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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간, 쓸개 다 빼주고 카타르가 얻은 건 '굴욕'
시사한매니져
2025. 9. 19. 12:01
미국 방조에 두 번 폭격 맞은 동맹 카타르 선택지
미국 신뢰 직격타…"카타르, 어떤 형태든 보복 고민"
이스라엘, 이란도 카타르도 '협상 중에' 불법 공격
"이스라엘, 거절 힘든 협상 제안받기 전 시점 선택"
알타니 카타르 총리, 15일 백악관서 트럼프와 회동
"이란은 워싱턴과 핵 프로그램 관련 협상을 준비 중일 때, 그리고 카타르는 하마스가 트럼프의 가자 휴전 제안을 숙고 중일 때 공격당했다. 최근 미국 외교의 목적은 주요 당사자들을 모이게 한 뒤 이스라엘이 그들을 더 쉽게 죽이도록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미국 해군 출신인 제임스 더르소 국제평론가는 '카타르, 미국의 안보 우산 재고'란 16일 자 <유라시아리뷰> 기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무법적인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선제공격(6월 13일)과 휴전 중재국 카타르(9월 9일) 폭격을 '묵인' 또는 방조'하고 사후엔 '지지'하는 패턴을 이렇게 논평했다.

카타르, 수년간 미국에 온갖 호의 베풀고도
트럼프 방조로 두 차례 공격받는 굴욕당해
더르소는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인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 제거를 구실로 또다른 동맹국 카타르를 공습하는 걸 '사전에 통보받고도' 묵인한 행동이 카타르에 깊은 내상을 입히고 미국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주요 비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MNNA)이자 미국 방산 장비의 주요 고객이다. 더르소에 따르면, 카타르는 최근 몇 년간 △ 미국과 이스라엘의 묵인하에 하마스에 재정 지원 △ 미국-탈레반 평화 회담 중재 △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난민 재정착 시설 제공 △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 중재 △ 세계 최대의 해외 미 공군 주둔 기지인 알우데이드 공군 기지 제공과 업그레이드 △ 임시 미 대통령 전용기로 트럼프에 보잉 747-8 항공기 선물 △ 보잉 항공기 210대와 GE 에어로스페이스 엔진 400개 이상 구매 합의 △ 최소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경제 교류를 창출할 협정 체결(백악관 추산)을 포함해 미국에 온갖 호의를 베풀었다. .
카타르에 돌아온 건 무엇인가? 굴욕뿐이었다는 게 더르소의 생각이다. 지난 6월 21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에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 내 알우데이드 공군 기지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 그리고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 등 불과 지난 3개월간 두 차례 공격당했고 미국의 안전보장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트럼프가 '유감'을 표하고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카타르와 방위 협력 협정을 마무리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이스라엘이 다신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지만, 카타르 측이 보기에 '사후약방문'일 뿐이었다. 더구나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5일 "하마스가 어디에 있든 면책 특권은 없다"고 트럼프의 말을 즉각 부인하면서 트럼프는 체면을 구겼다. 이와 관련해 카타르는 지난 8월 이스라엘과 미국에게서 카타르 내 하마스 요원들을 표적으로 삼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카타르 공격, 굳이 왜 이 시점이었나?
"거절 힘든 휴전 협상 제안받기 전에"
더르소는 이스라엘은 카타르 도하에 거주하는 하마스 정치국 지도부에 대한 기습 공격을 왜 이 시점에 감행했는지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밝혔다. 하마스가 트럼프의 가자 휴전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커지자 극우 유대 광신 네타냐후 정권이 휴전을 막고 무한 전쟁을 지속하고자 그 시점을 택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S. 라자랏남 국제관계대학원의 제임스 도르시 교수는 "지난 6주간 하마스는 중재자들인 카타르, 이집트, 미국의 제안에 대부분 동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르소는 "이것이 이스라엘이 공격을 감행하도록 부추겼을 수 있다.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받기 전에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더르소는 전 이란 외무장관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의 "평화는 이스라엘의 유일한 실존적 위협"이란 발언을 인용하며 네타냐후는 이 지역에 미국이 계속 관심을 갖게 하려면 지역에 긴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풀이했다. 네타냐후에게 휴전은 10·7 하마스 공격 허용 책임과 개인 비리 혐의로 인한 법정 출두를 뜻하기 때문이다.
더르소는 이번 사태로 "워싱턴은 공모했거나 무능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뭔 짓을 하든 지지하겠다는 걸 세상에 주입함으로써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네타냐후는 가자 휴전 협상을 죽이고 미국의 안보 보장을 무의미하게 만들 준비가 돼 있으며, 자신의 미국 내 시온주의 공모자들이 트럼프를 올바른 길로 계속 인도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게 네타냐후의 정치연합을 보호하고 미국 무기도 계속 지원받겠지만,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오랫동안 끝날 공산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안보 보장국으로서 미국 신뢰성에 직격타"
인남식 "카타르, 어떤 형태든지 보복 고민"
카타르 공격은 예배 중인 하마스 지도부를 "참수"하려는 것이었지만 실패했다. 이에 더르소는 "이스라엘은 이 지역의 안보 보장국으로서 미국의 신뢰성을 직격했다. 이스라엘은 전술에선 탁월하나 전략에선 무능함을 입증했다. 하마스는 이제 미국이 마침내 본색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에 미국이 '일정 부분 책임'이 있지만, 카타르는 당장 워싱턴과의 관계를 끊고 다른 안보 파트너를 찾거나 가자의 휴전 협상 중재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카타르가 이대로 당한 채 가만 있지는 않을 거라고 더르소는 보고 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도 10일 자 페북 글을 통해 "가자와 테헤란이 아닌 이번 도하 공습은 그 부정적 여파가 작지 않을 것이다"라며 "카타르는 여타 걸프 국가와 달리 이슬람 근본주의 정치세력을 움직이고 동원할 수 있는 여력과 네트워크를 가진 나라다. 탈레반과 하마스, 무슬림 형제단 등을 포용하는 유일한 걸프 국가다. 어떤 형태든 보복을 고민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카타르는 아랍에미리트(UAE)에 텔아비브의 대사관 폐쇄를 요청했으며, 카타르의 모하메드 빈 압둘라만 알타니 총리 겸 외무장관은 "네타냐후가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알타니 총리는 1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 참석해 "허세 가득한 극단주의자들이 이끄는 이스라엘의 행동은 어떠한 경계나 한계도 넘어섰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무슨 짓을 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비난하며 국제사회의 긴급 행동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