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소니(제작사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는 처음부터 정말 전폭적인 지지를 해 줬어요. 한국 문화와 한국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매력이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를 만든 매기 강 감독은 "우리 문화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의 관점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2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내한 간담회에서 강 감독은 "옛날부터 서태지와 아이들, H.O.T.를 굉장히 좋아했고, 봉준호 감독님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며 "특히 영화 '괴물'은 저에게 많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케데헌' 후속작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이야기는 없다"면서도 후속작에 넣고 싶은 아이디어는 많다고 귀띔했다.
강 감독은 "한국의 여러 가지 음악 스타일을 더 보여주고 싶다"며 "트로트가 요즘 난리인데 그런 것들(트로트 곡)이나, 헤비메탈도 좀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케데헌'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비결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강 감독은 "모든 사람은 사랑받고 싶어 하고, 안정을 원하고, 인정받기를 원하지 않느냐"며 "이런 지점들은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강 감독은 '케데헌' 시사회에서 한 6살 아이가 남긴 후기를 언급했다.
그는 "그 아이는 친구들이 자기를 어떻게 볼지 두려웠던 적이 있기 때문에 (극 중 걸그룹 헌트릭스 멤버) 루미가 가진 두려움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며 "이 작품이 다루고자 하는 핵심 주제는 '수치심'"이라고 짚었다.
루미는 강 감독 본인의 모습을 일부 투영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나 같은' 여자를 보고 싶었다"고 했다.
"많은 애니메이션이 여성 캐릭터를 못생기지 않게, 너무 웃기지 않게, 바보 같지 않게 그리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제 작품에선 음식도 이상하게 먹고, 웃긴 표정도 만드는 그런 여자를 보고 싶었죠."
루미는 강 감독의 딸 이름과 같다. 그는 딸이 직접 루미의 어린 시절 목소리 연기에 나선 과정도 들려줬다.
강 감독은 "모르는 어른들 앞에서 노래하고 연기도 해야 하는데 겁 없이 막 하는 걸 보고 딸이 참 자랑스러웠다"며 "딸이 '내가 잘하면 엄마 영화가 더 훌륭해지니까'라고 말했다"고 웃음 지었다.
제작 돌입부터 공개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공들인 작품이지만, 이렇게까지 큰 성공을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강 감독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고,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대표적인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인 '골든'은 '케데헌' OST 중 작업하기 가장 어려운 곡이었다고 회상했다.
강 감독은 "주인공 루미의 소망과 열망을 담은 대표곡이어서 영화에서 매우 크게 중요도를 가진 곡이었다"며 "최종 버전을 찾기까지 7~8개 버전을 거쳤다. 최종 버전을 들었을 때 '아, 이거다'라고 느꼈고, 눈물이 났다"고 떠올렸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매기 강 감독은 서울에서 태어나 5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했다. 드림웍스, 블루스카이, 워너브라더스, 일루미네이션에서 스토리 아티스트 등으로 일했고, '케데헌'은 강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케데헌'은 지난 6월 공개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에 올랐고, 넷플릭스 역대 영화 가운데 누적 시청 수 2위를 달리고 있다.
강 감독은 다음 달 부산국제영화제에 맞춰 다시 내한해 관객들과 영화에 얽힌 경험 등을 나누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에 참석한다. < 정래원 기자 >
강 감독, 국립중앙박물관 방문…생생한 호랑이 영상 "멋있어"
백자 달항아리 마주한 '케데헌' 감독 "아이디어가 떠오르네요"
유홍준 관장, 까치 호랑이 배지 선물…"한국 관련 작업 계속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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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관장으로부터 선물 받는 '케데헌' 매기 강 감독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오른쪽)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유홍준 관장으로부터 부채와 까치·호랑이 배지 선물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8.21
"달항아리는 왕 사발 두 개를 이어서 만듭니다. 잘 보세요. 둥그스름하지만 퍼펙트(완벽한) 원이 아니죠?"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백자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7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보물 백자 달항아리를 가리키며 설명하자 한 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백자 달항아리를 마주한 관람객은 매기 강 감독. 최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역이다.
매기 강 감독은 "그런 디테일(detail·세부적인 부분)이 있는지는 몰랐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새롭게 느껴진다.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하며 환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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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 인형 답례로 전달하는 매기 강 감독=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오른쪽)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유홍준 관장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뒤 답례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더피' 인형을 답례로 전달하고 있다. 2025.8.21
매기 강 감독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건 올해 4월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영화가 공개되기 전 개인 일정으로 박물관을 방문했다는 그는 이날 유홍준 관장 및 박물관 관계자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주요 전시실을 둘러봤다.
유 관장은 영화 인기 속에 주목받은 박물관 문화상품 '까치 호랑이 배지'와 부채를 선물하며 매기 강 감독을 반겼다.
유 관장은 '민중 판화가'로 불리는 판화가 오윤(1946∼1986)의 호랑이 그림을 따라 부채에 직접 그림을 그렸고 '신명! 한국인의 흥겨움과 한의 살풀이', '어흥'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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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찾은 매기 강 감독=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은 예방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왼쪽)이 유홍준 관장과 함께 디지털 실감영상관에서 영상을 감상하고 있다. 2025.8.21
영화 속 호랑이 캐릭터인 '더피'를 연상시키는 '까치 호랑이 배지'는 최근 주목받은 상품이다.
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출시된 '까치 호랑이 배지'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연일 품절 사태를 빚었고, 지난달에만 3만8천104개 팔렸다. 누적 판매량은 7만개가 넘는다.
유 관장이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자 매기 강 감독은 '더피' 인형을 선물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약 30분간 박물관을 둘러본 매기 강 감독은 연신 '멋있다',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시대 회화, 나전칠기 등에 담긴 호랑이를 디지털 실감 영상으로 펼쳐낸 '어흥, 호랑이 - 용맹하게, 신통하게, 유쾌하게' 영상을 한참 동안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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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감상하는 우리 문화'=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은 예방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이 유홍준 관장과 함께 디지털 실감영상관에서 영상을 감상하고 있다. 2025.8.21
김진경 학예연구사가 영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하자 매기 강 감독은 "멋있다"며 "예전에 왔을 때는 못 봤던 영상이라 처음 봤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그는 태블릿PC로 자신만의 서재 '책가도'를 만드는 체험을 하며 유 관장과 즉석에서 사진도 찍었다.
유 관장은 매기 강 감독과 함께 박물관의 대표 공간인 '사유의 방'에 들러 두 점의 국보 반가사유상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감상하기도 했다.
매기 강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 전에 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관장님의 설명을 듣고 하나하나 디테일을 알게 돼 새롭게 보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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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강 감독에게 반가사유상 설명해 주는 유홍준 관장=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1일 서울 용산구 박물관을 예방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에게 사유의 방에 전시된 반가사유상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2025.8.21
그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후에도 한국 문화를 조명하는 작업을 계속할지 묻는 말에 "한국에 대해 계속하게 될 것 같다"며 환히 웃었다.
이날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특별한' 손님에 큰 관심을 보였다.
유 관장이 '더피' 인형을 들고 있는 것을 본 관람객들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감독이 왔나 봐"라고 말하며 유 관장과 매기 강 감독을 쳐다보기도 했다. 휴대전화로 두 사람을 촬영하는 사람도 많았다.
유 관장은 "매기 강 감독은 캐나다에서 생활했으나 자기 몸에 체득된 한국적인 것, 내재한 한국적인 것을 잘 살린 작품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유 관장은 올해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열리는 만큼, 그동안 쓴 글 가운데 경주만 묶어서 영문으로 낸 책을 매기 강 감독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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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뮷즈'는 모두 품절=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샵에서 품절된 인기상품들이 진열돼있다. 2025.8.20 [촬영 이승연]
그는 "매기 강 감독이 '꼭 읽어보겠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유 관장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을 계기로 국립중앙박물관을 향한 대중적 호응을 어떻게 소화하고 박물관 문화로 소화할지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을 물리치고 노래로 세상을 보호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6월 공개된 이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면서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로 꼽혔고, 넷플릭스 영화 부문 역대 1위 시청 기록도 앞두고 있다.
영화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인 '골든'(Golden) 역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 정상에 오르는 등 흥행 중이다. < 김예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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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웃는 메기 강 감독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메기 강 감독(오른쪽)이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유홍준 관장과 인사하며 밝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