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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윤 관저 공사 대가로 ‘800억 영빈관’ 신축 수주 정황

시사한매니져 2025. 8. 19. 13:19

 

스크린골프장 공사비 약 2억 출처 불분명
현대건설에 하도급 받은 업체가 공사
영빈관 신축이 대가였다면 뇌물공여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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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연합
 

현대건설이 윤석열 정부 당시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 등을 해주는 대가로 800억원대 규모의 새 영빈관 공사 수주를 약속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앞서 대통령 관저의 스크린골프장이 현대건설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업체의 공사로 들어섰고 2억원에 가까운 공사비의 출처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현대건설이 영빈관 신축 공사 계약을 대가로 이런 공사 비용을 대신 떠안았다면 뇌물공여 소지가 짙어진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도 최근 이런 정황을 포착하고 윤석열 정부 초기 관저 공사 등을 관장했던 김종철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출국금지했다.

 

한겨레가 복수의 관저 공사 관계자 취재 내용을 18일 종합해 보니, 현대건설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대통령경호처한테서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을 용산 대통령실 앞 부지에 지상 3~4층, 지하 3~4층 규모의 영빈관 공사 수주를 약속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청와대에서 귀빈을 맞이했던 영빈관을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 신축하기로 하고 이를 현대건설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현대건설 쪽은 2022년 7월께 건물 조감도를 작성해 경호처 쪽에 전달하고 기초 설계작업을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외빈 접견과 각종 행사 지원 등을 위해 새 영빈관(대통령실 주요 부속시설)을 신축하기로 하고 878억6300만원의 예산을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반영한 사실이 2022년 9월에 드러나기도 했다.

 

경호처는 지난해 초까지도 영빈관 신축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했으나 2024년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재연되면서 거액의 영빈관 공사에 예비비를 사용하는 것을 국회에서 승인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전경. 김영원 기자 

 

특검팀의 수사는 당시 관저 공사와 영빈관 신축 계획이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당시 경호처장)과 김종철 당시 경호차장을 중심으로 추진됐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전 차장은 육사 동기인 현대건설 자문역 이아무개씨와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해 이를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관저의 스크린골프장과 경호초소 등을 다른 업체에 부탁하면서 ‘현대건설의 다른 건설 현장의 일감을 주는 방식으로 공사 비용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관저·대통령실 공사와 관련된 여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현대건설 쪽은 처음엔 “공식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루트에서는 (경호처로부터 영빈관 신축 공사 수주를 약속받았다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으나, 이후 “(새 영빈관) 건물 조감도를 경호처의 요청에 의해 제출한 사실은 맞지만, 그 이후에 설계에 착수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겨레는 김 전 차장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해명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관저 공사를 맡았던 21그램 등 관련 업체 등을 광범위하게 압수수색하면서 관저·대통령실 공사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 김지은  정환봉 기자 >

 

관저 뇌물 의혹, ‘육사 44기’ 경호차장-현대건설 자문역 연결고리

특검, 김종철 전 경호차장 출국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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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2023년 8월3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현대건설의 공사비 무상·대납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종철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출국금지되면서,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현대건설과 경호처 간 연결고리를 규명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로 수사를 확대할지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차장은 현대건설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스크린골프장 등을 무상 또는 저가로 지어주고, 그 대가로 800억원 규모의 영빈관 공사를 약속받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검팀은 육군사관학교 44기인 김 전 차장이 자신의 동기인 현대건설 자문역 이아무개씨와의 인맥을 통해 경호처와 현대건설 간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경호초소와 스크린골프장, 대통령실 야외정원인 파인그라스 경내 건물 등의 건축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관저 이전 예산이 부족함에도 공사 비용 상당 부분을 현대건설이 떠안고, 대신 대가성으로 다른 사업을 수주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대건설이 공사 비용을 하청업체에 돌리거나 다운계약서·무상시공으로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하면서 공사가 진행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더해 현대건설이 용산 대통령실 앞 부지에 지어질 예정이던 영빈관 공사에 대한 수주를 약속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가성 관저 공사’ 의혹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초기 역점 사업이었던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사업에 현대건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배경으로는 대통령경호처와 현대건설의 ‘육사 라인’이 주목된다. 당시 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육사 38기, 김종철 전 차장과 현대건설 자문역 이아무개씨는 육사 44기 동기다. 김 전 장관은 한남동 관저의 공사 현장을 직접 챙기며 식재의 위치까지 지정해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건희 특검법’에선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등 국가계약 관련 사안에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해놨다. 특검 수사의 핵심은 윤 전 대통령의 관여·개입 여부다. 윤 전 대통령이 이런 내용을 인지했거나 보고받았는지 여부가 수사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법조계에선 윤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의 관저 공사와 영빈관 신축 공사 약속을 보고받았다면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한 검찰 간부는 “현대건설과 대통령 직속 조직 간의 계약을 대통령이 결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윤 전 대통령이 관저 등) 리모델링 공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현대건설에 영빈관 공사 기회를 제공해주려 했다면 뇌물 혐의가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현대건설로부터 국유재산이 아닌 사적 목적으로 의심되는 공간인 관저 스크린골프장 등을 제공받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득을 충족한 걸로 볼 수 있어 뇌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 배지현 김지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