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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푸틴 ‘빈손 회담’…유럽, 우크라 안전 보장 고심
시사한매니져
2025. 8. 17. 13:59
유럽, 휴전 주장하던 트럼프가 ‘평화 협정’으로 돌아선 것 우려
젤렌스키 “살상을 중단하는 것이 전쟁을 멈추는 데 핵심 요소”
푸틴 "매우 유익했다. 우리가 필요한 결정 가까워졌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알레스카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AP 연합
지난 15일 미국·러시아 정상 회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합의 없이 끝난 가운데,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프랑스·이탈리아·독일·영국·핀란드·폴란드 정상은 16일 공동성명을 내어 “우크라이나가 주권과 영토를 효과적으로 보전하기 위해서는 철통 같은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과 나토 가입에 거부권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휴전 조건으로 요구해온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배제 등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유럽 정상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이어갈 필요성도 주장했다. 이들은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가 이뤄질 때까지 러시아의 전시 경제를 압박하기 위한 더욱 광범위한 경제적 (제재) 조처를 강화해나가겠다”며 “우크라이나는 우리의 흔들림 없는 연대에 의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성명은 앞서 이날 오전 트럼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유럽 정상들에게 전화를 걸어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내용을 공유한 뒤 나왔다. 영국·프랑스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후 안보군 배치를 추진하는 ‘의지의 연합’ 국가들은 17일 화상 정상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방안을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북유럽 국가들은 더욱 강경한 어조로 미국을 향해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촉구했다. 덴마크·에스토니아·핀란드 등 북유럽·발트해 연안 8개국은 이날 별도의 성명을 내어 “푸틴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국제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 행위를 끝낼 책임은 결국 러시아에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과 나토 가입에 대한 거부권이 없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애초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주장하던 트럼프가 ‘평화 협정’으로 돌아선 것을 두고 우려가 이어진다. 러시아가 협정 논의를 빌미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어갈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르몽드는 이날 “푸틴은 시간을 벌기 위해 협상 준비가 된 척 하고, 결코 끝나지 않을 협상들에 참여할 수 있다”며 “그동안 그의 군대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점령지를 확장하고 폭격을 지속할 것”이라고 해설했다.
젤렌스키 역시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러시아는 여러차례 휴전 요구를 거부하고 있으며, 언제 살육을 중단할지도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이 점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며 “살상을 중단하는 것이 전쟁을 멈추는 데 핵심 요소”라고 썼다.
반면 러시아는 15일 정상회담에 대해 만족스러운 반응이다. 크렘린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과의 회의에서 트럼프와의 회담이 “매우 유익했다”며 “대화는 매우 솔직하고 실효성 있었으며, 우리가 필요한 결정에 가까워졌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 천호성 기자 >
푸틴 “돈바스 전체 러시아 영토 인정해야 우크라와 휴전 가능”
트럼프와 알래스카 정상회담서 요구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에게 이런 내용을 전하면서 ‘평화협정 체결시 미국이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열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이후 푸틴 대통령도 참여하는 3자 회담을 오는 22일까지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악시오스는 16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루간스크 및 도네츠크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는 루간스크의 거의 전부와 도네츠크의 4분의 3을 점령한 상태다. 이 지역은 수년간 우크라이나군이 방어선을 구축해온 핵심 요충지로,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을 러시아에 넘겨주는 데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는 추가 영토를 푸틴에게 넘겨주는 것은 헌법 위반이며, 이런 행동이 나머지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추가 공격을 부추길 것이라고 본다”며 “러시아가 아직 장악하지 못한 도네츠크는 향후 러시아 공격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있어 전략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브 윗코프 특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은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에는 휴전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침략을 개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협정에 포함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직접 주둔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럽 주도의 구조에 대해 미국이 보증 또는 지원을 제공하는 형태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폴란드, 핀란드 정상들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철통 같은 안보 보장을 받아야 하며, 우리는 미국이 안전 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뢰할 수 있고 강력한 안전 보장 방안이 논의됐다”며 다만 그 틀은 나토 외부에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보장은 나토 집단방위 조항(제5조)에 해당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부터 미국의 안전 보장을 평화협정의 핵심 조건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미국 내부에선 ‘해외 전쟁에 미국이 휘말릴 수 있다’는 반대 여론이 강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유럽 쪽 외교 관계자 4명을 인용해 “트럼프가 푸틴으로부터 ‘서방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는 방식으로 평화협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암묵적 동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과 통화에서 자신과 젤렌스키 대통령, 푸틴 대통령의 3자 회담 마련 계획도 밝혔다. 시엔엔(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3자 회담 마련 시한을 ‘다음 금요일’(22일)로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18일 백악관을 방문해 자신과 회담할 예정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모든 일이 잘 진행된다면 이후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일정도 잡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 고위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는 러시아 국영 언론에 “3자 회담 구상은 알래스카 회담에서 공식 논의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푸틴에 대한 불만도 나타냈다고 한다. 3자 회담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대러 제재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고 보도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젤린스키 “18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만난다…미·우·러 회담 지지”
“전쟁 종식 세부 사항 논의할 것…초청 감사”
러시아 쪽은 3자 회담 개최 여부에 선 그어
미·러 정상회담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직접 만나기로 했다.
시엔엔(CNN)은 현지시각 15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방미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살상 중단과 전쟁 종식을 위한 모든 세부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며 “초청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마친 후 젤렌스키 대통령 등 유럽 국가 정상들과 통화하며 회담 결과를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금 트럼프 대통령과 길고 실질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먼저 양자간 일대일 대화를 시작했고, 이어 유럽 지도자들과 함께 논의했다. 전체 대화는 1시간 반 이상 이어졌고, 그 중 1시간은 트럼프 대통령과 일대일 대화였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미·우·러 3자 회담 구상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러시아의 3자 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지지한다. (전쟁과 관련된) 주요 사안은 정상급에서 논의될 수 있으며 3자 형식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정상들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로 회담 결과를 전달받았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 외에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이유 집행위원장과 통화했다”고 전했다.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환영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군사 지원을 계속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러시아 쪽은 이날 3자 회담 개최 여부에 선을 그었다. 러시아 국영 티브이 채널 베스티는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을 인용해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서 푸틴·트럼프·젤렌스키 간의 3자 정상회담 재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날 미·러 정상회담은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북부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생산적인 대화가 있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휴전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다. < 주성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