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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단호한 실용주의'…트럼프에 "협력하되 굴복 NO"
시사한매니져
2025. 10. 5. 01:05
"결코 주권은 양도하지 않았다는 게 핵심"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 셰인바움 취임 1년
트럼프, 수출품에 최고 30% 관세 부과해
"멕시코, 절차와 기술적 양보 거래했을 뿐
"트럼프식 세계에선 이중 게임 여지 작다"
룰라 정부 '전략적 모호성'에 우려 표명
이재명, 룰라와 셰인바움 특징 모두 갖춰
"단호한 실용주의"(Assertive pragmatism). 국제 컨설턴트인 기욤 슈나이더 박사는 '단호한 실용주의 대 전략적 모호성: 트럼프의 미국에서 멕시코와 브라질'이란 2일 자 <모던 디플로머시> 기고를 통해 동맹국, 경쟁국을 가리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폭력'에 대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3) 멕시코 대통령의 접근법을 이렇게 표현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의 접근법은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수출품에 최고 30% 관세 부과했지만
"멕시코, 분노 아닌 절제된 단호함으로 대응"
이 글에서 슈나이더 박사는 "트럼프의 미국은 적응하든, 저항하든, 재조정하든 선택을 강요받는 익숙한 위치로 라틴 아메리카를 되돌려 놓았다지만, 이 지역의 두 거인, 멕시코와 브라질은 너무도 다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관세 부과와 이민·마약 단속 등 중남미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트럼프 2기 미국'에 대처하는 것에 그는 "멕시코는 일찍부터 게임을 읽었다"면서 "멕시코는 과잉 반응을 하는 대신에 '단호한 실용주의'를 택했다"고 해석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가 멕시코 수출품에 최고 30%의 관세 부과를 발표했을 때, 멕시코는 "분노가 아닌 절제된 단호함으로 대응했다"라는 게 슈나이더의 평가다.
셰인바움 정부는 일시적이지만 공급망 보존과 시스템 충격 완화를 위해 대미 협상을 통해 90일간의 관세 유예를 얻어냈지만, 그만한 대가도 치렀다. 신속한 범죄인 인도, 마약 단속 협력 강화, 일부 비관세 장벽 철폐 약속 등이 그것들이다. 이에 슈나이더는 "핵심은 멕시코가 절차와 기술적 양보를 거래했을 뿐, 결코 주권은 양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방적 명령에 굴복하지 않고, 협력을 (일종의) 화폐로 전환했다"고 풀이했다.

"멕시코, 절차·기술적 양보 거래했을 뿐
결코 주권은 양도하지 않았다는 게 핵심"
안보 의제에서도 멕시코는 무기 추적, 국경 검문, 정보 공유에서 더 긴밀한 협력을 허용했지만, "종속이 아닌 협력"의 원칙을 따랐다는 것이다. 슈나이더는 "워싱턴은 가시적 성과를 얻고, 멕시코는 대내외에 '자율성'을 과시하는 상징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관세 90일 유예엔 "단순히 숨 쉴 공간 이상"이라는 그는 내년으로 예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검토를 앞두고 "축적되는 정치적 자본"이며, 조약이 재개될 때, 멕시코는 협력 기록을 제시하며 협정의 지속을 정당화하고 더욱 징벌적인 재협상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봤다.
슈나이더는 '상호 의존'이 멕시코의 최대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미 제조업 회랑은 멕시코의 노동력, 물류, 지리적 근접성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멕시코는 전술적 기동을 통해 긴장을 식힘으로써 트럼프의 무역 국가주의가 자동차 생산, 전자 산업, 농업 비즈니스를 흔들지 않도록 보장한다"며 "이것이 단호한 실용주의의 숨겨진 힘이다. 즉, 멕시코의 진정한 지렛대인 구조적 통합을 보호하면서 시간을 버는 능력이다"라고 설명했다.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 셰인바움 취임 1년
"미국 압력에 어조는 정중, 메시지는 단호"
앞서 슈나이더는 반년 전 '멕시코의 전략적 상승'이란 <모던 디플로머시> 기고(4월 3일)에서도 멕시코 연방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인 셰인바움이 트럼프와의 관세 협상에서 보인 태도에 대해 "어조는 정중했고, 메시지는 단호했으며, 결과는 멕시코가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협상하는 법을 배웠음을 보여줬다. 관세가 다시 부과될지는 두고봐야겠지만, 멕시코는 변덕스러운 파트너와도 긴장을 완화하고, 소통하며, 양자 간 신뢰를 유지하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3월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전 셰인바움 대통령은 각료, 기업인 등 관계자와 상의하고 미국 대통령 발언을 철저히 연구한다"며 "트럼프의 모욕적 언사에 불쾌감을 표하는 대신 침착하게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10월 1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유대계 출신 좌파 정치인인 셰인바움은 대학에서 물리학과 공학을 전공했으며 2018년부터 5년간 수도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냈다. 멕시코 경제신문 엘피난시에로의 9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셰인바움 긍정 평가는 73%에 달하고 있다.

"트럼프식 세계에선 이중 게임 여지 작다"
브라질 정부 '전략적 모호성'에 우려 표명
슈나이더는 2일 기고에서 브라질 룰라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에는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룰라 정부는 브릭스 내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고 중국 관계를 심화하는 동시에 워싱턴과의 공개 충돌은 피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과는 혼란스러운 신호였다. 베이징엔 유대를 재확인하고, 트럼프엔 대화를 약속하는 이런 이중 전략은 현실에선 의심을 낳았다"면서 "워싱턴은 가혹하게 대응했다. 핵심 산업 부문에 대한 징벌 관세, 주요 감시 목록에 브라질 포함, 그리고 브라질을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규정하는 담론이 그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에 대한 멕시코와 브라질의 대응 차이에 그는 "멕시코가 먼저 워싱턴을 진정시키고 조약 재검토를 준비하는 순차적 기동을 했다면, 브라질은 명확한 순서나 우선순위 없이 수사적 저항과 전술적 양보를 결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자와 수출업자들은 (브라질의) 이러한 일관성 결여를 감지하고 있다. 그들은 더 높은 비용, 불확실한 무역 조건, 워싱턴과 베이징 양쪽과의 협상에서 약화된 지렛대를 경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 단호함과 대립 같지 않음 보여줘,
이재명, 룰라와 셰인바움 특징 둘 다 갖춰
슈나이더는 "트럼프식 세계에는 이중 게임일 벌일 여지는 작다. 한 국가가 워싱턴에서 특혜를 기대하는 동시에 베이징에 충성한다는 신호할 수는 없으며, 그러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는 이미 드러나 있다: 약화된 수출 조건, 투자자들의 의심, 그리고 글로벌 협상에서 취약한 위치가 그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슈나이더는 "멕시코는 단호함과 대립이 같지 않음을 보여준다. 단호함은 경계를 설정하고, 속도를 조절하며, 실질적인 결과물을 가지고 협상하는 것을 뜻한다. 원칙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과정에서 양보할 의향이 있다는 의미다. 브라질은 정반대를 보여준다. 신호가 엇갈리면 비용은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멕시코의 단호한 실용주의는 화려하진 않지만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슈나이더는 "이것은 단순한 외교 차원을 넘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멕시코 기업들엔 △ 90일 단위의 단기 계획을 세우고 △ 계약서에 관세 조정 조항을 포함하며 △ 내년 USMCA 재검토 협상에 대비해 증거 자료를 준비하라는,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을 향해선 범죄인 인도, 합동작전 등 안보 협력도 대미 무역 협상의 포트폴리오 일부로 삼으라는 실질적 메시지를 준다고 풀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