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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시바 일 총리 “대북 공조 · 정책협의체 · 워홀 확대” 합의
시사한매니져
2025. 8. 24. 15:06
17년 만에 한일 정상회담 합의문 발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대북 공조, 정책과제 협의체 구성, 수소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 워킹홀리데이 확대’ 등에 합의했다. 한-일 정상이 정상회담을 갖고 문서화된 합의문을 발표한 것은 17년 만이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이날 저녁 일본 도쿄 이시바 총리 관저에서 두 시간가량 정상회담을 갖고 이런 내용의 ‘공동 언론 발표’를 했다. 두 정상은 회담 내내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한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까닭에 이날 발표문에는 양쪽의 미래 협력 방안은 담겼지만 ‘뜨거운 감자’인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등 과거사 의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4시55분부터 117분동안 이어진 정상회담 뒤 언론 발표에서 “오늘 회담에서 저와 이시바 총리는 한일 관계의 발전 방향과 주요 실질 협력 방안,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 주요 글로벌 현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나눴다”며 “경제 분야에서는 수소·인공지능 등 미래산업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또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 △농업 △재난 안전 등 정책 과제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한 협의체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젊은 층의 요구가 큰 양국 워킹홀리데이를 확대하는 등 인적 교류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시바 총리는 “오늘 회담에서 지역 정세에 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여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북 문제에 있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일본과 한국 그리고 일·한·미 삼국 간에 긴밀히 공조해 대응해 나가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역시 “안보 분야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 정책에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공감했다.
이시바 총리는 언론 발표에서 “저는 힘 또는 외압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뜻도 밝혔다”고도 말했다. 특정 사안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대만에 대한 침공 등 양안 문제에 대한 교감을 나눴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명시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두 정상은 아울러 오는 10월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펙(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일본에서 열릴 한·일·중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긴밀히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확대회담 공개 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통상 문제나 안보 문제 등등을 놓고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기에 가치, 체제, 이념에서 비슷한 입장을 가진 한국과 일본이 어느 때보다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시바 총리는 “일본과 한국의 관계 발전은 양국관계 뿐 아니라 이 지역 전체의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 도쿄/엄지원 기자 >
위성락 “한-일 셔틀외교 조기 복원, 미국도 긍정적일 것”
“소인수 대화에선 ‘관세 협상’ 상당 시간 할애”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미국 순방에 동행 중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미·일 협력 강화를 실현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위 실장은 24일 오전 일본 도쿄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셔틀외교를 조기에 복원했다”며 “우리가 일본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에 대해 미국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 실장은 “한·미·일 협력은 미국도 중시하는 과제“라며 “그동안은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한·미·일 3국 협력을 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에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일본에 이어 미국을 방문하는 모습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이번 방일을 두고 일본 언론은 ‘서프라이즈’라고 표현했고, ‘한국 보수 정권에서도 전례가 없던 일’이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도 있었다”며 “이 같은 좋은 분위기를 바탕으로 미국과의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관계 발전이 한·미·일 협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전면에 내세워 25일(현지시각)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있어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끝내고 이날 곧바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향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관세협상 후속 조처와 외교·안보 관련 양국 현안 조율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위 실장은 또 전날 이뤄진 한-일정상회담 일정 중 소인수 대화에서 “방미를 앞두고 한-미 관계, 미-일 관계, 그리고 한·미·일 간의 협력 방향 등에 대해 전략적 소통을 했다”며 상당 시간을 대미 관계와 관세 협상 등에 할애했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한 게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위 실장은 “조언을 했다기보다는 본인의 경험을 소개한 정도”라고 밝혔다. 다만 “그런 경험들은 유용하다. 그런데 그게 우리의 도움이 되도록 하려면 우리가 잘 판단을 해야 한다”라며 “나라마다 처한 처지가 좀 다르고 정상 간의 회담이라고 하는 것은 정상 개개인의 개성이나 에고(자아)와 관련이 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경험이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단지 좋은 참고가 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한-일 관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인식에 대한 논의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위 실장은 “이시바 총리를 두번째 대면하게 된 것인데도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이 보다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데 대해서 뜻을 같이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 했다. 두 정상은 한-일 관계와 관련한 국민 정서와 역사의 측면 또 국민 간의 신뢰를 심화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일 양국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위 실장은 “구체 현안에 대한 논의였다기보다는 과거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지, 또 과거 문제를 어떻게 다룸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협력을 수용할 수 있을지 등 다소 철학적 인식, 또 기본적 접근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두 정상은 셔틀외교와 함께 경제, 사회, 문화, 안보, 첨단기술, 기후변화 등 분야별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위 실장은 “한·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에 공감했고 한·미·일 간 공조를 심화시켜 나가는 방안에 대해서도 상호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신형철 기자 도쿄/엄지원 기자 >
정의기억연대 “실용외교 명분에 역사정의 가려진 한일정상회담”

정의기억연대가 한·일 정상회담에 일제강점기 위안부·강제동원 피해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을 두고 “‘실용외교’라는 명분에 역사정의가 가려진 정상회담”이라고 비판했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는 24일 입장문을 내어 “경제·안보·인적 교류 등을 강조하면서 양국 간 셔틀외교 복원, 협의체 출범 등을 합의했지만 가장 중요한 역사 문제는 언급조차 없었다”며 “한일 정상회담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전날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이번 발표문에는 △수소·인공지능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 △저출생·고령화·재난안전 등 공통과제 공동대응 협의체 구성 △대북 대응 공조 및 한미일 협력 강화 등이 담겼지만, 강제동원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발표문 중 과거사와 관련된 내용은 “이시바 총리는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회담에서 언급했다”는 문구가 유일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불리는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는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과가 포함됐다.
정의기억연대는 “‘미래지향적’이라는 단어가 세 번이나 들어가 있는 합의문에는, 이 대통령이 몇 차례 강조했던 ‘과거 직시’라는 전제 자체가 실종돼 있다”며 “이 대통령은 급변하는 국제사회 속에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하고 ‘양국 간 유대와 신뢰’를 강조했지만, 유대와 신뢰 형성을 근본적으로 방해해 온 일본 정부의 부당한 역사와 피해자 인권침해 문제는 어디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마디로 실용외교라는 명분에 역사정의가 가려진 정상회담이고 합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언급에 대해서도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것은 아베 정권의 입장 또한 계승한다는 의미인가”라며 “아베 전 총리는 고노 담화 검증을 시도하고 일본군 ‘위안부’의 조직적인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부정하며 자발적 선택이었다는 식으로 강변했고, 후임자인 스가 총리는 ‘종군위안부’란 단어가 일본군을 연상시킨다며 ‘종군’을 삭제하는 각의 결정도 강행했다. 그런데 이시바 총리는 역대 내각의 무엇을 어떻게 계승한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정의기억연대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해야 미래지향적 관계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가해국이 불법성을 인정하지도, 배상 책임을 지지도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피해국을 비방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데 ‘양국 국민 간 진정한 신뢰를 쌓아가는’, ‘새로운 여정의 시작’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며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한국 정부의 당당한 외교와 일본 정부의 피해자에 대한 책임 인정과 사죄·배상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 박고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