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거부’ 조희대 대법원장의 오만, 수사 · 처벌 갈 수밖에
[논썰]
‘희대의 난’ 본질은 국헌문란 사법 쿠데타
진상규명·단죄 없이 근원적 해결 불가능

모처럼 다행스런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22일 이른바 ‘조희대의 난’으로 불리는 희대의 ‘사법 쿠데타’ 진상을 밝히기 위한 청문회(조희대 대법원 대선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를 열기로 한 바 있죠. 이 청문회 결정 과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과 당 지도부 간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등설 등 난기류가 일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곧바로 당 지도부가 일제히 청문회는 당연하다고 힘을 싣고 나섰습니다.
“추미애 위원장을 비롯한 법사위원들은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진짜 삼권분립 망가뜨린 사람은 최후의 보루여야 할 조희대의 대선개입 의혹이다.”(정청래 민주당 대표, 24일 최고위원회의)
당 지도부에선 청문회를 넘어 조 대법원장의 사퇴와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청문회 거부’ 조희대의 오만, 수사·처벌 갈 수밖에 [논썰] 한겨레TV
“지금 법사위에서 결정한 청문회에 대해서는 지도부도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먼저 청문회를 통해서 진실을 밝혀보고 그게 안 된다면은 수사를 요구하든가 아니면 내란특검이 됐든 상설특검이 됐든 저는 수사를 해야 된다고 봐요.”(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다행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은 사법부 수장이 스스로 사법부 독립, 삼권분립의 원칙을 깨고 국민주권의 핵심인 대통령 선출권을 탈취하려 시도한 중대한 헌정 파괴 의혹 사건입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의 대선 출마 자격이 걸린 공직선거법 상고심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어기고 졸속 재판을 강행토록 한 직권남용 의혹도 제기됩니다. 그 진상을 규명하고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은 사법부의 반헌법적 정치 개입을 차단하고 국민주권의 원리와 삼권분립의 원칙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나아가 다시는 그런 범죄적 행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적 개혁까지 완수하라는 게 지금 국민 대다수의 요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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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요구에 부응하려면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의 단합과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정밀한 준비와 정교한 조율도 중요합니다. 그렇게 할 때 전면적 내란 청산을 원치 않는 국민의힘의 집요한 방해를 뚫고, 자신이 찢어버린 사법부 독립의 허울 뒤에 숨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고 뻗대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철면피한 저항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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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번에도 국민의힘은 ‘조희대 청문회’의 정당성을 깎아내리기 바빴습니다.
“이대로 청문회가 열리게 된다면 2025년 9월30일은 대한민국 삼권분립 사망일, 대한민국 국회의 사망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23일 원내대책회의)
그러나 사법부 독립, 삼권분립은 사법부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국민과 동떨어져 마음대로 권한을 휘두르라고 있는 원칙이 아닙니다. 오히려 입법·행정·사법부가 상호 견제와 감시를 통해 권력 독점과 전횡을 막고 국민주권과 국민 기본권 수호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라는 게 삼권분립의 본래 의미입니다. 실제 국회법 121조는 ‘위원회는 특정한 사안에 대하여 질문하기 위하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감사원장 또는 그 대리인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기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장을 청문회에 부르는 건 삼권분립을 죽이는 행위이긴커녕, 법률에 입각해 입법부의 사법부 견제라는 삼권분립 정신을 실현하는 행위인 셈입니다.
“국민의힘 삼권분립 공부 다시 하셔야 됩니다. 왜냐하면 삼권분립이라고 하는 것은 행정부와 사법부, 입법부가 서로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법부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위배한 내용들이 발견된다면 그에 마땅한 견제를 해야 되는 것이죠. 이미 입법부나 행정부에 대한 견제는 법률에 의거해서 사법부도 하고 있는 것인데…”(전용기 민주당 의원, 24일 KBS ‘전격시사’)
물론 이런 의미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전제가 필요합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 위의 존재나 되는 듯 높은 법좌에 앉아 군림하는 오만함을 버리고, 국민이 제기하는 의구심에 대해 진솔하게 해명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정반대로 가고 있죠. 대법원 2인자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24일 밤 법사위에 출석해 조 대법원장의 대선개입 의혹 자체에 대해 국회가 관여할 수 없어 청문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사실상 청문회 거부를 통보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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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권 독립이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국회가 관여하거나 조사할 수 없다는 국정감사조사법에 따라 청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천대엽 법원행정처장, 24일 법사위 전체회의)
이날 오전 우원식 국회의장은 천 처장을 만나 국민 불신에 대한 조희대 사법부의 ‘결자해지’를 요청합니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만에 청문회 참석조차 해당 사항 없다고 거부하고 나선 겁니다. 천 처장은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를 들어 청문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법사위 청문회는 국정감사조사법이 아니라 앞에서 봤듯이 국회법 규정에 따라 열리는 자리입니다. 번짓수를 잘못 짚고 엉뚱한 법률 조항을 대며 국회의 출석 요구를 비껴가려는 것은 법기술자에 불과하다고 자인하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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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국정감사조사법을 근거로 해도 조 대법원장 조사가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국회법해설’을 보면, “국회가 독자적인 진실규명, 정치적 책임 추궁, 의정자료 수집 등의 목적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국정감사 및 조사를 진행한다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정감사 및 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판 중인 사건도 사안 성격에 따라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에 국회가 조 대법원장에게 중점적으로 물으려는 사안은 재판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은 이미 대법원 판결이 끝나서 고등법원에 내려보낸 상태입니다. 또 청문회에서 짚으려는 내용도 대법원 역사상 전례 없는 속도전 판결이 나온 경위와 과정 등 절차적 문제에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적법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조 대법원장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는 게 국회법해설의 취지에 부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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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정말 이틀 만에 7만쪽에 가까운 그런 기록들을 다 보았는지, 그러니까 전산 로그인 기록도 좀 확인을 해야 될 거 같고요. 그다음에 재판 연구관들이 사건이 대법원에 오기 전에 미리 검토하고 있었다라는 의혹도 있거든요. … 그다음에 사법 역사상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인데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개 한 3년 넘게 기간이 걸리는데 9일 만에 이런 선고를 한 것이 과연 사법의 정치적 중립이라든가 독립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관계 교수님이라든가 전문가를 불러서 한번 그런 의견도 들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김승원 민주당 의원, 23일 MBC ‘100분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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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5월1일 나온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판결에 국민들이 충격과 분노를 느낀 이유는 단순히 2심 무죄를 유죄로 바꿨기 때문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소부 배당 2시간 만에 전원합의체(전합)에 넘기고, 전합 회부 당일 심리에 착수합니다. 또 통상 한달에 한번인 합의기일을 이틀 만에 연속으로 열어 곧바로 투표로 유무죄를 정했습니다. 7만쪽 가까운 사건 서류를 다 읽는 건 고사하고 목록과 제목만 일별하기에도 벅찬 시간입니다. 한마디로 대법원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급발진과 졸속의 연속이었습니다.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사실상의 직권남용입니다.
“뒤집을 때는 충분히 시간을 두고 기록 검토도 다 하고 평의도 대법관들끼리 전원합의체에서 치열하게 하고 그다음에 결론을 내도 국민들이 신뢰할까 말깐데 … 신속한 게 아니라 이건 무슨 목적의식에서 서두른 거라고 볼 수밖에 없는…”(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3일 MBC ‘100분토론’)
이토록 서두른 이유가 이재명 후보의 대선 출마를 봉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느냐는 게 지금 많은 국민이 품는 의구심입니다. 사실상 유력 후보의 출마를 막고 국민의 대통령 선출권을 탈취하기 위해서 벌인 폭주극이 아닌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정면으로 위반한 사법 쿠데타를 시도한 게 아닌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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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입장에선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들의 대통령 선택권이라는 주권자 국민의 그 권리를 침해당한 거다, 국민들의 비판론이 일었던 거죠. … 그 목적이 뭘까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은 지금 대법원에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죠.”(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3일 MBC ‘100분토론’)
조 대법원장은 당연히 이런 국민의 물음에 답할 책임이 있습니다. 만약 그런 책임을 부정하고 청문회마저 회피한다면, 국민이 갖는 의구심은 확신으로 굳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땐 국민의 분노 수위도 훨씬 높아질 겁니다. 민주당에서도 청문회 이상의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큽니다.
“청문회 이후에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국정조사, 탄핵 등 모든 것들을 다 예상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아직 그걸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사법부 반응에 따라 민주당 압박의 종류와 수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건 상식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박수현 민주당 수석 대변인, 24일 최고위 백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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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조 대법원장이 끝내 사과도 해명도 거부할 경우 어떻게 될까요. 수사를 통해 ‘사법 쿠데타’ 시도의 전모를 파헤치고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청문회도 국정조사도 거부하고 버틴다면, 남는 방법은 강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는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상고심 과정의 직권남용 여부는 물론 12·3 계엄 과정에서 계엄사의 협조 요구를 받고 동조했는지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계엄사령부가 됐든 계엄 주체 세력들한테 협조를 분명히 요청을 받고 협조했을 확률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계엄사령부가 있으면 군사법원에서 민간 죄를 이양해야 되는 항목이 있어요. 그럼 그런 건 어떻게 이양을 해야 될지 당연히 그런 건 논의가 됐을 거라고 보고 있거든요. … 저는 수사를 해서 여기에 대해서 명명백백히 진실을 밝히고 그 죄가 있으면 그 죄를 물어야 되는 거죠. 그것이 국민들이 실제 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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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저 개인적으로는 조 대법원장이 상고심 과정에서 보인 행태는 국민주권을 위협한 결코 용납해선 안 될 사법 쿠데타에 해당한다는 강한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국민의 거센 저항과 반발로 실패하긴 했지만, 만약 조 대법원장의 ‘이재명 대선 후보 제거’ 시도가 통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지귀연 부장판사가 풀어준 윤석열이 지금도 ‘윤 어게인’ 세력과 함께 거리를 활보하고, 윤의 후계자가 정권을 날로 잡은 뒤 윤을 복권해주는 대참극이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 생각만으로도 아찔하고 끔찍합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근원을 잘라내야 합니다. 그러자면 모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한 위에서 반드시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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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법원장이 최근 보이는 모습도 매우 부적절합니다. 중앙일보 창간 기념식과 대법원이 주최한 국제 컨퍼런스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하고 연설하면서도 정작 자신을 향한 의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분노에 응답하기는커녕, 핍박받는 보수 투사라도 되는양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민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청문회를 통한 결자해지의 기회마저 스스로 날려 버린다면, 국민도 더는 인내하지 않을 겁니다.
<손원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