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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권 42번 거부권, 국힘은 '69박 70일 필리버스터'
시사한매니져
2025. 9. 27. 12:50
거부권 못쓰니 무제한 토론으로 국회 마비
시급한 민생 법안 볼모 잡고 극단 대립으로
막가파식으로 행사한 윤석열 거부권 재탕
민주당 "대선 불복 필버" "자해 정치" 비판

국민의힘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4개 쟁점 법안뿐 아니라 민생 법안을 포함한 비쟁점 법안 69개에 대해 '69박 70일'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강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생을 볼모로 삼은 국민의힘이 '무제한급' 필리버스터로 극한의 권력 투쟁을 벌이는 모습이 지난 윤석열 내란 정부의 막무가내식 '거부권 행사'를 연상케한다.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은 26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서 69개 법안(모든 법안) 필리버스터에 대해 "다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체적으로 비쟁점 법안도 필리버스터를 하는 게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이미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4개 쟁점 법안을 둘러싼 '소모전'은 시작됐다. 국회는 전날인 25일부터 시작된 필리버스터를 이날 오후 6시 30분쯤 강제 종료한 뒤, 여당 주도로 검찰청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국민의힘 요청으로 다음 처리 법안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방미통위법)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곧바로 시작됐다.
방미통위법 이후 처리할 국회법 개정안과 국회 증언·감정법도 모두 필리버스터가 예상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포함한 4개 쟁점 법안 처리는 오는 29일에나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 1개 처리에 24시간씩 걸리는 셈이다.
국민의힘도 내부적으로 69박 70일 필리버스터 강행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 논의와 별개로, 시급한 민생 법안을 볼모로 삼아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냈다는 점은 국민의힘 원내 전략이 얼마나 '마구잡이'인지를 보여준다. 일면 악의적이기까지 하다.
경기 변동으로 인한 대규모 고용위기에도 신속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이나, 체불임금 변제금 회수를 강화하는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 등은 볼모로 잡힌 민생 법안의 대표적인 예다. 임대차 계약 시 관리비 부과 항목을 명시하도록 해 관리비를 통한 임대료 우회 인상을 막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안정적 영업을 돕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거부권 대체한 필리버스터
민생 법안들까지 '시간끌기' '발목잡기'하고 정쟁으로 몰아간다는 측면에서 국민의힘이 내세운 필리버스터 카드는 윤석열 정권의 '막가파'식 거부권 행사와 본질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운영됐던 윤석열 정권은 야당과 대화나 타협을 하지 않고 막무가내 거부권 행사로 맞서면서 극한 대립을 벌인 바 있다. 3년간 무려 42회의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과 같은 민생법안뿐 아니라 여야가 합의한 법안(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한우산업지원법 제정안)까지 막아세웠다.
심지어 간호법의 경우, 근시안적인 정쟁으로 인해 거부권을 행사했다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하자 1년 만에 거부한 법을 정부·여당이 재추진하는 촌극까지 빚었다.
물론 형식상 행정 권력이 입법권을 무력화하는 막가파식 거부권과 국회 내에서 이뤄지는 필리버스터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모든 법안에 대해 거부하는 69박 70일 필리버스터가 현실화할 경우, 정기국회가 사실상 마비될 수 있는 만큼 민생 법안을 망가뜨리고 입법부를 형해화한다는 측면에서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와 필리버스터의 실질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윤석열 탄핵으로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는 거부권을 극한의 필리버스터로 대체했다고도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여대야소 상황에서 원내 주도권을 잃고, 내란동조와 통일교 유착 혐의로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는 국민의힘이 윤석열의 거부권을 대체할 수 있는 카드도 필리버스터 외에는 딱히 없어 보인다.
여권 일각에서는 극한의 필리버스터 카드가 극우 세력을 결집할 '대선 불복'의 연장선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근 '텃밭'이라 불리는 대구에서 '야당탄압 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열고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당선무효"라고 외치한 바 있다. 이들에게 동조한 참석자들은 집회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며 "이재명을 끌어내리자"고 소리치기까지 했다. '대선 불복' 연장선상에서 필리버스터 카드가 나온 것이라면 더 극단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국회 밖에서는 막장 장외 집회, 안에서는 대선 불복 필리버스터, 국힘의 실체는 야당의 탈을 쓴 국정파괴세력이냐"며 "새 정부 국정운영 설계도를 파쇄하려는 국민의힘의 훼방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민생 볼모로 한 극우 정치"
다만 필리버스터로 민생 법안까지 반대한다는 비판은 국민의힘으로서도 부담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책임을 일단 여당으로 돌리는 모습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부터 우리 국민의힘은 정부조직 개악4법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착수했다"며 "민주당이 지금 본회의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가의 미래와 민생경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개악법이다. 나쁜 정부조직 개편이며, 국민들만 피해를 입게 될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최 원내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 "국정의 근간을 무너뜨렸다"며 "정부여당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도 모자랄 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국가행정을 파탄낸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국정운영을 펼치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