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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인맥팔이' 동원된 공직자들... 국세청장부터 국회의원·시장까지

시사한매니져 2025. 9. 12. 13:27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윤한홍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권성동·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김창기 국세청장, 김성제 의왕시장, 이성권 부산시 부시장,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공무원.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공소장에 담긴 고위공직자들이다. 전씨는 20대 대선 직후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들을 동원해 곳곳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12일 국회를 통해 입수한 전씨 공소장에는 그가 윤석열·김건희 부부 및 고위공직자 인맥을 팔아 현안을 해결해준 대가로 약 2억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적시됐다.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은 지난 8일 통일교 관련 의혹 외에도 위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 등을 적용해 전씨를 구속 기소했다.

희림 대표 아내 "세무조사 막아달라"→윤한홍·김창기 식사 → 4500만 원 수수

김창기 국세청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특검팀은 공소장에서 "전씨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희림) 대표의 아내 A씨로부터 희림에 대한 세무조사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힘 있는 사람을 소개해주겠다'며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김창기 전 국세청장과의 저녁 식사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희림은 김건희가 대표로 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에 세 차례 후원하며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실 관저 이전 사업 등을 수주한 바 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석열이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뒤 고위공직자 등과의 친분, 인맥을 통해 여러 청탁을 들어줄 것처럼 말했고, A씨 또한 각종 청탁을 했다"며 "A씨가 ▲ 희림의 공공기관 발주 사업 수주 ▲ 지인의 공공기관 고위직 임명 ▲ 2022~2024년 서울 압구정3구역 재건축정비사업 관련 서울시의 고발 사건 무마를 알선하고 ▲ 본인이 운영하는 여행사를 문화체육관광부 중국전담여행사로 지정해줄 것 등을 청탁했다"고 적었다.

이어 "전씨는 위와 같은 각종 청탁을 하는 A씨에게 '부탁을 맨입으로 하냐', '나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데 너는 아무것도 안 해주냐'는 취지로 말하며 대가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A씨가 전씨를 위해 제공한 청탁의 대가다.

A씨는 전씨로 하여금 2022년 7월 25일 전씨에게 강남의 한 빌라를 임차하도록 해 임차비용을 대납하는가 하면,
2022년 11월 16일 서울 강남 커피숍에서 전씨에게 현금 100만 원을 수수하는 등 수회에 걸쳐 현금을 보내고,
여행사 명의 법인카드를 제공했다.


그러면서 특검팀은 "전씨가 대통령, 국세청장 등 공무원 직무에 속한 사항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합계 4529만 6323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했다"고 지적했다.

권성동·윤한홍 축사, 의왕무민밸리 조성... 1억 6000만 원 수수

                     ▲김성제 의왕시장. ⓒ 의왕시


뿐만 아니라 특검팀은 전씨가 콘텐츠기업 '콘랩컴퍼니'의 의왕무민밸리 조성사업 등 추진을 위해 경기 의왕시장 등 고위 공직자들을 소개해 용역계약을 맺고, 이 회사가 추진하는 행사에 고위공직자들 참여를 주선했다고 적시했다.

특검팀은 공소장에서 "2022년 7월경 전씨는 자신의 딸을 통해 콘랩컴퍼니 대표로부터 '라이언 홀리데이 인 부산' 오픈식에 김건희 등 유력자나 고위공무원을 초대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전씨는 '여사는 안 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콘텐츠진흥원 대상을 탄 거야?' '대통령실이나 문체부 등 고위공직자들이 행사에 참여하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대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전씨는 위 사업 오픈식에 문체부 고위공무원, 부산시 부시장 등이 참석하도록 하고 권성동·윤한홍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축사를 보내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이후 전씨는 콘랩컴퍼니 대표에게 '의왕시에 백운호수를 바꾸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자신과 친분이 있던 김성제 의왕시장을 소개해준 다음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줬다"며 "의왕시는 2023년 4월 25일경 이 회사가 지적재산권을 소유하고 있는 만화 무민 캐릭터를 이용해 의왕 백운호수에 의왕무민밸리를 조성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적었다.

특검팀은 전씨가 이러한 청탁을 대가로 "콘랩컴퍼니 대표로부터 2022~2023년까지 1억 6702만 8000원 상당의 이익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전씨가 2022년 회사 대표에게 "우리가 이렇게 해주면 너희는 뭘 해줄 것이냐"며 "딸한테 월 400만 원, 내 차량과 운전기사 비용으로 월 800만 원 지급하라"고 요구한 뒤 대가가 지급됐다는 게 특검팀의 수사 결과다.

                                                                                                 < 김화빈 기자 >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이 지난 8일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기소했다. ⓒ 유성호, 대통령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