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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필 지작사령관, 노상원과 계엄 석달 전부터 20여 차례 통화
시사한매니져
2025. 9. 17. 01:46
계엄 선포 앞두고 노상원이 사전작업 본격화하던 시기
본인은 적극 부인... 계엄 관련 언급 있었을 가능성 의심
12·3 비상계엄과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해온 강호필 전 지상작전사령관이 지난해 9월~12월 ‘계엄 비선 기획자’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20여 차례 통화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이 무렵은 계엄 선포를 앞두고 노 전 사령관이 사전작업을 본격화하던 시기다.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계엄 실행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노상원 수첩’에 지작사의 계엄 임무를 연상케 하는 메모가 담긴 사실을 확인하고, 이 메모가 강 전 사령관과의 교감 아래 작성된 것인지 통화 경위 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계엄 선포 석 달 전인 지난해 9월부터 12월 사이에 강 전 사령관과 노 전 사령관 사이엔 20여 차례 통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 대부분은 노 전 사령관이 먼저 연락해 이뤄졌다고 한다. 강 전 사령관은 2013년~2015년 대통령 경호부대인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을 지낼 당시 청와대를 경호하는 군사관리관이였던 노 전 사령관과 친분을 다진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사령관은 지난해 4월 4성 장군으로 진급하면서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맡았고, 지난해 9월 초 지작사령관 직무대리를 지낸 뒤 10월4일 지작사령관에 임명됐다. 지작사령부는 육군 전방 지역 작전을 총괄하는 전투지휘사령부다.
이들이 서로 연락한 시기는 노 전 사령관이 본격적으로 계엄을 준비하던 때와 맞물린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부터 민간인 신분임에도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과 현역 정보사 대령들에게 특수 임무 요원 선발을 지시했고, 이 무렵부터 계엄 선포 당일 사이에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관을 20여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준비·모의에 집중하던 시기임을 고려하면 강 전 사령관과 통화하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계엄 관련 언급이 있었을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검팀은 계엄이 유지됐을 경우 노 전 사령관이 지작사에 별도의 임무 부여를 계획한 정황을 그의 수첩에서 발견하기도 했다. 앞서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확보한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용인:역행사 방지 대책 강구’라는 메모가 적혀있다. ‘역행사’는 계엄 반대 인원들의 반발을 뜻하는데, 지작사(부대가 용인에 있음)에 계엄 반대 세력의 반발을 진압하는 역할을 부여하려는 메시지를 적은 것으로 보인다. 이 메모 앞단에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 대해 ‘여인형은 행사 인원 지정, 수거 명부 작성’ 등이 적혀 있어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긴급체포된 뒤 경찰 조사에서 ‘역행사 방지 대책’과 관련해 “지난해 8~10월 김용현 전 장관이 불러준 내용을 적은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강 전 사령관은 그동안 계엄 선포를 사전에 인지하지도 못했고 계엄 당시 어떠한 임무도 부여받거나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강 전 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계급과 직책, 군 생활 등 개인적 명예를 걸고 계엄과 관련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병력 출동도 어떤 임무도 지작사가 지시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여 전 사령관 또한 앞선 검찰 조사에서 ‘지난 여름 강 전 사령관이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 이야기를 듣고 전역하겠다고 했다’고 진술하는 등 계엄에 반대했다고 밝힌 바 있다. < 강재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