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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국가 승인' 잇단 동참…G20 중 한미일 5국 '유보'

시사한매니져 2025. 9. 24. 11:43

 

마크롱 "오늘 프랑스,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선언"

NYT "미 동맹국들, 워싱턴과 결별 공식화"
이스라엘·미국 반발 "하마스에 보상" 주장
팔 국가 승인 '유보' 한국, 미국 눈치 보나?
이스라엘, 팔 주민 6만5300명 넘게 학살해
산체스 "인간 존엄성 이름으로 학살 멈춰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에선 미국 혼자다. 
서방 선진국 그룹인 주요 7개국(G7)으로 보면, 미국에 독일, 일본, 이탈리아 3개국이 추가된다. 이를 주요 20개국(G20) 그룹으로 넓히면 한국이 추가된다.

여전히 팔레스타인 국가의 공식 승인을 거부하거나 유보하는 나라들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를 하루 앞둔 22일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팔레스타인 관련 '두 국가 해법' 실행을 논의하는 정상회의를 주재하면서 프랑스의 팔레스타인 국가 공식 승인을 선언하고 있다. 2025. 09. 22 [AFP=연합]

 

프랑스·영국·호주 서방국들 '팔 국가 승인'
NYT "미 동맹국들, 워싱턴과 결별 공식화"

 

이들과는 달리, 프랑스는 22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승인한다고 선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를 하루 앞둔 이날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팔레스타인 관련 '두 국가 해법' 실행을 논의하는 정상회의를 주재하면서 "때가 왔기에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우리는 두 국가 해법의 가능성을 보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평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 오늘 프랑스는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선언한다"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와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를 포함해 안도라, 벨기에, 룩셈부르크, 몰타, 모나코 6개국이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대열에 합류했으며 그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인 21일에도 캐나다, 호주, 영국, 포르투갈이 승인을 발표했다.

 

2025년 4월 기준으로 이미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승인한 나라는 193개 유엔 회원국 중 약 147개국이다. 이번 추가 승인국들을 포함하면 유엔 회원국의 80% 이상이 팔 국가 승인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극우 정권과 이를 옹호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고립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NYT는 '세계 지도자들, 미국과 이스라엘에 도전장 내밀며 팔 국가 승인'이란 기사에서 "프랑스와 다른 미국의 동맹국들은 수년에 걸쳐 진행되어 온 워싱턴과의 결별을 공식화했다"고 논평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시티 서쪽 알-라시드 도로를 따라 가자 남부를 향해 피란길에 올랐다. 2025. 09. 22 [EPA=연합]

 

마크롱 "프랑스,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선언"
산체스 "인간 존엄성 이름으로 학살 멈춰야"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에 의해 여성과 어린이를 비롯해 주민 등 6만5300명 넘게 학살됐다. 앞서 17일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점령지와 이스라엘에 관한 유엔 독립 국제조사위원회'(유엔 이스라엘 조사위)는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인류 최악의 범죄인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담은 72쪽짜리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이스라엘과 모든 국가가 국제법상의 의무를 다해 "제노사이드를 끝내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마크롱은 이날 정상회의 연설에서 가자 전쟁 이후 '새로워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창설을 위한 틀을 제시했으며, 여기엔 가자 통치를 넘겨받을 PA 준비 작업을 도울 '국제안정화군'(ISF)의 주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팔 국가를 승인하고 이스라엘 제재에 들어간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두 국가 중 한 국가의 국민이 제노사이드의 희생양이 될 때" 두 국가 해법은 불가능하다면서 "팔레스타인 국민이 몰살당하고 있다. 이성과 국제법,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이 학살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 09. 22 [EPA=연합]

 

이스라엘·미국 반발 "하마스에 보상" 주장
유엔 총장 "팔 국가 지위는 팔 인민 권리"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로 뉴욕 유엔본부에 올 수 없었던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은 화상 연설을 통해 팔 국가를 승인해 준 프랑스 등에 감사를 표했으며, "아직 승인 안 한 국가들도 뒤를 이을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에 지지를 요청했다. 알자지라는 "국제적으로 점점 더 고립되는 이스라엘과 미국은 정상회의를 보이콧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스라엘과 그의 가장 가까운 동맹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날 정상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는 외교가 아니며 서커스"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서방국의 팔 국가 승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라고 믿는다"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앞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하마스를) 대담하게 만들고" 전쟁 종식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두 국가 해법'이 폭력 이후 평화를 향한 유일한 실현이 가능한 길로 규정하고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는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 아닌, (팔 인민의) 권리"라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주장을 비판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은 연설에서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에서의 위반 행위와 가장 최근의 카타르 공격을 포함해 아랍, 이슬람 국가들을 향해 반복적 공격"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러한 행동들은 이스라엘이 역내 및 국제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역내 평화 노력을 훼손하는 공격적인 관행을 계속하겠다는 집요함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대신과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 참석,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9.23 [외교부 제공] 연합

 

팔 국가 승인 '유보' 한국, 트럼프 눈치 보나?
"다른 지역 일 살필" 여유 없다는 조현 외교

 

국제사회의 최대 주권과 인권 관련 이슈인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한 우리나라의 스탠스는 조금씩 팔레스타인 지지 쪽으로 이동하는 모양새였다. 작년 4월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 관련 유엔 안보리 표결에서 종전의 입장을 바꿔 찬성표를 던졌으며, 다음 달인 5월 유엔총회의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 결의안에 찬성한 데 이어, 지난 12일 142개국의 찬성으로 통과된 유엔총회의 '두 국가 해법' 지지 결의안에도 동참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국가 공식 인정 문제에는 지금까지 '유보적'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를 정부 차원에서 설명한 적은 없지만, 팔 국가 승인에 완강히 반대하며 '관세 폭탄'까지 위협하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그런 게 아니냐는 해석이 우세하다.

 

조현 외교부 장관의 8월 3일 자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발언이 한국 정부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조 장관은 '정책을 바꿔 팔 국가 승인을 할 것인가'란 질문에 "말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는 우리 자신에 몰두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동북아시아의 변화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취약함을 느끼고 있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세계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살피는 사치를 누릴 수 없다"고 말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독일은 나치의 유대인 홀로코스트 '원죄'로 인해, 일본 역시 미국 눈치를 보느라 팔 국가 승인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