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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내란수괴 편먹은' 국방홍보원장 직위해제

시사한매니져 2025. 8. 5. 00:24
 

국방일보 보도에 지속적으로 정치적 편향 반영
반대 직원 인사보복, 모욕 …사상검증 압박

취임 30일 회견하는 이 대통령 눈꼽만하게

 

채일 국방홍보원장. 2025.8.4. 국방홍보원 홈페이지 갈무리

 

국방부는 4일 극우 정치편향으로 파문을 일으킨 채일 국방홍보원장(국방일보 발행인)을 직위 해제하고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달 24∼30일 채 원장의 직권남용과 폭언 등에 대한 민원신고에 따라 국방홍보원장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공익신고에 따르면 채 원장은 직위를 이용해 국방홍보원이 발행하는 <국방일보> 보도에 지속적이고 의도적으로 정치적 편향을 반영하도록 지시했다. 또 반대 의견을 개진한 직원에게 인사 보복, 사상 검증, 모욕, 증거인멸 압박 등을 반복적으로 저질렀다.

 

채 원장이 국민주권정부 출범 이후 군 통수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보도를 반복적으로 축소하도록 지시하는 등 공적 책무를 개인의 정치적 신념 실현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내용도 공익신고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원장은 지난 6월 9일 국방일보 1면에 계획됐던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 정상 간 첫 통화 보도를 신문 발행 직전 빼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국방홍보원 안팎에서는 채 원장이 극우 유튜브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 간 통화가 '자작극'이라고 주장한 가짜뉴스를 근거로 지시했다는 말이 돌았다.

 

또 이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순방 성과를 분석하는 외부 기고문도 채 원장의 반대로 게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일보는 지난달 4일자 1면 기사로 이 대통령의 취임 30일 기자회견을 다루면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 사진을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3일 윤석열이 내란을 정당화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을 때 아무런 비판도 없이 그대로 보도하면서 윤석열 사진을 크게 1면에 넣은 것과 비교하면 다분히 의도적인 편집이다.

 

2025년 7월 4일 국방일보 1면. 국방일보
2024년 12월 13일자 국방일보 1면. 2025.7.31. 국방일보 갈무리
 

특히 채 원장은 국방일보 소속 대통령실 출입 기자가 전직 대통령 때와 유사한 수준으로 특집 보도를 준비하자 '오버한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출입기자 교체 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자신의 기조에 맞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인사 조치를 한 정황이다.

 

지난달 28일 1면에서 다룬 안규백 신임 국방부 장관의 취임 보도에서는 안 장관이 취임사에서 5분의 1을 할애해 강조한 12·3 내란 척결 메시지를 모두 빼고 보도했다. 이에 이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국방일보의 의도적인 편집 의혹을 언급하며, 안 장관에게 "기강을 잘 잡으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채 원장은 오히려 국무회의 다음 날 내부회의를 열고 "대통령에게 국방일보 기자들이 편집권을 침해 당했다. (기자들이 항의하는) 성명서라도 내야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 사실상 대통령 지시에 대해 '항명'하며, 직원들을 자신의 '방패막이'로 떠민 셈이다.

채 원장은 12·3 내란 기간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 성향 신문을 절독하고, '계엄군이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는 허위 사실을 보도한 <스카이데일리>를 구독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밖에 채 원장의 뉴라이트 역사관 반영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채 원장은 독재자 이승만을 찬양한 영화 '건국전쟁' 기획 보도를 지시하고, 3월 영화 '파묘'를 소개한 기고문의 기고자를 해촉하라는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국전쟁 영화 감독이 '파묘 때문에 자신의 영화가 흥행이 된다'고 한 직후였다. 

 

지난해 광복절엔 국방일보 기자에게 극우 인사들이 주장하는 '건국절'을 언급하며 "11만 5천(국방일보 발행 부수) 장병들에게 우리는 대한민국 건국일이 어떤 날인지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왜곡된 뉴라이트 역사관을 50만 장병에게 주입하기 위한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내용을 보도에 넣었다는 이유로 국방일보 관계자들을 질타하고 인사 조치를 취했다고도 한다.

 

2024년 2월 14일자 국방일보 12면과 13면. 2개 면을 할애해 독재자 이승만 역사왜곡 다큐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2025.7.30. 국방일보
 

국방부는 감사 결과에 따라 채 원장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 등에 대해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했으며, 관련 규정에 따라 징계 의결 시까지 그 직위를 해제했다.

 

또 국방홍보원 직원들에 대해 저지른 행위들 가운데 형법상 강요죄와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했다.

 

채 원장은 민간에서도 고발된 상태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는 지난 1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채 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증거인멸교사죄, 내란선전죄 위반 혐의 등으로 국방조사본부에 고발했다. 국방조사본부는 공무원 신분인 채 원장의 수사를 민간 경찰로 이송했다.

 

김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피고발인 채일은 국방홍보원장이라는 공적인 지위를 이용해 국방홍보원을 특정 정치 세력의 선전 도구로 전락시키고, 헌정질서를 옹호하며, 장병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주입하려 했다. 또한 이에 반대하는 기자와 직원들의 권리를 억압하고, 자신의 범죄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증거인멸을 교사하는 등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발인의 이러한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군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훼손하고 국군 전체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킨 중대 범죄"라며 "사안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피고발인에게 그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내리기 위하여 철저한 수사를 해 주시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바"라고 적었다.

 

국방홍보원. 연합
 

언론 단체에서도 채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이날 오전 성명을 발표하고 "채 원장은 최근 자신이 보여준 일련의 행위들을 통해 국방일보 등 군 매체가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편집권을 남용함으로써 공공기관장의 책무를 저버렸다"며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협회는 "국방부는 철저한 감사를 통해 비위 행위가 확인되면 엄정하게 조치해야 한다. 현재 신고된 공익신고 및 문제 행위에 대해 국방부는 즉시 사실 관계를 확인해 책임을 추궁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형사고발을 해야 한다"면서 "채 원장이 망가뜨린 국방홍보원에 대한 정상화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협회는 "국방홍보원 조직을 정비하고, 운영 원칙을 재정립해야 한다. 국방일보 등의 보도와 편집에서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기관 운영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국방홍보원 개혁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며 "국방부가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신속히 이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