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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군복 관료'들 이번에도 전작권 환수 난색?
시사한매니져
2025. 8. 16. 00:36
정보 · 감시 · 정찰 타령…20년 전 반대논리와 판박이
"지휘권도 없는 군대서 별 달고 거들먹거릴 것인가"
새 정부 '임기 내 환수' 다짐, 단호한 의지엔 온도차
안보 환경 · 미국 전략 변화·환수 준비 3박자 갖춰
ISR 강화도 완숙 단계, 기왕의 계획대로 하면 될 일
"참여정부 초기 국방부를 찾아 협력적 자주국방을 설명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의지를 강조하자 고위급 장성들이 깜짝 놀랐다. 일제히 우려를 표하며 말 그대로 사시나무 떨 듯했다. 그런데 몇 달 뒤 다시 국방부를 찾아가 보니 같은 인물들이 이번엔 일제히 '가능하다'고 하더라. 두 번 놀랐다."

노무현 정부 국가안보회의(NSC) 핵심 당국자의 전언이다. 군복을 입었을 뿐 '하던 대로' 일하면서 밥을 버는 데 익숙한 관료적 사고의 단면이 엿보인다. '국가'를 중심에 놓고 국익을 따지기보다 '관행'에 푹 젖어 있다. 그러다가도 권력의 의지가 분명한 것 같으면 슬쩍 줄을 바꿔 선다. 오래전에 접한 말이 다시 떠오른 것은 20년의 시차를 두고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발표한 외교안보 국정과제의 하나로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명토박았다. 국정기획위가 건의하고, 정부가 국민께 보고하는 형식을 빌었다. 수십 년 동안 '지체된 정상화'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국산 '군복 관료'들은 이번에도 어슷비슷한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12.3 내란 수괴 피의자 정부가 임명한 국방부 고위직들이 대부분 남아 있는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이들의 유전자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학습효과를 새삼 확인하게 한다. 반대 또는 우려의 근거도 2006년과 거의 비슷하다. 바로 우리 군의 정보·감시·정찰(ISR)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군의 전투 역량이 부족하다는 말은 하지 못했고, 지금도 못한다. "미군 사령관의 지휘 아래서 계속 머물고 싶다"는 속내도 차마 드러내지 못한다. 유사시 전장에서 '눈'에 해당하는 ISR이 약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어 국민이 높여준 '시력'을 스스로 평가절하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그동안 북한 전역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는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를 4기 도입했고, 군사 정찰위성을 4기 운용하고 있다. 올해 안에 쏘아올릴 5호기가 운용되면 북한 주요 지점을 2시간 마다 감시가 가능해진다. 2030년까지 50~60기의 초소형 위성을 발사, 한반도 재방문 주기를 30분으로 단축할 계획도 장전돼 있다. ISR은 미사일방어·킬체인·대량응징보복의 3축방어체계에도 필요하기에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능력을 키워왔다. 앞으로도 투자와 대비가 필요하겠지만 ISF를 중심으로 전작권 이행 초기 미국의 보완전력(bridging capability)에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했던 과거의 국군이 아닌 건 분명하다.
안보 전문가 사이에서도 "국방부가 기밀에 붙이고 있지만 이미 마련해놓은 ISF 역량 강화 일정대로 필요한 무기·장비·시설을 도입하면 이재명 정부 임기 내 필요한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전에 이미 준비 작업이 완숙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말해준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7월 15일 인사청문회에서 전작권 전환 시 예상되는 국방비 증가액을 "21조(원)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현직 '군복 관료'들은 국군이 미군 망토 안에 계속 있어야 한다는 퇴행적 강박관념에 포획된 기성 언론의 엄호를 받고 있다. 이번에도 언론과 함께 공포를 유포하는 정황이 포착된다. "위험천만한 주장"이라거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전작권 전환은 곧 한미동맹의 와해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군사주권 회복 염원을 '감정의 문제'라고 폄하하면서 자신들의 '의존 근성'이 과학인 양 우긴다. "(한국군을 포함해) 75만 명의 병력이 내 휘하에 있다"라는 미군 사령관의 말이 이들에겐 지극히 편안한 자장가로 들리는 듯하다.
2006년과 2025년은 환경이 다르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미국의 국방전략 변화가 주한미군 역할 변경(전략적 유연성) 및 전작권 전환의 계기를 제공했다. 전작권 문제가 국방주권 확보를 위한 정신적 승리 차원에서 돌출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 또는 주한미군의 변화에 맞서는 방안의 하나로 한미가 합의한 사안이다. "미국이 한국처럼 부자나라를 그동안 공짜로 지켜주었다"라고 우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조지 부시 행정부보다 훨씬 현상 변경 의지가 강하다. 구조조정 대상이 된 주한미군 사령관이나 미육군 입장에선 '고정된 항공모함'에 지상군 전력과 지위를 유지하는 게 좋겠지만, 백악관 차원의 의지를 뒤집지 못한다. 주한미군은 상징적인 인원만 남아도 미국의 국익에 충분히 봉사할 수 있다.

최근엔 군복관료와 보수언론의 견고한 동맹에도 균열이 보인다. 주한미군 무용론 또는 현실론을 인정하고 나서는 조짐이 포착되는 것. 주한미군 스트라이커 여단은 순환근무로 반 주둔·반 철수 상태이며 한국 공군의 화력이 미7공군에 비해 5~10배의 화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한다.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미국이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 안에 있는 한국 기지에 육군 병력이나 최첨단 전투기를 둘 이유가 없음도 짚었다. 북 도발은 우리가 막는 수밖에 없으며 그게 현실임을 인정했다. 물론 객관적 상황 변화를 짚으면서도 한계는 뚜렷했다. 한미가 함께 중국과 싸우자는 말인지, 주한미군의 전력 약화가 아쉽다는 말인지 당최 종잡을 수 없는 결론에서 '이른바 보수'의 고민을 대변한다.
모두에 소개한 전작권 환수에 대한 군복관료들이 입장을 바꾼 건 권력의 풍향에 민감한 속성을 말해준다. 그들도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넘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광복절 축사에서 처음 발표한 뒤 기회 있을 때마다 전작권 환수를 다짐했고, 끝내 미국과 합의를 이뤄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국정과제로 보고했지만, 대통령의 의지는 다소 온도 차가 있어 보인다.
안 장관이 인사 청문회에서 환수 시기를 '정부 임기 내'로 밝히자 대통령실은 "시한을 대통령실이 정한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보고대회에서 "국정위 계획안은 확정된 정책이 아니다. 다양한 경로로 국민과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해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구체적인 안보 현안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하려는 조심성으로 읽힌다.

안보환경의 변화와 미국의 국방전략 전환, 우리 군의 준비 태세 등 전작권 환수 조건이 무르익었다. 한국군이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미군에 의존하려는 걸 두고 '유치원에 다니는 대학원생(미 군사전문가, 랄프 코사)'이라는 비아냥이 나온지도 오래다. '빛의 혁명'으로 12.3 내란이 차단된 덕분에 출범한 국민주권정부다. 미국과의 협의는 조용히 진행하더라도 적절한 계기에 보다 확고한 환수 의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12월 27일 국방부·군 수뇌부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이에 반대하는 예비역 장성들의 태도를 비판하며 내놓은 일갈은 여전히 유효하다.
"자기 나라 군대 작전통제 한 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기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 김진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