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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진술 증거 삼더니…강백신 "사실 아닌 부분 많다"

시사한매니져 2025. 9. 24. 11:45
 

김용 기소했던 검사, 진술 신빙성 스스로 뒤집어
"왜 김용 재판에서만 남욱 진술이 인정되나"
뒤집어진 유죄 증거…핵심증인들 진술 번복
전현희 "김용·정진상 무죄…검찰 조작기소"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오른쪽)이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왼쪽)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5.9.23. 국회방송 갈무리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대장동 개발업자이자 핵심 피고인인 남욱 변호사의 증언에 대해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 진술은 김 전 부원장 기소를 뒷받침하는 증거 중 하나였으며, 재판부도 김 전 부원장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남 변호사의 증언 신빙성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강 검사의 발언대로 남 변호사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면, 기소와 유죄 판결 증거가 된 진술이 조작됐다는 점을 검사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된다. 여당 법사위원은 "정치검찰의 공작기소"라고 했다.

 

강백신 "남욱 진술 사실 아닌 부분 많다"

 

전날인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추미애)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에서는 남 변호사가 최근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에프시(FC) 사건 관련 공판에서 자신의 과거 진술을 번복한 데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남 변호사가 지난 금요일(19일) 법정에서 (김용·정진상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기존 두 사안에 대해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2022년 검찰 수사 받을 당시에 검사에게 처음으로 전해 들은 내용이라고 증언을 하고 기존 진술을 번복을 했다"며 "이는 검찰의 김 전 부원장 공소 내용이 사실이 아니고 조작된 것임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강 검사에게 "그런 얘기를 (남 변호사에게) 전했느냐"고 물었고, 강 검사는 "그런 취지의 증언이 있었다는 보도는 제가 듣기는 들었다"면서 "공판팀에서 그 부분은 지금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회피성 답변을 했다.

 

이에 전 의원은 "검사가 그 말을 남 변호사에게 해줬다고 한다. 이것은 검사의 진술 조작이고 모해위증죄, 위증교사죄가 성립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면서, 강 검사에게 "진술을 시킨 것이냐" "묻는 말에 답하라"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러자 강 검사는 전 의원의 압박에 "남욱 진술은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제가 조작을 시킬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김 전 부원장의 기소와 유죄 판결을 뒷받침했던 남 변호사의 증언에 대해 기소했던 검사가 스스로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뒤집은 것이다.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 일당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후 보석으로 석방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0일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8.20. 연합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 전 부원장 변호인 신알찬 변호사는 "강 검사도 증인석에 서서 남 변호사의 진술을 믿을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하는데, 왜 김 전 부원장 재판에서만 남욱의 진술은 믿을 수 있는 진술이고 김 전 부원장의 변소는 전부 다 믿을 수 없다고 본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대장동 사건을 검사가 조작한 것이라고 보느냐'는 전 의원의 질문엔 "그렇게 보는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뒤집어지고 있는 김용 유죄 증거들

 

강 검사의 국회 증언은 김 전 부원장의 상고심에서도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 변호사가 "정진상·김용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것은 2022년 이후 수사 과정에서 다 처음 들은 사실"이라고 기존 진술을 번복하면서 김 전 부원장 유죄 근거의 신빙성이 떨어진 가운데, 김 전 부원장을 기소하고 공판에 참여했던 검사도 스스로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다"고 진술 신빙성을 탄핵했기 때문이다.

 

남 변호사의 발언 외에도 김 전 부원장 유죄 증거들은 최근 계속해서 신빙성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 11일자 <오마이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3억 원을 빌려준 철거업자도 최근 기존 증언을 뒤집고 검찰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진술을 했다.

 

철거업자 강아무개 씨가 대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강 씨는 지난해 5월 16일 김 전 부원장 항소심 재판 증인으로 나와 "2010년 이후 유동규를 만나지 않았다"라고 증언했지만, 이번 진술서에선 "2013년 말까지 빌려준 3억 원을 전액 상환받았다"라고 번복했다.

 

'유 전 본부장이 당시 남 변호사로부터 3억 원을 받아 철거업자한테 상환한 것이 진실이고, 그 돈 일부를 김 전 부원장 등에게 뇌물로 줬다는 검찰 공소사실은 거짓'이라는 김 전 부원장 쪽 주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2021년 5월 3일 '구글 타임라인' 원시데이터 기록. 코리아경기도 빌딩에서 퇴근하여 곧장 서울 반포동을 들렸다가 서초동 자택에 머무른 것으로 확인된다. 2024.11.13. 신알찬 변호사 제공

 

항소심 막판에 부각됐던 휴대전화의 디지털 위치기록(구글 타임라인)도 쟁점이 되고 있다.

 

법원이 선임한 감정업체가 김 전 부원장 휴대전화의 위치 기록을 분석한 결과, 김 전 부원장이 돈을 받기 위해 유 전 본부장의 유원홀딩스 사무실에 들렀다고 특정됐던 2021년 5월 3일 저녁, 김 전 원장이 퇴근 직후 서울 자택에서 머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과거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서 증거 능력으로 인정해 실형까지 받아냈던 구글 타임라인에 대해 객관적이지 않다며 김 전 부원장의 재판에서만 증거 능력을 부인하고 있다.

 

전 의원은 "강 검사는 대장동 사건과 정치자금 수사를 진행하면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각종 특혜를 제공을 했다는 의혹과 함께 관련 수사를 조작해서 진실규명이 지연하도록 한 의혹이 있다"며 "남 변호사의 반복된 법정 증언, 철거업자의 진술서, 구글 타임라인 등 구체적 증언과 증거를 통해서 드러난 사실은 김용·정진상은 무죄이고 정치검찰의 공작기소 희생양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조작 기소한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여권에서는 당시 수사팀에 대한 법무부 감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특위는 23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대장동 2기 수사팀에 대한 감찰요청서를 제출하며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특위 위원장인 한준호 의원은 "누명을 씌우기 위한 목표 아래 피의자를 회유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별건의 혐의는 은폐하고, 직접 위조한 증거를 제시하며 피의자의 기억에 혼란을 일으키는 등, 갖은 수법을 동원해 조작수사한 자들이 바로 대장동 수사팀이었다"면서 "엄정하게 조사해서 처분해 주실 것을 법무부에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