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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애국지사 기념사업회, 제15회 문예작품 공모 입상작 발표

시사한매니져 2025. 8. 18. 12:31

 

광복 80주년 기념, 시조와 수필 부문... 전명희 씨 등 8명 입상 

 

 

캐나다 애국지사기념사업회(회장 김정만)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숭고한 애국정신 선양 및 계승’이라는 주제로 15회째 개최한 기념 문예공모에서 수필부문의 전명희 씨가 입선하는 등 모두 8명의입상작을 선정해 시상했다고 공모결과를 발표했다.

 

시조와 수필, 2개 부문을 대상으로 한 이번 문예작품 공모에서 시조 부문은 4명의 장려상이 나왔다. 일반부에서 강동운 씨가 ‘조국’, 박정은 씨는 ‘새 날이 밝았습니다’ 는 작품으로, 학생부에서는 서예원 학생이 ‘광복의 아침’, 서유진 학생의 ‘눈부신 광복’이 선정됐다. 심사를 맡은 권천학 시인은 “시조의 기초들이 부족한 감은 있었지만 모두가 조금만 공부를 더하면 매우 좋아질 수 있는 가능성과 희망이 보였다”고 평했다.

 

수필부문은 일반부의 전명희 씨가 ‘뿌리의 기억, 미래를 잇는 다리’라는 글로 입선 한 것을 비롯, 장려상에 서경애 씨 ‘생명을 이어가는 무궁화’, 최기선 씨 ‘쌘들(샌들)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최숙자 씨 ‘아 !, 나의 아버지는 어디에 계시나이까?’ 등 일반부 3명의 작품이 선정됐다. 전명희 씨는 애족장을 수훈한 이승호 애국지사의 후손(4세)으로 전해진다.

 

수필부문을 심사한 수필가 백경자·손정숙 이사는 입상작 선정을 문예공모 요령에 적합한지, '선양'과 '계승' 이란 명제에 부합한지, 문학성은 적절한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고 밝혔다.

애국지사기념사업회는 “애국선열들의 고귀한 애국 충심을 기리고 자자손손 애국심을 높이고 이어가려는 취지로 15년째 문예공모를 실시했다”면서 “올해도 많은 분들이 심혈을 기울인 시조와 수필을 응모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문예공모 시상은 지난 15일 오후 토론토 한인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제80주년 기념식 후반부에 김정만 회장이 직접 사회를 맡아 진행, 김영재 총영사가 상을 수여했다.   

                                                                             < 문의: 416-529-4989 >

 

다음은 수필부문 입선작인 전명희 씨의 글이다.

 

전명희 씨

[뿌리의 기억, 미래를 잇는 다리]

 

이승호 독립지사의 후손으로서

나는 이승호 애국지사의 4세, 그리고 캐나다에 뿌리 내린 이민 1세대다.

대한민국이 일제강점기의 어둠을 뚫고 광복을 맞이했던 1945년, 그 자유의 감격은 단지 한 나라의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의 희생과 염원이 켜켜이 쌓인 결과였다.

그 가운데 내 외증조부 이승호 선생도 계셨다.

그분은 전라북도 부안 출신으로, 일제의 수탈에 맞서 싸우며 상해 임시정부와 연대해 독립운동 거액의 자금을 지원하고, 지역 빈민 구휼에도 앞장서신 그 공로로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애족장’을 수훈하신 분이다.

그러나 그 위대한 이야기들은 긴 세월 동안 가정 안에서 조용히 이어져왔다.

어머니는 외조부 이야기를 할 때면 “그 뿌리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었다”는 말을 자주 하셨지만, 어린 시절 나는 그 말의 무게를 충분히 헤아릴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나는 새로운 삶의 터전인 캐나다로 이주했고, 여기서 또 다른 씨앗을 심었다.

 

“문화의 힘은 나라의 생명입니다” – 김구 선생의 말처럼

요즘, 캐나다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K-문화의 위상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며칠전 딸과 방문한 블랙핑크의 토론토 공연에서는 한국어 가사를 모두 따라 부르는 외국인 팬들의 열정에 마음 한쪽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처음 캐나다에 발을 디뎠을 때, 낯선 환경보다 더 낯설었던 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사람들의 무지였다. South Korea? or North Korea? 묻던 시대를 지나온 세대로서 그 변화의 물결속에서 나도 나의 뿌리를 다시 조명하고픈 열망이 생겼다.

K-문화의 전파력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정신과 뿌리’를 담는 힘으로 다가온다.

김구 선생이 생전에 “내가 원하는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하신 그 말처럼, 지금의 한류는 과거 독립운동가들이 지키고자 했던 민족의 혼, 그리고 문화의 뿌리를 세계 속에 다시 피워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힘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할 때, 나는 자연스럽게 애국지사인 외증조부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당시 일본은 우리의 언어를 빼앗고, 이름을 바꾸게 하며, 정신까지 식민지화하려 했다.

그 속에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은 무력보다는 언어와 교육, 신앙과 문화의 지킴이가 되기를 택했다.

그 정신이 10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인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사랑하며

또 하나의 독립을 이루는 이 시대의 ‘문화광복’을 맞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과 연결의 힘

이민 1세대로서의 삶을 살아오며, 나는 점점 더 분명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외증조부 이승호 지사의 정신은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나와 나의 후손에게 이어져야 할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기억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캐나다라는 새로운 땅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손주를 품에 안으며, 나는 깨달았다.

진짜 자유는 단지 나라를 되찾는 것을 넘어,

우리의 문화와 언어, 역사와 정체성을 기억하고 이어가는 데에 있다는 것을.

그 기억과 연결의 힘이야말로 이 시대의 또 다른 ‘광복’이며,

내가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값진 유산일 것이다.

이승호 지사가 심은 독립의 씨앗은 이제 내가 이 땅에 다시 심고 가꾸고 있다.

그 위대한 씨앗은 내가 전할 때 꽃피울 것이고,

그리고 그 씨앗은 지금 캐나다 땅에서 , 내 아이의 삶에서,

그리고 손자의 눈빛 속에서 천천히 그러나 강하게 싹을 틔우고 있다.

나는 이민자이자, 역사적 연결자이며,

애국지사의 위대한 가치를 이어가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나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서

뿌리와 미래를 잇는 다리가 되고자 한다.

아이들에게‘우리는 어디서 왔는지’를 설명해주며,

동시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함께 그려주는 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명은 오늘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내 삶을 지탱하는 뿌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