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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재며든' 트럼프, 이재명에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
시사한매니져
2025. 8. 26. 09:35
이재명 "트럼프 피스메이커, 난 페이스 메이커"
트럼프, 김정은 만남 권유에 "가능하면 올해 안"
트럼프 "김정은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
"한국에서 숙청, 혁명?" 도발적 글…"오해 확신"
두 정상, 암살 위험 경험 공유하며 친밀도 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며들었다'(이재명에 서서히 빠져들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미 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자신의 트루스 소셜에 전 대통령 윤석열의 내란과 김건희의 비리 의혹에 대한 한국 특검의 수사와 관련해 미 극우 인사들의 음모론을 대변하는 듯한 '불만'을 드러냈지만, 회담을 마친 다음엔 "그는 매우 좋은 친구이며 매우 좋은 한국 대표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재며든' 트럼프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간단치 않았다. 미리 기선을 제압하기라도 하듯, 트럼프는 정상회담을 2시간 반 앞둔 시점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 오늘 나는 백악관에서 새 한국 대통령을 만난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라는 '도발적'인 글을 올렸다. 고든 창, 모스탄 등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극우 인사들의 허위 주장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이걸로 다가 아니었다. 연합뉴스와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회담 직전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자리에서도 "지난 며칠간 한국 정부가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우리 군 기지에서 정보를 수집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상회담 서두에 취재진이 이 글을 쓴 의도를 묻자 트럼프는 이 대통령을 향해 "교회 압수수색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라면 유감"이라며 설명을 요구했다. 순간 회담장인 백악관 오벌오피스에 긴장이 흘렀음은 물론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국회가 임명하는 특검에 의해 사실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검사가 하는 일은 팩트 체크다.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게 아니고 그 부대 안의 한국군 통제 시스템을 확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오해라고 생각한다. 교회 압수수색에 관한 소문이 있었는데,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말해 이 문제는 일단락됐다.

"한국서 숙청, 혁명?" 도발적 글…"오해 확신"
이를 두고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자신의 글을 취재진에 설명하느라 정상회담장에 예정 시간보다 늦게 도착해 이 대통령을 기다리게 했지만, 정작 회담에선 이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말을 바꿨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대통령이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겪은 것과 비슷하게 "궁지에 몰릴 수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정작 회담에선 "오해"로 결론 내려 긴장을 피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회담 분위기가 괜찮을 거란 조짐은 시작 전부터 포착됐다. 이 대통령이 이날 낮 12시 32분쯤 백악간 웨스트윙(서관)에 도착해 트럼프의 안내로 방명록을 작성했다. 이 대통령이 본인의 다소 두꺼운 갈색 펜으로 글을 써 내려가던 중 곁에 있던 트럼프는 "아주 아름답게 쓰셨다. 한국어가 배우기 어려운 언어 아니냐. 영어와 한국어 중에 정확성에 있어서 어느 언어가 낫느냐"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컴퓨터가 쓰기에는 한국어가 조금 낫고, 말하기에는 영어가 나은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방명록 옆에 있던 갈색 펜을 보고 "펜은 대통령님의 것이냐" "도로 가져가실 것이냐. 난 그 펜이 좋다. 두께가 매우 아름답다. 어디서 만든 것이냐" "내가 펜을 써도 되느냐"라고 관심을 표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영광이다. "대통령이 하시는 아주 어려운 사인에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는 펜을 들어 주변에 보여주며 "실제로 쓰진 않겠지만 선물을 아주 영광스럽고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뒤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백악관 내부로 안내했다. 오벌오피스에서 시작된 회담에서 트럼프는 먼저 한국이 미국 조선업 재건과 군사 장비 구매 등에 기여해 달라는 뜻을 밝힌 뒤 "이 대통령을 백악관에 모시게 돼 영광이다. 선거에 이긴 것을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우리는 당신과 100% 함께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트럼프 피스메이커, 난 페이스 메이커"
이에 이 대통령은 새로 단장된 오벌오피스를 두고 "황금색으로 빛나는 게 정말 보기 좋다. 품격이 있어 보이고 미국의 새로운 번영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말하고 미국 다우존스 지수의 상승세, 트럼프의 구호인 MAGA, 그리고 세계의 분쟁 지역에서 트럼프의 '피스메이커'(평화 중재자) 역할 등을 거론하며 추켜세웠다.
압권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달라고 부탁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에 트럼프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도 치게 해 달라"고 농을 건네자, 트럼프는 웃으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별명인 '로켓맨'을 거론하며 "대화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을 추진할 것이다. 그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남, 북과 관련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내가 함께 일해 온 한국의 다른 지도자들보다 그것을 하려는 성향이 훨씬 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다시 한번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다른 선수의 기록 단축을 위해 같이 뛰어주는 선수)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하자, 트럼프는 "좋다. 우리는 분명 북한과 관련해 큰 진전을 함께 이뤄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가능하다면 올해 안에 김 위원장과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상회담을 모두 마친 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워싱턴D.C.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비공개 회담 부분을 브리핑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미국의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라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트럼프 "김정은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
오찬을 마친 후 트럼프는 "대단한 진전, 대단한 사람들, 대단한 협상이었다'"고 말했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 권유엔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답했다. 또한 트럼프는 한국 측 배석자들에게 "김정은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이라며 "이 대통령은 정말 스마트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을 두고 "스마트하다는 표현을 굉장히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 둘은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다"며 과거 암살 위협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을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공감을 표했다.
골프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여성 프로골퍼들이 왜 그리 실력이 좋으냐"며 비결을 물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손재주가 많은 민족적 특성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한국의 여성 프로 골퍼들은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진 밤까지 종일 연습한다고 들었다. 열심히 연습하기 때문에 세계적 수준의 선수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는 회담을 마친 뒤 진행한 포고문 서명식에서 이 대통령에 대해 "그는 매우 좋은 친구(guy)이며 매우 좋은 한국 대표다"라고 칭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와 한국의 새 대통령은 피살 위험에서 살아남는 등 여러 공통된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은 두 지도자가 첫 만남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