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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은 혁파돼야 한다
시사한매니져
2025. 9. 19. 12:05
조희대와 지귀연은 피라미드식 사법 시스템의 산물
조희대 대법원장이 연일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에 이어 또 한 명의 대법원장이 “희대의 사법농단”으로 다시 이슈의 한복판에 선 것이다. 이렇듯 ‘문제적 대법원장’이 잇따라 출현하는 것은 대법원장직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과연 무슨 문제가 있어 논란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는가?
헌법 제104조는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나라는 없다. 이렇게 대법원장이 대법관의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은 결국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하위에 두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욱 큰 문제점은 이를 통해 고등법원장 이하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관의 꿈이 있다면 고등법원장 이하의 판사들은 대법원장의 지시에 절대복종할 수밖에 없다.

일제강점기 이래 법원은 폐쇄적인 계급구조로 일관되어 왔다. 법관은 고시에 합격한 영재로 충당되는 ‘순혈주의’가 관철되었고, 이들은 자기정체성을 연공서열의 계급제 관료주의 구조 속에서 구축하였다. 더구나 제왕적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라는 거대한 행정조직을 활용하여 이들에 관한 모든 인사 정보와 업무정보 등을 수집, 확보하고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행사해왔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사법부의 판결’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대법원장의 권한은 더욱 절대화되어 왔다.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이 폭주했듯, 무소불위의 제왕적 대법원장 역시 자신의 절대권력에 취해 폭주하게 된다. 양승태와 조희대의 사법농단은 필연적이었다. 현재와 같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시스템이 혁파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제2의 양승태, 제2의 조희대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무엇이 진정한 ‘사법 독립’인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를 비롯한 사법부 관계자들은 말끝마다 ‘사법 독립’을 내세운다. 과연 ‘사법 독립’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사법 독립’이란 대체로 “법관이 어떠한 외부적 간섭을 받음이 없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판결의 자유”를 의미한다. 그리하여 사법권 독립의 핵심은 타국가기관(他國家機關)으로부터 독립된 사법기관의 구성원인 법관이 외부로부터의 일체의 영향이나 압력을 받음이 없이 법의 논리에 따라 그 기능을 수행하며 또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있다.
그런데 이 ‘사법권의 독립’은 ‘법원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으로 구분되며, ‘법관의 독립’은 다시 ‘신분상의 독립’과 ‘재판상의 독립’으로 구분된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재판상의 법관 독립’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렇듯 법관 개개인은 헌법과 법률 및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할 것이 요구되고 있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그러나 현실을 한 마디로 줄이면, “사법부는 독립했지만 법관은 독립하지 못했다”. 사법부는 조직이 아니다. 한 명 한 명의 법관이 곧 심판기관이요 사법부다. 따라서 법관이 소신껏 재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곧 사법권의 독립이다. 이 나라 사법부는 상급자에 의한 주관적 근무평정을 전제로 한 피라미드식 다단계 승진구조로 인하여 철저한 서열에 의한 상하간의 ‘관료적’ 결합으로 조직되어 있다. 이러한 관료주의는 승진을 빌미로 법관의 신분보장 체제를 교란하고 법관들 간의 관계를 상하 수직관계로 서열화함으로써 법원 내부에서 법관의 독립은 존립하기 어려워진다.
지귀연은 현 사법시스템의 필연적 산물
지금의 사법 시스템은 대법원장 1인을 정점으로 하는 중앙집권체제다. 사법 후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어느 국가도 대법원장이 법관 인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나라 대법원장은 일반 판사부터 대법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판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대법원장의 독점적 인사권은 폐지되어야 한다. 판사들이 지금처럼 숨죽이고 아무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전국의 판사들을 대법원장 1인이 전권을 쥐고 흔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승진체계는 인사권자인 대법원장의 의지에 절대복종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이 나라 모든 법관들의 집단의식 내지는 직업의식에 철저히 작용하여 체제순응적 법관을 양산하고 있다.
지귀연은 결코 우연히 돌출적으로 출현한 것이 아니다. 지귀연은 현재의 사법 시스템이 낳은 산물이다. 현재와 같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사법시스템이 변혁되지 않는다면, 이 나라의 진정한 사법 독립은 요원하며 진정한 민주주의도 존재할 수 없다. <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