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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사전 "김성태 보석 20억 뒷돈…조희대 · 신진우 움직였다"
시사한매니져
2025. 8. 6. 02:49
대북송금 연루 KH그룹 배상윤 회장 최측근 녹취록
"평창동 김륜희 여사가 김건희 통해서 조희대를…"
김성태, 석방 며칠 뒤 김륜희 찾아간 흔적도 확인
"김건희, 밤에 수시로 평창동 갔다는 경찰 쪽 제보"
김륜희, 무속 관련된 듯…측근은 정재계 인맥 보유
직접 돈 주지 않았어도 모종의 로비 이뤄졌을 가능성
"김성태 주가조작" 의심도 안한 신진우 판사 판결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보석 석방을 위해 김건희 인맥을 동원해 판사 등을 상대로 로비를 폈다는 배상윤 KH그룹 최측근의 녹취록이 확인됐다. 로비를 위해 김건희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에게 20억 원이 건네진 흔적도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이 검찰에 이어 판사를 상대로도 거액을 들여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어서 사실 확인 여부에 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평창동 김륜희 여사가 김건희 통해서 조희대를…"
5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확보한 녹취 내용을 종합하면, 조아무개 KH그룹 부회장은 지인에게 "김성태는 장기 보석으로 지난해 1월 23일 나온 건데 그것도 20억 들어간 것"이라며 "신진우 부장판사가 1년 보석 만기 안 해주기로 했던 거 평창동 김륜희 여사님이 해준 거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움직였다. 평창동 김륜희 도사에게 20억을 약속하고 김륜희가 김건희한테 얘기해서 (법원이) 풀어준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륜희는 김성태, 배상윤이 해외로 도망가기 전 발원문, 축원문 써서 기도도 해주고 했다"고 덧붙였다.
조 부회장은 김성태 전 회장과 배상윤 KH그룹 회장 등을 위한 검찰 로비 명목으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48억 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데 이어 김 전 회장의 보석 석방을 위해 판사 상대로도 로비를 했다는 주장을 편 것이라 주목된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월 23일 구속기간 만기 보석으로 석방됐다.

김성태, 석방 며칠 뒤 김륜희 찾아간 흔적 확인
조 부회장의 주장은 어디까지 검증 가능할까. <워치독>은 우선 '김륜희라는 인물을 통해 판사 로비가 이뤄졌다'는 주장에 대해 ▲김륜희 씨에게 20억 원이 건네진 흔적으로 볼 수 있는 조 부회장의 문자 기록 ▲조 부회장이 지인에게 "김륜희는 서울 하얏트 호텔 지하 1층 식당에서 코바나 콘텐츠 관계자(실장)와 만나 김성태 석방을 위해 논의했다"고 설명한 편지 등을 확인했다. 다만 김륜희 씨가 이후 누구에게 연락해 돈을 뿌렸는지 등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조 부회장은 모두 5만원권 현금으로 지급됐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이외에도 조 부 회장은 지인에게 '김성태 전 회장이 보석 석방 며칠 뒤 김륜희 씨를 만나러갔다'고도 말했다. "2024년 1월 29일께 김성태 전 회장은 평창동 김륜희 집을 방문했고, 수행비서 박○○, 운전기사 ○종오 씨가 동행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수 양수경 씨가 택시를 타고 김륜희 씨 집에 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워치독>은 조 부회장이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 씨에게 2024년 1월 말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길○○" 이라는 내용의 김륜희 거주지 추정 주소를 보낸 문자 메시지도 확보했다. 수행비서 박 씨는 김 전 회장의 해외도피를 돕다 캄보디아에서 검거됐다고 알려진 인물로 김 전 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리해왔다.

"김건희, 밤에 수시로 평창동 갔다는 경찰 쪽 제보"
'판사 로비를 위해 김건희 쪽을 접촉했다'는 김륜희라는 인물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살며, 무속과도 관련됐다는 것 외에 지금까지 세간에 잘 알려진 적이 없다. 다만 김륜희 씨 측근 인사가 정재계 인사들과 두터운 인맥을 보유하고 가수 양수경 씨와의 교류한 흔적 등은 인터넷 기록 등으로 확인된다. 양수경 씨는 KH그룹 계열사 엔터테인먼트 소속이기도 하다. 김건희를 오랫동안 추적한 최재영 목사는 <워치독>과의 통화에서 "김건희가 밤에 서울 평창동에 자주 갔다는 소문을 경찰 쪽 통해 들은 적 있다. 다만, 김륜희라는 인물을 만나러 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워치독>은 김륜희 씨에게 전화해 ▲김성태 구명 로비 시도 여부와 이유 ▲김성태와 조○○ KH그룹 부회장 과의 관계 등을 물었지만 김 씨는 "내가 김성태 구명로비를 왜 하냐. 김성태와 조○○ 부회장도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김 씨가 조 부회장 등과 나눈 문자 메시지 등을 보면, 김 씨는 조 부회장과 여러차례 문자를 교환하고 따로 만난 사실도 있기 때문에 해명의 신빙성은 떨어진다. 김성태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 씨는 <워치독>의 답변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김성태 주가조작" 의심도 안한 신진우 판사 판결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재판장을 맡은 신진우 부장판사(판결 당시 수원지법 형사11부)가 실제 로비의 영향을 받아 판결에 임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법조계에선 신진우 판사에게 돈이 직접 전달됐다기보다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통해서 모종의 로비가 벌어진 것 아니냐고 분석하는 편이다. 대북송금 사건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워치독>에 "신진우가 꿈쩍을 하지 않아 조희대가 나섰다는 풍문이 법조계에 돈 적 있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2년 근무를 채워서 인사교체 대상이었던 신진우 수원지법 형사합의 11부 재판장을 지난해 2월 그대로 유임시켜 대북송금 재판을 마무리 하도록 해 눈길을 끌었다.
공교롭게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윤석열이 흠결이 있는 인물을 써야 자기 말 잘 듣는다고 조희대를 대법원장 임명한 것도 이유가 있겠네요"라는 지인의 문자에 윤석열 내란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지귀연 판사가 "긍께(그러니까)"라고 답하는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로비 성사 여부와 관계 없이 '대북송금 사건' 관련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한 신 판사의 판결문에는 여러모로 무리한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쌍방울그룹이 북한 고위 관계자를 접촉해 대북사업을 명목으로 주가를 조작하려 한다"는 국정원 문건 내용에 대해 신 판사는 "신빙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배척하고, "김성태는 국내 기업의 CEO 인데 주가조작만을 위해 대북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을 경험칙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썼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주가조작 범죄 경력은 인터넷 포털 뉴스 등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김성태 전 회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통화 당시에 대해 법정에서 '이재명 지사가 좋은 일 해줘서 감사하다는 취지로 말했냐'는 검사의 질문에 "만취한 상태라 기억은 안나지만 그런 취지로 얘기했던 것 같다"고 답변했었다. 그러나 신 판사는 "만취한 상태"를 언급했던 김 전 회장의 표현은 판결문에서 누락했다.

검찰이 2023년 2월 3일 김 전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경가법상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했지만 2024년 7월 김 전 회장의 1심 판결 때 자본시장법위반에 대한 판단이 빠진 점도 석연치 않다. 신 판사는 판결문에서 "해당 혐의 변론 분리 결정을 하였다"는 설명만 짧게 하고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또 김 전 회장은 특경가법상 횡령 배임으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일반 횡령 배임 사건으로 낮춰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워치독>에 "김성태 같은 기업의 수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징역 1~2년 집행유예 같은 판결이 아니라, 기업 비자금을 지키는 것이다. 신진우 판사가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을 분리 판결해주고 특경가법상 횡령배임 사건을 일반 횡령 배임 사건으로 판단해준 것은 특혜 판결로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는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 허재현 김성진 워치독 기자, 강진구 뉴탐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