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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 윤미향 광복절 특사···이 대통령, '범여권 연대' 택해, 정치인 대거 포함

시사한매니져 2025. 8. 11. 23:28

이 대통령 첫 특별사면 단행

최강욱 · 심학봉 등 여야 ‘구색’
2188명 중 일반 형사범 1922명

 

‘사면’ 원포인트 임시 국무회의 연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확정을 위한 ‘원포인트’ 임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자녀 입시비리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형 생활을 해온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포함한 83만6687명에 대해 15일자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김창길 기자 

 

시간 끌기 대신 정면돌파 택해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부부와 최강욱·윤미향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등 2188명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단행했다. 정부는 국민통합과 민생을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취임 2개월여 만에 정치인들을 대거 사면하는 것을 두고 사면권 남용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확정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무회의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경제인, 여야 정치인, 노동계, 농민과 서민생계형 형사범 등 2188명에 대해 폭넓은 특별사면 및 복권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특별사면은 광복절인 15일자로 단행되며 운전면허, 식품접객업 등 행정제재 대상자 83만4499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도 함께 시행된다.

 

특별사면·복권 대상에는 잔형 집행이 면제되는 조 전 대표와 백원우 전 대통령실 민정비서관, 홍문종·정찬민·하영제 전 의원 등 정치인·전직 주요 공직자 27명,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등 경제인 16명이 포함됐다.

 

 

사면 대상 정치인은 대체로 여야 균형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 계열로 분류되는 윤·최 전 의원과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조 전 교육감, 조 전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형선고가 실효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일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윤건영 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도 이번에 복권됐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 출신인 심학봉·송광호 전 의원, 박근혜 정부에서 일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등도 복권됐다.

 

정 장관은 브리핑에서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사면이 이뤄졌다”고 사면 단행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특히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우리 사회의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주요 공직자, 여야 정치인 등을 대폭 사면했다”고 밝혔다.

 

조국, 형기 절반도 못 채워…‘사법정의 훼손’ 등 논란
대통령실 ‘일찍 하는 게 낫다’ 판단…“핵심은 민생회복”
여 “검찰독재 피해 명예회복” 야 “흑역사로 기록될 것”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국민통합이라는 시대 요구에 부응하고, 민생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법무부의 사면안에 공감했다”며 “특별사면의 핵심 기조는 불법적인 비상계엄으로 높아진 사회적 긴장을 낮추고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민생회복 사면”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첫 특별사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조 전 대표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사면 지지와 반대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조 전 대표가 새 정부 첫 특별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릴지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조 전 대표 부부를 포함해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 수사로 고초를 겪은 친문재인계 정치인을 대거 특별사면·복권 대상에 포함했다. 여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강하게 형성된 검찰개혁 공감대 위에서 여론의 부담을 떠안더라도 ‘이왕 할 거면 일찍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게 대통령실 안팎의 시각이다.

 

이번 광복절 특사에 조 전 대표가 제외됐다면 범여권으로 묶이는 혁신당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됐는데, 이로 인한 민주당과 집권세력의 고립보다는 범여권의 폭넓은 연대를 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혁신당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았고, 지난 6월 대선에도 후보를 내지 않았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나 사법정의 훼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 전 대표는 실질적 가석방 요건인 형기의 2분의 1을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재직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비판하며 했던 말이 그대로 적용된다. 2022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비판하며 “국민통합에 저해되는 특혜 사면은 전면 철회해야 한다”며 “가장 큰 문제는 중대 범죄자들을 풀어주기 위해 야당 인사를 들러리,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이번 특별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야당 출신 전직 의원 사면·복권 역시 ‘들러리’이자 ‘방패막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야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깊은 숙고 속에 국민 눈높이와 시대적 요구를 함께 살핀 것으로 보인다”며 “내란을 종식해야 하는 정부인 만큼 검찰독재의 무도한 탄압 수사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삶과 명예를 되돌려드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빛의 혁명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출범됐기에 가능했다”며 “내란 정권이 망가뜨리려던 대한민국에 위로와 통합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 포상용 사면권 집행”이라며 “국민과 야당의 반대를 묵살하고 오만과 독선으로 단행한 이번 광복절 특사는 대통령 사면권 남용의 흑역사로 오래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 정환보 박광연 기자 >

 

 

이 대통령 사면 결단…조국 측 "고심 어린 결정에 감사"

지방선거 출마설 속 일단 '내란 청산' 힘 보탤 듯

조국혁신당 지도부, 전원 기립해 고개 숙여 인사
"국민께 감사…이재명 정부 출범했기에 가능해"
"국민주권정부 성공 강한 동력, 혁신당이 선봉에"

윤미향은 형선고 실효 및 복권돼…"고맙습니다"
진보당도 환영…"윤미향, 검찰독재 극심한 피해"

민주당, 특정인 거명 대신 '민생' '국민통합' 방점
"대통령 깊은 고뇌…정치검찰 피해자 명예 회복"
국힘은 "최악의 정치사면" "정권 몰락 서막" 반발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들이 조국 전 대표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이 공식 발표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께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2025.8.11. 조국혁신당 홈페이지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들이 조국 전 대표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이 공식 발표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5.8.11. 조국혁신당 홈페이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이재명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오는 15일 새벽 교도소에서 풀려나게 됐다.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지난해 12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2026년 12월 15일이었으나 잔형 집행이 면제되는 사면과 함께 복권도 이뤄져 향후 정치 활동의 빗장이 모두 풀렸다. 전당대회를 통한 당대표 복귀, 내년 지방선거 또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출마 가능성 등 여러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조 전 대표는 출소 뒤 일단 당 전열을 정비하는 한편 '내란 청산'에 주력하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11일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이 발표된 뒤 국회 본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검찰권 오남용으로 고통받던 건설노조, 화물연대 등 노동자들과 구여권 인사들에 대해 사면, 복권이 이뤄졌다. 피해자 여러분의 아픔이 치유되길 바란다"며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대상으로 포함됐다. 조국혁신당을 대표해 감사 인사드린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자리에는 서왕진 원내대표와 황명필·차규근·이해민 최고위원, 황현선 사무총장, 정춘생 정책위의장, 정도상 중앙당교육연수원장, 강경숙·김준형·백선희·황운하 의원도 배석했다. 이들은 회견 시작 전 전원 기립해 조 전 대표 사면을 지지해준 국민과 시민사회를 향해 고개 숙여 감사 인사부터 올렸다.

 

김선민 권한대행은 "누구보다 국민께 감사드린다. 조국 전 대표가 자유의 공기를 호흡하게 된 것은 국민 덕이다. 빛의 혁명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이재명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했기에 가능했다"면서 "이재명 대통령님의 고심 어린 결정에 감사드린다. 내란 정권이 망가뜨리려던 대한민국에 위로와 통합의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또 "검찰독재, 검찰권 오남용 피해 회복을 위해 함께 해주신 대한민국 학계, 정계, 종교계, 시민사회, 원로분들께도 고개 숙여 인사 올린다. 저희가 차마 말하지 못했던 일을 함께 걱정하시며 목소리를 내주셨다"면서 "이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완전한 회복과 국민주권정부 성공을 뒷받침할 개혁에 강한 동력이 생겼다. 민주진영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국혁신당이 선봉에 서겠다. 개혁 5당이 국민 앞에 약속한 검찰·사법·감사원·언론 개혁과 반헌특위 설치 등 5대 개혁을 완수하겠다. 추석 귀성 선물로 국민께 보고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며 "오늘 민주주의 회복은 국민 여러분이 있기에 가능했다. 절대 잊지 않겠다.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김 권한대행은 향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당분간 걱정해 준 당원과 국민을 만나지 않을까 한다"면서 "동시에 내란 청산, 개혁 과제 완수에 집중하고 당 인프라를 튼튼히 세우는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조 전 대표 출마 얘기는 너무 앞서나갔다"며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에도 "너무 앞서간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제1586차 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3.8. 연합
 

조국 전 대표와 함께 관심을 모았던 윤미향 전 의원도 이번 특사에 포함돼 정치검찰이 억지로 채웠던 족쇄를 풀고 일정 부분 명예 회복도 하게 됐다. 그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후원금 횡령 등 혐의로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이번에 형선고실효 및 복권 조치가 됐다.

 

이에 윤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고맙습니다"라고 짧은 소감을 올렸다. 앞서 그는 국민의힘과 수구보수 언론 등이 자신에 대해 '사면 불가'를 외치자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판결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열거한 뒤 "오늘도 저것들은 나를 물어뜯고 있다. 저 욕하는 것들이 참 불쌍하다"면서 "앞으로도 제가 걸어가야 할 길에서 한치도 흔들리지 않고, 포기하지도 않고 뚜벅뚜벅, 제가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갈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원내 4당인 진보당도 윤 전 의원 사면을 적극 환영하는 동시에 이를 비방하는 국민의힘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홍성규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지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가장 상징적이고도 극심한 피해자였던 윤미향 전 의원의 사면 여부를 두고 급기야 국민의힘에서 '순국선열 모독'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며 "친일매판세력 국민의힘, 당신들은 독립운동자금 단 한 푼이라도 모아본 적이나 있나? 윤미향 전 의원이 평생을 바쳐 위안부 피해자 인권운동에 헌신할 때 사사건건 색깔론으로 방해나 훼방질만 일삼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미향 전 의원은 검찰독재정권의 극심한 피해자이다. 오죽하면 그 서슬 퍼런 윤석열 내란정권 치하에서도, 검경이 총동원되어 당사자와 주변을 탈탈 털었음에도, 1심에서 대부분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겠는가"라면서 "누가 뭐래도 사면복권의 가장 앞자리에 있어야 할 당사자야말로 윤미향 전 의원이다. 뼛속까지 친일매판정당 국민의힘은 당연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음을 분명히 못박아둔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특정인을 직접 거명하는 대신 '민생'과 '국민통합'이라는 포괄적인 의미를 부각시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보수층은 물론 여권과 진보 진영 일각에서도 사면 대상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이번 광복절 사면은 정부의 발표대로 '민생'과 '국민통합'을 중심 가치로 삼은 것"이라며 "대상의 대다수가 '생계형 사범'으로, 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기 위한 '민생사면'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사면권 행사는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깊은 숙고 속에 국민의 눈높이와 시대적 요구를 함께 살핀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의 고뇌를 깊이 이해한다"면서 "그럼에도 '지지'와 함께 '비판'의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모든 목소리를 소중히 듣겠다. 모든 의견이 대한민국이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아울러 "특히 내란을 종식해야 하는 정부인만큼 검찰독재의 무도한 탄압 수사로 고통받은 피해자들의 삶과 명예를 되돌려 드리고자 했다. 이들은 정치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크나큰 시련과 고통을 감당해야 했다"고 말해 조국 전 대표 부부와 최강욱·윤미향 전 의원 등을 우회적으로 거론한 뒤 "정치검찰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과 함께 정치검찰의 피해자들도 명예를 되찾는 것이 당연하다"고 단언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2025.8.11. 연합
 

정부는 이날 "광복절을 맞아 오는 15일 자로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청년, 운전업 종사자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과 전직 주요 공직자 및 정치인, 경제인, 노조원, 노점상, 농민 등 2188명에 대해 폭넓은 특별사면 및 복권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특별사면 조치로 15일 오전 0시부터 효력이 발효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국민통합과 화합을 위한 기회를 마련하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어려워진 서민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내란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범죄의 경중, 국가에 기여한 공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직 주요 공직자와 정치인 27명을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조국 전 대표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윤미향·최강욱·심학봉·송광호·홍문종·정찬민·하영재 전 국회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은수미 전 성남시장,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현직인 윤건영 의원 등이 포함됐다. 다만 최근 사면·복권을 직접 요청했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제외됐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같은 사건으로 기소됐다가 대통령 당선 뒤 재판이 중지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 장관은 또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권이 보장된 국민주권정부를 뒷받침하기 위해 과거 노조 활동이나 집회 진행 과정에서 불법행위로 처벌받은 건설 노조원과 화물연대 노조원 등 184명을 사면했다"며 "민생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각종 행정감면 조치도 광범위하게 시행했다. 정보통신공사업, 식품접객업, 생계형 어업, 운전면허 등 행정제재 대상자 83만 4499명에 대해 특별감면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불가피하게 채무 변제를 연체한 소액연체 이력자 324만 명에 대해 신용 회복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했다. 특히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벌금을 제때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된 저소득 소외계층을 사면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조국 전 대표의 형기가 절반 이상 남았다는 지적에 대해 "과거에도 형 집행률이 낮아도 사면한 전례가 있다"면서 "국민 통합 측면, 대상자의 국가 및 사회에 대한 기여도, 각계 다양한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5.8.11. 연합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늘 임시 국무회의에서 특별사면 등에 관한 안건이 심의·의결됐다. 이번 조치가 대화와 화해를 통한 정치복원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 대통령은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민생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법무부의 이번 사면안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이번 사면의 핵심 기조는 불법적인 비상계엄으로 높아진 사회적 긴장을 낮추고 침체된 경제를 살리자는 것이다. 이러한 '민생회복 사면'을 위해 이 대통령은 그동안 각계각층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심사숙고했다"면서 "정치인 사면의 경우에는 종교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여야 정치권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청취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생계형 사범의 경우 올해 성탄절에 사면 여부를 검토할 수 있도록 부처별로 사례를 모아달라는 지시도 했다고 강 대변인은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조국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등이 포함된 데 대해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퇴색시킨 최악의 정치사면"이라며 극렬 반발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민과 야당의 반대를 묵살하고 오만과 독선으로 단행한 이번 특사는 대통령 사면권 남용의 흑역사로 오래 기록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하고 "정권교체 포상용 사면권 집행"이라고 규정했다.

 

당권 주자들도 가세했다. 김문수 후보는 입장문을 내고 "조국 사면은 이재명 정권 몰락의 서막이 될 것"이라며 "조국이 나라를 구했나. 사람을 살렸나"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후보는 "입시 비리자 조국을 사면하는 것은 수능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를 분통 터트리게 하는 짓"이라며 "윤미향은 위안부 할머니들은 물론 민족의 영혼을 짓밟은 악질 범죄자"라고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 김호경 기자 >

 

또 물어뜯기는 윤미향…마용주 판사는 무슨 짓을 했나

광복절 사면설 나오자 국힘·언론 또 마녀사냥
2020년 온갖 '자금 유용·횡령' 보도 대부분 허위
억지 기소에 범죄 입증 안 되니 재판 4년 2개월

1심 공판 무려 39차례 끝에 "횡령액 1700만 원"
2심 재판장 마용주, 작정한 듯 유죄 대폭 늘려
조희대 대법원 확정판결 당일에 대법관 후보로

윤석열, 내란 와중에 '마용주 임명안' 신임 각별
'대법원 알박기' 성공…'이재명 파기환송' 맹활약
'보충의견' 5명에도 끼어 "지연되면 정의 아냐"

윤미향 "기부한 게 문제라는 이상한 2심 판결"
"한동훈 말 입증하듯 마용주가 1심 무죄 뒤집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독일대사관 앞에서 김복동의희망 윤미향 공동대표 및 문화예술인들이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미테구청은 설치 허용 기한이 만료되는 9월 28일을 철거 시한으로 정한 바 있다. 2024.9.24. 연합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에 윤미향 전 의원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민의힘과 수구보수 언론이 극렬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 사면심의위원회가 7일 회의를 통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부부,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등과 함께 윤 전 의원에 대한 사면도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결정하자 이를 어떻게든 무산시키거나 정부·여당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윤 전 의원을 또 다시 '파렴치범' '중범죄자'로 몰아가는 여론 선동에 나선 것이다.

 

윤미향 전 의원 사면설을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 기사들. 포털 다음 뉴스 화면 갈무리

 

국힘 "중대 범죄 막 사면?…죄지어도 벌 안 받는 특권층"
"이재명 정부는 당장 국민에게 사죄하고 사면 철회해야"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8일 <하다 하다 윤미향까지 사면하겠다는 이재명 정부, 제정신입니까?>라는 제목의 당 공식 논평에서 "조국 부부 사면 논란으로 들끓는 민심에 부응하기는커녕 외려 기름을 퍼붓겠다는 것"이라며 "다른 것도 아닌 위안부 할머니들을 상대로 한 횡령 범죄다. 윤미향 씨 사면은 곧 그간 민주당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해왔다는 자백과 다를 바 없다"고 이재명 정권과 윤 전 의원을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는 지금 당장 국민들께 사죄하고 윤미향에 대한 사면 건의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윤석열 사단'의 일원이던 검사 출신 주진우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한 후원금을 횡령한 윤미향마저도 이재명 대통령이 특별사면할 예정이다. 입시 비리 패밀리인 조국 부부, 최강욱도 이미 사면에 포함됐다"면서 "이제 정권을 잡는 쪽은 아무리 중대 범죄라도 특별사면 막 해도 되나? 이제 민주당 정치인들은 죄지어도 벌 안 받아도 되는 특권계층이 됐다"고 주장했다.

 

언론의 경우 예컨대 조선일보는 <광복절 특사 대상에 '후원금 횡령' 윤미향도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역시 횡령 의혹을 부각시키며 "윤 전 의원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으로 위안부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한 이력을 내세워 2020년 4월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민주당의 위성정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그런데 그해 5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의원에 대해 '30년 동안 할머니들을 이용해 먹었다'며 후원금 횡령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고 서술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5.25. 연합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의 활동에 대해 비판을 제기한 것에 대응해 정의기억연대가 기자회견을 연 11일 오전 한경희 사무총장이 발언을 하며 울먹이고 있다. 2020.05.11. 연합
 

이용수 할머니조차 "정대협 회계 문제는 전혀 모른다"
최종 판결까지 4년 2개월이나 걸린 게 윤미향 봐주기?

 

때만 되면 등장하는 '윤미향 악마화'의 무한반복 레퍼토리다. 그러나 위안부 할머니들을 파렴치하게 이용해 제 잇속만 차렸다는 윤 전 의원의 횡령 의혹은 사실무근이거나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다. 사리사욕을 위해 돈을 빼돌리기는커녕 수입이 넉넉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소속 단체에 거액을 기부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윤 전 의원과 정의연 활동가들이 극단적인 존재 부정을 당하게 되는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던 이용수 할머니조차 기자회견이나 인터뷰에서 정작 정대협·정의연 회계 문제에 관해 "전혀 모른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2020년 대대적인 '윤미향 마녀사냥'이 벌어졌을 때 언론은 윤 전 의원의 횡령 또는 착복 의혹과 관련해 아니면 말고식 보도를 폭포처럼 쏟아냈다. 그러나 ▲단체 자금을 유용해 딸의 유학비를 지출하고 아파트를 사들였다는 의혹 ▲남편이 운영하는 신문사에 정의연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 ▲안성쉼터 헐값 매각 및 불법 증축 의혹 ▲부친을 쉼터 관리자로 등재해 6년여 동안 7580만 원을 지급했다는 의혹 ▲맥줏집에서 3300만 원을 지출했다는 의혹 ▲선관위에 신고한 예금 3억여 원에 기부금이 포함됐다는 의혹 ▲보조금을 중복·과다 지급받았다는 의혹 ▲국세청 홈페이지(홈택스) 허위 공시 및 누락 의혹 ▲외교부 및 인권위에 기부금 및 보조금 수입 및 지출 내역을 허위 보고했다는 의혹 등은 아예 검찰 수사 단계에서 모조리 무혐의 처리됐다.

 

검찰이 그밖의 몇 가지 혐의를 억지로 짜깁기해 2020년 9월 기소한 뒤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4년 2개월이나 걸린 것은 검찰이나 법원이 윤 전 의원을 봐주려고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범죄의 증명이 안 되는 재판을 진행하느라 애를 먹은 탓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 1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문병찬 부장판사)는 공판기일을 39차례나 잡은 끝에 2023년 2월 선고공판에서 검찰이 기소한 8개 혐의 가운데 7개를 무죄로 판단했다. 1개 유죄 혐의의 횡령 액수도 검찰이 주장한 1억 원 가운데 단 1718만 원만 인정해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2017년 1월 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64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길원옥 할머니(왼쪽부터), 김복동 할머니와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가 25주년 떡케익 초를 끄고 있다. 1992년 1월 8일 시작된 수요집회는 25주년을 맞았다. 2017.1.4. 연합
 

과거 시민단체 현실에서 활동 경비 '선 지출, 후 보전' 방식
소액 지출 영수증 못 찾은 게 1700만 원…오히려 1억 기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철퇴를 가하며 윤 전 의원에게 사실상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법인카드가 하나밖에 없던 과거에 활동가들은 공적인 용도에 쓰는 비용을 자기 돈으로 먼저 결제한 뒤 회계 담당자에게 영수증을 제출하고 나중에 보전받았다. 사적으로 유용한 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공금을 회계 처리한 것이다. 윤 전 의원도 할머니들과 함께 해외나 지방 등을 순회하며 사용한 경비나 식사 비용 등을 '선(先) 지출'하고 '후(後) 보전' 받는 방식으로 일하곤 했는데, 워낙 오래전에 소액씩 지출해 영수증을 찾지 못한 내역을 모두 합친 액수가 1700만 원이었다.

 

게다가 윤 전 의원은 정대협 상임대표 및 정의연 이사장을 역임한 10여 년 동안 월 200만~300만 원의 급여를 받으면서 각종 강연료, 책 인세, 상금 등을 정대협 등에 기부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기록으로 확인된 기부 액수만 1억 원 이상이었다. 횡령 액수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기부하는 횡령범이라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모순이다. 그래서 1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30년간 열악한 환경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이 과정에서 횡령액보다 많은 액수를 기부한 사실을 고려했다"며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을 선택했다.

 

윤미향 전 의원, 김복동 할머니, 길원옥 할머니, 손영미 마포쉼터 소장(왼쪽부터)이 함께하던 시절. 사진=윤미향 전 의원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3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정의연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영미 씨를 추모하는 액자와 꽃다발이 놓여져 있다. 2020.6.10. 연합
 

2심 때 증빙자료 훨씬 더 보강했는데 되려 횡령액 대폭 증가
고(故) 손영미 쉼터 소장 개인 계좌까지 정대협 계좌로 간주

 

2심 재판 과정에서 윤 전 의원은 확실한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간식비와 식비, 사무처의 소소한 활동비까지 일일이 확인해 증거 자료를 최대한 제출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형사1-3부(마용주 한창훈 김우진 부장판사)는 윤 전 의원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2023년 9월 판결에서 1심의 벌금형을 뒤집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이 아무런 추가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반면 윤 전 의원 측은 1심에서 못 냈던 10년치 증빙서류 다수와 증인들을 보완했음에도 2심 재판부는 도리어 횡령 액수를 7958만 원으로 대폭 늘렸다. 특히 검찰 측 주장만으로 고(故) 손영미 마포쉼터 소장의 개인 계좌를 정대협 계좌로 간주하면서 손 소장과 윤 전 의원과의 개인적 통장 거래까지 횡령에 포함시켰다.

 

나아가 김복동 할머니 시민사회장(葬)을 위한 공개 모금액 1억 2967만 원과, 여성가족부에서 받아 인건비로 지출한 국고보조금 중 활동가들이 다시 헌신적으로 정대협에 기부한 6520만 원에 대해서까지 1심 판단을 완전히 뒤집어 불법으로 규정했다. 윤 전 의원은 2심 최후진술에서 "청춘의 시간을 정대협에 쏟아부었다. 그런 활동가들이 지난 3년 동안 '다른 정치적인 의도로' '사적인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할머니들을 이용했다는 공격을 받으며 견딘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며 사는 것이었다"면서 "국가도 사회도 관심 갖지 않을 때 피해자들과 함께한 활동가들의 수고가 비난과 공격에서 격려와 연대로 변할 수 있도록 따스한 위로의 판결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비웃듯 형량을 오히려 올렸다. 조희대 대법원은 1년 2개월 뒤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마용주 신임 대법관(왼쪽)이 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취임식에 조희대 대법원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25.4.9. 연합
 

2심 재판장 마용주, '윤미향 죄인 만들기' 공로에 대법관?
헌정사 초유 '사법 쿠데타' 통한 대선 개입 과정서 맹활약

 

이 문제의 2심 재판장이던 마용주 부장판사는 '윤미향 죄인 만들기'의 공로를 인정받았는지 윤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바로 당일인 2024년 11월 14일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에 의해 대법관 후보 4명 중 1명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추천됐다. 결국 조 대법원장은 마 부장판사를 낙점해 같은 해 11월 26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2월 2일 취임 후 첫 인선으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부인 정경심 전 교수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던 엄상필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윤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 바 있는데, 윤석열 정권의 정적 제거에 공을 세운 판사들을 대법원에 진출시키는 동일한 패턴을 보인 것이었다.

 

윤석열은 12·3 비상계엄을 일으킨 뒤 내란을 진행하던 와중인 12월 13일 국회에 '대법관 마용주 임명동의안'을 제출해 마 부장판사에 대한 각별한 신임을 드러내는 동시에 막판까지 '대법원 알박기'를 시도했다. 이후 윤석열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되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4월 8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하면서 마 부장판사를 대법관으로 임명했다. 내란 잔당의 필사적인 '헌재 알박기' 시도 과정에서 마 부장판사도 대법원에 안착한 것이다.

 

'마용주 대법관'은 이에 보답하듯 지난 5월 1일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을 초고속으로 심리해 원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조희대 대법원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나아가 헌정사 초유의 '사법 쿠데타'를 통한 대선 개입을 합리화하기 위해 '보충의견'을 냈던 대법관 5명 중에도 끼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까지 강변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하마터면 대선 결과가 바뀌고 내란 세력이 정권을 연장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2019년 1월 30일 당시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가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복동 할머니 빈소에서 입관식을 마친 뒤 조문하고 있다. 2019.1.30. 연합
 

김복동 할머니 시민사회장 조의금 남아 장학금 등으로 기부
윤미향이 사적 유용한 것도 아닌데 1심 무죄를 유죄로 뒤집어

 

윤 전 의원은 8일 이 같은 마 대법관의 2심 판결을 다시금 떠올리며 그 부당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국민의힘과 언론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사면 불가'를 외치자 악몽이 되살아난 것이다.

 

윤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선 지난 2019년 1월 김복동 할머니 시민사회장에서 기부금을 모집하고 조의금과 관련 없는 용도로 사용했다는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처음에는 조의금이 부족해서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장례식을 치르고 조의금이 남았다"며 "정의연을 중심으로 시민사회장례위원회가 만들어졌기에 이 남은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의논해 200만 원씩 11개 단체에 기부했다. 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15명의 대학생 자녀 장학금으로 200만 원씩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조의금 중 남은 돈을 김복동 할머니의 유지(遺志)에 따라 장례위원회 심사를 거쳐 여성·인권·평화·노동·통일 분야 시민사회단체 및 그 활동가의 대학생 자녀들에게 총 5200만 원을 기부했다는 것이다. 윤 전 의원은 "이것을 기부금품법 위반이라고 항소심 마용주 판사는 판결했다. 조의금은 유가족을 도와야 하는데 사회단체에 기부했기에 조의금 명목이 아닌 기부금을 모은 것이라는 이상한 판결을 한 것"이라며 "법률상 김복동 할머니의 상속인은 정의연이었다. 즉, 정의연이 다 가졌으면 되는데 다른 곳에 기부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억지 판결로 1심의 무죄를 2심에서 유죄로 돌렸다. 보수 언론들은 마치 제가 할머니 조의금을 다 먹은 것처럼 기사를 써댔다"고 어처구니없어했다.

 

2019년 3월 김복동 할머니 시민사회장 장례위원회가 고인의 유지에 따라 조의금 중 남은 돈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대학생 자녀 장학금으로 지원하기 위해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윤미향 전 의원 페이스북

 

여가부 보조금, 인건비로 지급…활동가들 헌신적 기부까지 '유죄'
윤미향 "내가 다 먹은 것처럼 기사 써대…검찰 기소 복사한 판결"

 

여성가족부가 지원한 국고보조금 6500만 원을 부정 수령했다는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실무자가 보조금 사업으로 일하고 자신이 받은 대가를 정대협에 기부했다고 유죄로 때려 놓고 보수 언론들은 제가 보조금을 다 먹은 것처럼 기사를 써댔다"고 분노했다. 윤 전 의원은 앞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을 때도 "정대협과 정의연은 여가부의 피해자 치료 사업 보조금 사업을 수행할 자격이 충분했다. 여가부에 의해 승인된 사업 계획과 예산에 따라 사업 담당자는 노동을 제공했고 '인건비'도 담당자에게 그대로 지급됐다"면서 "이후 담당 활동가가 정대협에 다시 전액 혹은 일부를 기부한 행위를 두고 대표와 실무 책임자가 공모해 벌인 보조금 사기로 판결한 2심은 부당하다"고 항변했었다.

 

또 횡령 액수를 크게 늘린 데 대해서는 "10년 동안(의 사용 내역을) 긁고 긁어 1억 횡령했다고 검찰이 기소해서, 영수증과 증빙서류 (갖추느라) 우리 변호사님들이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치사할 정도로 거의 3년 넘게 재판에 매달려 증빙서류 제출했고, 검찰이 1억 횡령했다고 하는 그 시기에 (내가) 기부를 1억 이상했다고 하는 데도 검찰 공소 내용 복사하듯이 판결했다"며 "1심 거의 무죄 판결 후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정의를 바로잡겠다'고 했던 당시 법무부 장관 한동훈의 말을 입증이나 하듯이 그렇게 마용주는 1심의 무죄 판결 2.5개를 뒤집어 엎어버렸다"고 탄식했다.

 

윤 전 의원은 "다른 문제는 정말 하도 너저분해서 언급조차 하기 싫다"면서 "오늘도 저것들은 나를 물어뜯고 있다. 그러나 저는 참 편안하다. 저 욕하는 것들이 참 불쌍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더 이상 잃을 것도 없고, 잃을 것이라고는 제 목숨 하나 있지만 질기고 질겨, 김복동 할머니 목숨도, 길원옥 할머니 목숨도, 강덕경 할머니 목숨도 제 이 목에 메여 있다. 게다가 우리 손영미 소장님의 목숨도 이 목에 메여 있어서 저는 끄떡없다"며 "앞으로도 제가 걸어가야 할 길에서 한치도 흔들리지 않고, 포기하지도 않고 뚜벅뚜벅, 제가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호경 기자 >

 

1992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간사를 맡아 활동하던 젊은 시절의 윤미향 전 의원

 

조국 사면 반대에 한목소리 내는 극우와 '진보' 지식인

온 가족 7년의 고통…진실 덮은 프레임 넘어서야

극우가 득세? 중도의 이탈? 조국의 미래 위해서?
여전히 '파렴치한 위선자, 범죄자'라는 주장까지
검찰-언론 카르텔이 만들어낸 조국 일가 생지옥

최대한 사실과 기록 파헤쳐야 할 지식인의 책무
오류 인정하고 바로잡으며 고통 중단 함께해야

 

윤석열 검찰의 연성 쿠데타였던 소위 '조국 사태'로 멸문지화를 당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연합
 

12.3 쿠데타에 실패한 윤석열은 지금, 책임과 처벌을 피하기 위해 감옥에서 온갖 꼼수와 진상을 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윤석열이 총장이던 시절에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정의로운 수사를 했다'라고 믿는 사람은 이제 없을 거라고 봤다. 하지만 그런 나이브한 기대는 틀렸던 것 같다. 지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면에 반대하는 일부 지식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 프레임은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못에 던진 돌이 가라앉고 나서도 동그란 잔물결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2019년의 그 현상이 작게 반복되고 있다. 오른쪽의 극우 유튜버, 국민의힘, 족벌언론과 친검찰 법조기자들부터 왼쪽의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까지 조국 전 대표의 사면을 한사코 반대하고 비판하며 한목소리를 내는 현상 말이다.

 

물론 여기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는 지식인들의 논리는 대부분 과거하고는 좀 달라졌다. '검찰이 잘했고 옳았다'라고 노골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국 사면은 극우를 다시 자극해 결집의 기회를 줄 수 있다', '조국을 사면하면 중도층이 반발하고 이탈하면서 이재명 정부에게 타격이 올 수 있다', '사면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이 조국 개인의 정치인으로서 미래를 위해서도 좋다' … 등등의 논리가 제시되고 있다.  

 

조국 사면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 관련기사 화면 갈무리

 

하지만, 온 가족이 7년 동안 생지옥의 고통을 겪는 것을 목격했으면서도, 이런 정치공학적 유불리 계산을 하고, 걱정하는 척하면서 '계속 감옥에서 고통받고 있어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논리적으로도 안 맞다. 윤석열이 저지른 문제점들을 바로잡으면 극우를 자극하고 득세시키며 중도층이 이탈한다? 이런 식이면 어떤 과거 청산과 사회 개혁도 하기 어렵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해할 측면도 있는데, 더 놀라운 것은 여전히 '조국은 파렴치한 위선자이고 범죄자'라는 2019년 당시 검찰-언론 카르텔의 프레임을 반복하며 '조국 사면 불가'를 말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능력주의의 문제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판하며 한국 사회에 기여해 온 박권일 작가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SNS에 올린 글에서 박권일 작가는 심지어 "전두환 정권 치하에서 처벌된 강간범, 사기범"과 조국 전 대표를 비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잡범"을 사면하라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에게 '사죄'와 심지어 "인권 운동 후배들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은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권운동가인 박래군 이사는 그저 조국이 '윤석열 검찰 권력의 남용과 표적 수사'의 희생양이었다고 지적했을 뿐인데 말이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경우는 대표적인 검찰 권력의 남용 사례다. 조국 전 대표의 일가족 등 6명에 대해 압수수색만 70번이나 진행됐다. 혐의가 나올 때까지 파고 또 파는 먼지털기식 수사는 끔찍했다.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넘어 가정을 파탄시키려고 작정하고 덤벼드는 검찰 앞에 조국 전 대표와 같은 힘 있는 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조국몰이를 시작하며 70여군데를 압수수색하면서 인간사냥을 전개했다/ 당시 MBC PD수첩 화면 갈무리
2019년 10월 2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부인 정경심 교수의 접견을 위해 아들, 한 여성과 의왕시 서울 구치소 접견실로 향하고 있다. 2019.10.24. 연합
 

과연 조국 전 대표는 '검찰 권력 남용과 표적 수사'를 보여주고 있는가? 아니면 '아무리 전두환 독재정권이라도 강간범에게는 정의로운 처벌을 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가? 2019년만 해도 많은 이들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권력자에 대한 정의로운 수사'라고 답했을 것이다. 검찰과 거의 모든 언론이 합창하고 누구도 그것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분위기였으니. 당시에는 조금이라도 조국을 옹호하면 진중권, 김경율 같은 이들에 의해서 한심하고 멍청한 '조빠', '조국기 부대'라는 낙인이 찍혔다.

 

하지만 지난 7년간 많은 것이 밝혀졌다. 윤석열 검찰이 '조국몰이'를 시작한 명분인 사모펀드, 권력형 비리, 정경유착은 전혀 근거가 없었고 검찰 스스로도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자 별건 수사로 틀어서 '입시 비리와 표창장'으로 온 가족을 생지옥에 빠트렸지만, 이 수사와 판결들은 수많은 지적과 문제 제기를 받아왔다. 표창장은 검찰이 사실상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고 증거 조작의 문제까지 제기돼 있다. 결정적 증인인 최성해 동양대 총장은 스스로 말을 바꾸고 뒤집었다.

 

그래서 유죄를 뒷받침해 온 검찰 측의 핵심 증거와 증인들은 그 신뢰성과 타당성이 대부분 사라진 상태이고 재심에 대한 요구가 강력하다. 무엇보다 윤석열 검찰의 추악한 실체가 드러났다. 그래서 지금은 '윤석열과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추진을 막기 위해서 조국 일가를 희생양 삼았다'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정도이고 표적 수사, 별건 수사, 먼지떨이 수사 등에 대해서는 한마디씩 하는 분위기다.  

 

검찰의 압박으로 거짓 증언을 했다가 양심 선언한 증인의 글 - 관련 방송 화면 갈무리 

 

그런데 일부 '진보' 지식인들은 이런 사실과 기록들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처럼 그저 7년 전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모든 지식인의 기본적 책무인 '사실과 기록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검토'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발언한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의 근거는 법원 판결뿐이다. 물론 이해는 간다.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대개 언론에 나오면 사실이라 믿고, 검찰이 기소하면 이유가 있다고 믿고, 법원이 판결하면 죄가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윤석열과 '검찰-언론-사법 통치체제'의 작동 기반이기도 했다. 하지만 비판적 지식인이라면 달라야 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끝없이 돌아보고 파헤쳐야 한다. "사면 불가론을 외치는 사람들의 절대다수는 그런 유죄 판결이 어떤 이유로 내려졌는지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그 진실에 딱히 관심도 없다. … 하지만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수많은 사람의 마음에 단호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하려면, 최소한 진실을 알아보려는 성의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족벌언론과 폭력적 국가기구가 주도하는 마녀사냥의 경우에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예컨대 박권일 작가의 경우에는 과거에 '종북몰이' 때도 이런 아쉬운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당시 통합진보당은 '내란음모'를 꾀했다며 엄청난 마녀사냥을 당하다가 결국 정당의 강제 해산까지 당했다. 하지만 당시 박권일 씨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상이나 이념이 아니라 ‘총기 제조 및 시설물 파괴’ 등을 계획한 구체적 행위"라면서 마녀사냥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여기에는 자신과 노선과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국가기구의 탄압을 당하면 쉽게 외면하곤 하는 한국 사회의 지식인과 운동사회의 잘못된 풍토도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사실을 철저히 확인하기보다는 족벌언론과 국가기구가 만든 프레임까지 쉽게 받아들이는 태도로 나타난다. 그러면 프레임과 어긋나는 진실이 밝혀져도 자신들의 오류를 인정하지 않게 된다. 자신의 오류를 돌아보고 인정하기보다는 탄압과 고통이 지속되길 원하게 되는 것이다.  

 

조국몰이에 앞장서던 대표적 법조기자인 임찬종 씨가 윤석열의 인권을 걱정하고 있다 - 페이스북 갈무리

 

'윤석열과 김건희에게도 인권이 있다'라면서 지나친 선정적 보도나 조롱은 문제라고 비판하는 법조기자나, '윤석열 지지자들을 단순히 극우라고 낙인찍지 말고 함께 대화하고 더 관대하게 접근하자'라는 지식인들의 일부가 조국 일가에게는 모질고 가혹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 점에서 한인섭 교수의 최근 인터뷰는 매우 대조적이고 인상적이었다.

 

한인섭 교수는 2019년 검찰-언론의 조국 인간사냥 때 좀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서보학 교수와 함께 한인섭 교수를 법조 카르텔의 문제점이나 사법 개혁의 과제에 대한 가장 신뢰할 만한 전문가로 생각하던 나는 그것에 약간 아쉬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돌아보면 조국의 옆에 서 있거나 약간이라도 편을 드는 사람까지 다 공격하는 검찰과 언론의 광풍 앞에서 쉽지 않았을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한인섭 교수는 최근 유튜브 방송 인터뷰에 나와서 당시의 마녀사냥을 이렇게 돌아봤다. "정상적 수사가 아니라, 한 사람을 표적으로 삼아 인간사냥, 인격 살해, 온 가족 멸문사화를 저질렀다. … 압수수색이 몇백 회고, 검사 몇백 명이 달라붙었다. 언론도 총동원하고 …. 검-언 합동 표적 공격이었다. … 역사상 이렇게 온 가족에 대해, 10년 치의 온갖 사실을 다 털어서 수사한 적이 없다. 조국 가족은 생지옥에 던져졌다.“

 

더구나 아래 대목을 말하는 과정에서는 울컥하면서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누구보다 그 고통을 함께하던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8개월의 고통이 아니라 7년의 고통이다. … 그 화살을 뽑아줘야 한다. 그 고통을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줘야 고통이 전이되고 해소된다. 그것은 한 개인의 아픔이 아니라 지켜주지 못한 사람들의 고통이다. … 당신들의 그 고통을 외면해서, 못 막아줘서 미안하다는 공감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게 된다."   

                                                                                         < 전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