표 자택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문서 및 피시(PC) 자료 등에 대한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른바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한 피의자 및 참고인 신분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 대표를 공천 개입의 '키맨' 중 하나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과 부인 김건희는 2022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정치 브로커 명태균가 공짜로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같은 해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남 창원 의창구에 전략 공천되도록 도운 혐의를 받는다.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는 이 대표였다.

 

김건희 씨 공천개입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28일 서울 노원구 이 대표 자택 앞에 '압수장소 봉인지'가 붙어 있다. 2025.7.28. 연합
 

특검팀이 확보한 김 전 의원의 회계 담당자였던 강혜경 씨의 통화 녹취에 따르면 이 대표는 김 전 의원의 전략 공천 개입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적극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통화 녹취에 따르면 명태균 씨는 2022년 4월 2일  오후 10시 8분쯤 경남 사천시에서 이 대표와 만난 직후, 강 씨와 통화를 갖고 "이준석이가 공표조사나 비공표라도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지수를 이기는 걸 가져와라, 그러면 (김영선) 공천 줄게 이러네"라고 말했다.

 

이어 명 씨는 같은 날 오후 10시 17분쯤 카카오톡 메신저로 이 대표에게 "대표님 고맙습니다. 이 은혜 꼭 갚겠습니다" 라고 보냈고, 이 대표는 "(여론조사) 수치만 나온다면야"라면서, 여론조사 수치가 앞서게 나오면 김 의원의 전략 공천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명 씨는 다음 날인 4월 3일 강 씨와 통화에서 재차 "이 대표하고 어제 만나서 이야기를 했는데, 10% 앞서면 경선 없이 한다고 (했다)"며 "서명원(여론조사 업체 PNR 대표)한테 (김영선이 여론조사에서) 최소한 7%는 앞서야 된다, 압박을 줬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는 같은 해 4월 24일 명 씨가 공표용 여론조사가 담긴 문서 파일을 카카오톡으로 보내자 "윤상현 의원한테도 함(성득) 교수를 통해서 토스해주라"고 답했다. 해당 카카오톡 문자를 주고받고 나흘 뒤인 4월 28일에야 윤상현 의원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된다. 당시 당대표였던 이 대표가 공관위원장 인사를 미리 알고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보내도록 한 정황이다.

 

이준석 후보가 제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론조사 10% 조건이 명태균 씨를 통해 강혜경 씨와 여론조사 업체 대표(서명원)까지 전달된 정황이 나온 통화 녹취. 2025.5.27. 창원지검 수사보고서

 

특검팀은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이 대표 등의 공천개입 공범 관계를 밝히기 위해 물증을 확보하고 관계자들의 진술을 받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25일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지인인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고, 전날인 27일엔 공천 개입 공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들 역시 명 씨의 통화 녹취와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등장한다.

 

명 씨는 2022년 4월 28일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를 함 교수에게 전달했는데,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는 "사모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윤상현 의원을 이준석 대표에게 추천한 사람이 바로 저 명태균"이라며 "공천관리위원장에 앉자마자 윤상현 의원이 얼굴을 싹 바꾸니 너무 황망합니다. 이준석 당대표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너무 불안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함 교수는 명 씨가 김건희에게 보냈다는 문자 내용을 확인한 뒤, "윤상현에게 김영선 문제로 (이준석) 대표가 전화했음. 잘자"라고 답장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와 명태균 씨가 2022년 4월 23~24일 나눈 문자 메시지 내용. 2025.5.25. 그래픽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김영선 보궐선거 전략 공천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 의원은 공범 관계는 윤석열과 명 씨의 통화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통화 녹취에 따르면 윤석열은 명 씨와 통화에서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고, 명 씨는 "진짜 평생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특검팀은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뿐 아니라 확보한 물증을 토대로 이 대표가 작년 4·10 총선을 앞둔 2월 29일 명 씨, 김 전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와 경남 하동군 칠불사에서 만나 논의한 내용도 들여다보고 있다.

 

일명 '칠불사 회동'에서 김 전 의원은 김건희와의 통화 기록,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보여주며 총선 공천 개입을 폭로하는 대가로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 공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는 4·10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의 선거구인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에 김상민 전 부장검사를 출마시키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김건희 쪽 압박을 못 이긴 김 전 의원은 민주당 현역인 민홍철 의원이 있던 김해갑으로 옮겨 출마한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김 전 검사와 나란히 공천에서 탈락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지난 3월 1일 오전 4시 무렵 천하람 의원이 경남 하동 칠불사 마당에 홍매화를 심기 위해 삽질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24.10.15. 명태균 페이스북 갈무리

 

공천 개입 관련 혐의를 그동안 부인해 온 이 대표는 압수수색이 이뤄지던 오전 채널에이(A) 유튜브에 출연해 자신이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재선출된 지 하루 만에 압수수색에 된 점을 거론한 뒤, "굉장히 시기가 공교롭다"며 "특검이 오해 살 일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가 끝나서 오늘 지도부가 새로운 운영 계획을 얘기하고 언론이 그런 것에 관심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현행범도 아니고 급작스럽게 (압수수색을) 진행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선 및 재보궐선거 의혹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 피의자이며 총선 의혹과 관련해선 참고인 신분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 윤상현 의원과 어떤 얘기를 했는지 궁금해할 텐데, 작년 11월 이미 검찰에 출석해 명확히 얘기했다"며 "수사 주체가 바뀌다 보니 또 확인할 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혁신당은 이날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가 재선출된 이후 첫 최고위원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압수수색으로 취소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김성열 수석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지도부 임기가 시작되는 첫날 무리하게 이뤄진 압수수색은 정치적 오해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 망신 주기"라고 비판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 대표는 공천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하고 수사기관에 적극 협조했지만, 특검은 이 대표 자택은 물론 국회 사무실까지 압수수색을 강행하려 한다"며 "개혁신당은 윤 전 대통령 내외가 자행한 범죄적 권력남용 진상규명에 협조하겠지만, 정치적 의도가 있는 강제수사는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호 전 경기도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또다른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최호 전 경기도의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20분쯤 평택시 지산동의 야산에서 최 전 도의원이 숨져 있는 것을 경찰관이 발견했다. 앞서 그의 가족들은 오전 2시께 최 전 도의원이 귀가하지 않고 있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상태였다. 경찰은 최 전 도의원이 27일 오후 5시쯤 집을 나선 뒤 산으로 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최 전 도의원은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평택시장 후보로 공천된 바 있다. 검찰은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평택시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 친윤(친윤석열)계인 최 전 도의원을 예비후보로 밀었다는 의혹을 수사해왔다. 당시 국민의힘은 공재광 전 평택시장을 탈락시키고, 여론조사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은 최 전 도의원을 단수 공천했다가 당내 반발을 샀다. 최 전 도의원은 결국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정장선 시장)에 패했다.

 

최 전 도의원은 지난 4월 29일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한 차례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해당 의혹은 김건희 특검법에도 명시돼 민중기 특검팀에서도 살펴보고 있다. 다만 특검팀은 이날 공지를 통해 "최호 전 평택시장 후보에 대해 소환 등 수사와 관련한 일체의 접촉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