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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 정청래 '특검법 파열음'…민주 지도부 이상기류

시사한매니져 2025. 9. 12. 12:42

 

'3대 특검 기간 연장 포기' 국힘과 합의에 발칵
이 대통령 "내가 시켰단 여론, 비난 엄청 쏟아져"
"정부 조직 개편과 내란 규명 어떻게 맞바꾸나"
"그런 건 협치 아냐"…'야합'과 '협치' 철저 구분

민주 의원들과 지지층 격앙…"타협할 사안 아냐"
김병기 "긴밀 소통해…정청래 사과하라" 직격탄
정청래, 비공개 의총서 "부덕의 소치" 결국 사과
당 지도부-원내대표단간 소통에 문제있었던 듯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5.9.11. 연합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대 특검의 수사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지 않고 인력 증원도 최소화한다는 내용을 국민의힘과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강력 반발하고 지지층도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이재명 대통령조차 "그건 협치도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국민의힘과의 합의는 결국 없던 일이 됐지만, 그 과정에서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 사이에 심상치 않은 불협화음과 갈등이 표출되는 등 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을 놓고 근본적인 의문이 커지고 있어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 판단으로 이런 무리수를 뒀다고 보기는 어려워 혹시 이 대통령의 '협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지지층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까지 원망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판의 화살이 엉뚱한 표적으로 향하자 여론에 민감하고 국민과 소통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 본인이 이 사안에 관해 직접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협치'와 '야합'은 다르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9.1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 특검의 연장을 안 하는 조건으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주기로 했다고 오늘도 좀 시끄럽더라"며 "그런데 이걸 이재명이 시킨 것 같다는 여론이 있더라. (국민의힘과의) 협치, 타협을 얘기한 걸 보니까 분명히 (합의)하라고 뒤에서 슬쩍 시킨 것 같다는 여론이 있어서 저한테 비난이 엄청 쏟아지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저는 몰랐다. 그리고 저는 그렇게 하길 바라지 않는다"면서 "정부조직법을 고쳐서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것과,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 그야말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서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내란이라고 하는 군사 쿠데타가 벌어지는 않도록 하는 이 당위를 어떻게 맞바꾸냐라는 게 제 생각"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또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자는 거지, 정부 조직 개편 안 한다고 일을 못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서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서 다시는 꿈도 못 꾸게 만드는 것은 민주공화국의 본질적인 가치 아닌가? 그걸 어떻게 맞바꾸나?"라며 "그런 건 타협이 아니다. 저는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 그런 거는 협치도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5.9.11. 연합
 

정청래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어제 협상안은 제가 수용할 수 없었고 지도부 뜻과도 다르기 때문에 어제 (밤에)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사전에 정 대표와 상의 없이 김 원내대표가 결정을 내린 것이냐는 질문에 정 대표는 "원내대표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지도부 뜻과는 많이 다른 것이어서 저도 어제 많이 당황했다"며 "특검법을 개정하자는 것은 핵심 중의 핵심이 기간 연장이기 때문에 연장을 안 하는 쪽으로 협상이 된 것은 특검법 원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김 원내대표를 사실상 대놓고 질타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전날 저녁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국회에서 회동을 마친 뒤 3대 특검 수사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지 않고, 수사 인력 증원도 특검별로 '꼭 필요한' 10명 미만으로 최소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내란·김건희 특검은 수사 기간을 현행 최장 150일에서 180일로, 해병 특검은 최장 120일에서 150일로 각각 30일 더 늘리고 인력도 대폭 증원할 수 있도록 한 '더 센 특검법' 개정안을 처리한 바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법사위 간사로 선임되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나 의원의 간사 선임을 강하게 저지해왔다. 대신 국민의힘은 특검법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하지 않기로 했다. 또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해 자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소관인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사안에 관해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2025.9.10. 연합
 

이처럼 3대 특검법 개정안에 국민의힘 요구를 대폭 반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즉각적으로 분출했다. 법사위원장으로 지난 4일 특검법 개정안의 법사위 처리를 주도했던 추미애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특검법 개정은 수사 인력 보강, 수사 기간 연장 등으로 내란 수사와 권력형 부패 비리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굳이 합의가 필요치는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3대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은 특검 수사 인력 확대와 기간 연장"이라며 "완전한 내란 종식과, 파도 파도 양파 같은 김건희 국정농단 부패범죄를 철저히 수사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글을 올렸다. 한준호 최고위원 역시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 많은 의혹을 짧은 기한 내 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합의를) 재고해 달라. 부탁드린다"고 썼다.

 

이 밖에 "특검 기간 연장, 인원 증원 사수! 타협은 NO!"(서영교) "내란 종식은 협치의 대상이 아니다. 원내 지도부 발표는 당내 충분한 논의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박주민) "특검, 특히 내란 특검은 반드시 기간이 연장돼야 한다. 안 그러면 내란 끝장내지 못한다."(박선원) 등의 항의가 빗발쳤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과 김병기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된 '더센 특검법(3대 특검법 개정안)'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 처리를 지켜보고 있다. 2025.9.11. 연합
 

이에 김병기 원내대표는 당초 방침에서 물러나 합의를 하루 만에 철회하긴 했지만 정청래 대표를 향해 강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터뜨렸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하라"고 '대표' 직함도 붙이지 않은 채 직격탄을 날렸다. 자신이 국민의힘과 '합의'로 발표한 전날 협상을 '1차 협의'라고 표현하면서 '합의 파기'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정 대표가 주재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했다.

 

이어 페이스북을 통해 "3대 특검법 개정 협상은 결렬됐다. 법사위에서 통과된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며 "그동안 당 지도부, 법사위, 특위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공지했다. 지도부를 비롯해 당내 주요 관계자들과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법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수사 기간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었다. 그 의견을 국민의힘에 제안했으나 거부했다"면서 "결국 추가 협의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해서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대표에 대해 격분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비롯한 원내 지도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협치를 주문한 상황에서, 특히 정부 조직 개편의 주요 과제인 금융감독위 설치를 위해서는 특검법 협상에서 양보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금융감독위 설치를 위해 필수적인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부터 넘어야 하는데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서 정 대표와도 사전에 충분히 상의했는데 막상 협상 결과를 발표한 뒤 의원들과 지지층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자 정 대표가 나 몰라라 한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시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의 공개 사과 요구에 침묵하던 정 대표는 이날 오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본인의 부덕의 소치"라고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의총 뒤 김현정 원내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정 대표는 "여야 간 협상 과정에서 협의된 부분 (관련) 의총에서 수정안이 도출되는 과정이 있었는데,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에 대해 당원과 국민, 의원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한다"며 "본인의 부덕의 소치로, 앞으로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과 대상에 김 원내대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2025.9.11. 연합

 

연합뉴스TV에 따르면 의원총회에서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잇따라 발언을 신청해 서로를 겨냥하면서 또 충돌이 빚어졌다고 한다. 의총 말미에 추가 발언에 나선 정 대표는 "특검법 수정안을 원내(지도부)에서 처리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법사위나 당 정책위에서 만드는 게 좋겠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성안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을 나타낸 것이다.

 

이어 발언자로 나선 김 원내대표는 "특검법 수정안 협상이 수사 기간 때문에 문제라고 말씀하시는데, (특검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원안과 합의안의 수사 기간 차이가 15일이다. 15일 때문에 정부조직법 등 합의가 다 깨진 게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 기존 법안에 특검 운영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이 이미 포함돼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기존 법안대로 먼저 연장하고 그때 가서 수사 기간을 연장해 수정 발의하는 방법은 왜 생각을 못하느냐"고 항변했다.

 

이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를 통해 먼저 처리하고, 향후 필요에 따라 특검법을 다시 발의하는 전략을 사용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후 사실관계를 제대로 모르면서 비난하지 말라는 얘기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국민의힘과의 합의 사항에 반대한다고 페이스북 등에 글을 올린 의원들을 향해서도 "글을 쓰기 전에 원내에 물어보셔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는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도부와 야당과의 협상안을 논의하기는 했지만, 특검의 기간연장 철회와 검사증원 축소 등 국힘쪽과의 합의구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던 데서 논란의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초의 특검법안이 크게 후퇴하지 않는 선에서 양보하되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받아내겠다는 식의 윤곽만을 보고했다가 막상 합의안을 본 당지도부와 법사위원, 당원, 지지자 등이 "이건 아니지 않나"며 강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합의를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도부 간에 마찰은 있었지만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수사 기간을 30일 추가로 연장하고 수사 인원도 늘린 3대 특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전날 여야 합의 내용 중 일부를 반영해 수정안을 상정, 처리했다. 특검 수사 기간이 끝나고 사건을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한 뒤엔 특검의 수사 지휘를 배제하는 것으로 고쳤고, 특검이 기소한 사건의 재판 중계도 조건부로 허용하는 것으로 했다. 수사 대상 가운데 자수하거나 타인을 고발할 경우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조항도 추가했다.       < 김호경 기자 >

 

정청래 “우린 동지이자 전우, 함께 뛰자” 화해 손길에…김병기 ‘침묵’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가 상대방과의 차이보다 크겠느냐”고 말했다. 전날 여야가 합의한 ‘3대(김건희·내란·채 상병) 특검법 개정안 수정’ 파기 문제로 불거진 김병기 원내대표와의 갈등 봉합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이날 특검법에 대해선 전혀 언급도 하지 않고, 회의가 끝나자마자 먼저 자리를 떠났다.

 

정 대표는 이날 “어제(11일) 3대 특검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함께 지혜를 모아주시고 당 방침에 협조해주신 의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특검의 수사 기간을 연장하고 수사 대상과 인력을 증원하는 주된 내용은 법사위(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원안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우여곡절이 많은 걸로 보여도 역사는 결국 하나의 물줄기로 흘러간다”며 “이재명 대통령도 어제 ‘내란은 나라의 근본과 관련한 것이어서 쉽게 무마하거나, 덮거나, 적당히 타협할 요소가 못 된다’고 강조했다”고 짚었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 합의 파기 논란으로 당내 투톱(당대표-원내대표)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내란을 제대로 단죄할 수 있도록 특검의 수사 기관을 연장하고 수사 인력 등을 강화한 게 정당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 대표는 그러면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가 상대방과의 차이보다 크겠느냐”고 했다. 이어 “우리는 죽을 고비를 넘기며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이자 동지”라며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가 찰떡같이 뭉쳐 차돌처럼 단단하게 원 팀, 원 보이스로 완전한 내란 종식과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함께 뛰자”고 했다. 전날의 갈등 상황을 뒤로 하자며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정 대표의 이런 발언에 화답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나 이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도,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대 특검법 통과에 대해선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이날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것과 관련해 “코스피 5천 시대를 열기 위해 오늘 회의 마무리를 ‘코리아 프리미엄’이라고 외치고 마무리하자”는 박홍배 의원의 제안에도 홀로 웃음기 없이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자마자 먼저 자리를 떴다.

                                                                                                 < 김채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