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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표현 거둔 김여정 대남담화…나쁘지 않은 신호
시사한매니져
2025. 7. 29. 13:34
[논평] 새정부 출범 55일 만에 나온 공식 북한반응
'적대적인 국가관계'에서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변화
대북 확성기방송·전단 살포 중단 등 '성의 있는 노력'
"한국 주민의 북 개별 관광, APEC 초청은 헛된 망상"
"동맹 맹신도 마찬가지"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예상
"대조선 확성기방송 중단, 삐라 살포 중지, 개별적 한국인들의 조선 관광 허용…. 리재명 정부가 우리와의 관계 개선의 희망을 갖고 집권 직후부터 나름대로 기울이고 있는 '성의 있는 노력'의 세부들이다. 신임 통일부 장관 정동영은 실종된 평화의 복귀와 무너진 남북관계의 복원을 운운하면서 강대강의 시간을 끝내고 선대선, 화해와 협력의 시간을 열어갈 것을 제안하였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 수뇌자회의(APEC 정상회의)에 그 누구를 초청할 가능성까지 점쳐보며 헛된 망상을 키우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55일 만에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이 나왔다. 28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서다. 북한 주장의 요지는 '조·한 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담화문 제목에 함축돼 있다.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규정한 것은 종래 입장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2023년 말 당 중앙위 전체회의 이후 강조해 온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완전한 두 교전국 관계'와는 뉘앙스를 달리한다. '적대적' '교전국'이라는 표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남측 지도자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도 거뒀다. 나쁘지 않은 시그널이다.
김여정은 누가 한국 대통령에 당선되든, 어떤 정책이 수립되든 개의치 않았고, 지금껏 그에 대한 평가 자체를 일체 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새 정부의 잇따른 대북 긴장완화 조치는 '한국이 스스로 초래한 문제거리'이기에 "평가받을 만한 일이 못 된다"고 못박았다. "이제 와서 감상적인 말 몇 마디로 뒤집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면 '오산'이라는 것.
담화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성의 있는 노력'과 지난 25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취임사에 대한 반응이었다. 정 장관이 '화해와 협력, 평화와 공존'을 제안한 것에 대해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한국은 절대로 화해와 협력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자신들이 도달한) 역사적 결론"이라고 되받았다. 정 장관의 '통일부 정상화' 계획에 대해서도 "해체돼야 할 통일부의 정상화를 시대적 과제로 내세운 것을 보아도 확실히 흡수통일의 망령에 정신적 포로가 된 한국 정객의 본색을 확인할 수 있다"고 통박했다. 통일부가 없어져야 할 조직이라는 말은 "국가 대 국가관계가 영구 고착된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논리에서다.

김여정 담화가 정 장관이 취임사에서 밝힌 포부에 찬물을 끼얹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 장관은△한반도 평화 특사의 역할 △개성 평화도시 재건 △금강산 가는 길 연결 △통일부 교류협력국, 남북회담본부 복원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의 첫 반응을 두고 이재명 정부가 좌절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되레 "적대적인 관계에서 '적대적'이라는 표현이라도 거둬내야 한다"라는 1차 목표가 달성됐음을 확인하게 됐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하에서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해 온 이들이 가장 중점을 두었던 대목이다. '자유의 북진'과 같이 북한에 대해 먼저 공세적, 적대적 메시지를 내보내지 않겠다는 것 역시 이재명 정부의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부터 현상변경을 겨냥한 담대한 대북 구상을 내놓지 않았다. 대북(평화번영)-외교(실용외교)-국방(스마트강국)으로 순위를 배치한 2022년 공약과 달리 이번엔 국방개혁(내란극복)-외교·대북(경제안보와 한반도 평화)-방위산업 순이었다.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경제체제'를 없애고, '평화협정'도 핵협상 진전에 따른다고 조건화 했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 초빙교수)
북한은 당이 지배하는 국가다. 조선노동당의 '당적 지도'로 국가적인 방향을 설정한다. 현재의 대남 관계 규정부터가 2023년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것. 내년 초로 예상되는 제9기 당대회 전까지 노선 수정은 쉽지 않다. 그때까지 남북관계의 적대성을 덜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작년 1월 16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80년 남북관계사에 종지부를 찍었다. '통일' '화해' '동적' 개념을 제거하겠다고 다짐하고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 담긴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을 철거하고 경의선·동해선 도로·철로도 끊었다. 군사분계선에서는 남쪽을 향해 대전차방벽을 구축했다. 김여정의 담화 역시 대남 도발 의지를 내보이기는커녕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과 북한과의 대결 기도가 이재명 정부하에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짚었다. "미구에 대규모 (한미) 합동군사연습의 연속적인 강행으로 (한반도 안팎에) 초연이 걷힐 날이 없을 것이며 미·한'은 정세악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려 획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여정 담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반응은 간단명료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몇 년간의 적대, 대결 정책으로 인해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매우 높다는 걸 확인했다"라면서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 정착은 이재명 정부의 확고한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번 담화는 북한 당국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면서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 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이 서로에 대해 적대적이고, 대결적인 언어를 걷어낸 것은 나쁘지 않은 조짐이다. < 김진호 기자 >
김여정 “조미 정상 관계 나쁘지 않아…비핵화 전제 만남은 우롱”
백악관 “김정은과 대화” 언급 뒤
김 부부장 조선중앙통신에 담화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조미수뇌(북-미 정상)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 실현 목적과 한 선상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우롱”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29일 조선중앙통신으로 공개한 ‘담화’에서 “최근 미 백악관 당국자가 조선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조선 영도자와의 대화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하고, 일반 인민도 읽을 수 있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조선인민의 총의에 의하여 최고법으로 고착된 우리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2023년 9월 개정 헌법 58조에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한다”는 문장을 명문화했다.
김 부부장은 북한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근본적으로 달라진 지정학적 환경”에 대한 “인정은 앞으로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사고해보는 데서 전제로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김 부부장은 “나는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2919년 세 차례 만나고 27통의 친서를 주고받는 등 각별한 관계를 맺은 ‘과거’를 상기시키는 문장이다.
다만 김 부부장은 “지금 2025년은 2018년이나 2019년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패한 과거에만 집착한다면 조미 사이의 만남은 미국측의 ‘희망’으로만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에는 응할 생각이 없지만, 북한의 ‘핵무장’을 인정한 대화는 하고 싶다는 신호이다. < 이제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