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 과학

양자컴퓨터 기본 단위 ‘초전도 큐비트’ 밑돌 놓아 노벨 물리학상

시사한매니져 2025. 10. 8. 00:20

존 클라크 · 미셸 드브로예 · 존 마르티니스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양자컴퓨터 등 현존하는 양자기술의 근본 원리를 규명한 과학자 3명을 선정했다.

 

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존 클라크(83)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와 미셸 드브로예(71)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 존 마르티니스(67) 미국 산타바바라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를 선정했다고 7일 발표했다. 과학원은 이들의 수상 이유로 “초전도 회로를 이용한 거시적 양자 터널링과 에너지 양자화 현상의 발견”을 주요 공로로 꼽았다. 이는 전기회로 실험을 통해 양자역학 현상 중 하나인 ‘터널링’을 파악한 것으로, 양자 컴퓨터 개발의 핵심적 토대를 마련한 주요 업적으로 꼽힌다. 진공관이 트랜지스터로 바뀌면서 현재의 컴퓨터가 시작됐듯, 양자 컴퓨터가 가능하게 한 기초를 닦은 것이다.

 

원래 중첩과 얽힘, 터널링 같은 양자 현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원자나 전자의 세계에서만 일어난다고 인식돼 있다. 한데 이들 세 과학자는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이란 특별한 초전도 소자를 이용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크기의 전기 회로에서 양자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장벽을 뚫고 지나가는 입자를 확인했는데, 이 인공원자가 바로 오늘날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초전도 큐비트’(superconducting qubit)의 시초다.

 

드보르예 교수와 마르티니스 교수는 클라크 교수의 지도를 받아 1980년대에 이 획기적 실험을 성공시켰고, 이후 각자의 연구실에서 큐비트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왔다. 노벨위원회는 “100년 된 양자역학이 끊임없이 새로운 놀라움을 선사한다”며 “양자역학은 모든 디지털 기술의 기초이므로 매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노벨 물리학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매년 물리학 분야에서 인류 발전에 기여한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과학계 최고 권위의 영예로 꼽힌다. 1901년 ‘X선’을 발견한 뢴트겐이 첫 수상자로, 6차례(1916·1931·1934·1940~42년) 수상자를 내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매년 수상자를 배출해왔다. 아인슈타인은 1921년 광전효과로 수상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메달과 증서, 상금 1100만 스웨덴크로나(약 16억5500만원)를 나눠 갖는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 박기용 기자  >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이정표…‘조절T세포’ 발견으로 노벨생리의학상

‘말초 면역 관용’ 원리 규명…임상시험단계 치료법도 여럿

 

 
 
6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발표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AP 연합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조절T세포’(Regulatory T cell, Treg)를 발견해 면역체계가 자기 몸을 공격하지 않도록 하는 ‘말초 면역 관용’(peripheral immune tolerance) 원리를 규명한 공로로 매리 브런코, 프레드 램스델(이상 미국), 사카구치 시몬(일본) 등 3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6일(현지시각)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상 선정 위원회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면역체계가 우리 몸을 공격하지 않도록 막는 ‘말초 면역 관용’을 획기적으로 발견했다”라며 세 과학자를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매리 브런코는 미국 시애틀 시스템생물학연구소의 선임 프로그램 매니저이고, 프레드 램스델은 샌프란시스코의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 과학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시몬 사카구치는 일본 오사카대학교 석좌교수다.

 

이들은 ‘면역 시스템의 경비원’이라고도 불리는 ‘조절 T세포’를 발견하고 그 작용 원리를 밝혀 자가면역질환의 이해와 치료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조절 T세포’는 다른 면역세포를 감시하고, 몸의 면역체계가 자신의 조직을 스스로 공격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올레 캄페(Olle Kämpe) 노벨위원회 의장은 “이들의 발견은 면역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왜 우리가 모두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을 겪지 않는지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시몬 사카구치는 1995년 당시 많은 연구자들이 ‘중심 면역 관용’(central tolerance) 과정을 통해서만 유해한 면역세포가 제거된다고 믿을 때, 면역체계가 이보다 훨씬 복잡하며 자가면역질환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새로운 유형의 면역세포가 존재한다는 걸 발견했다.

 

매리 브런코와 프레드 램스델은 이어 2001년 쥐의 특정 종이 자가면역질환에 특히 취약한 이유를 밝혀냈다. 이는 ‘Foxp3’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기 때문으로, 만약 사람에게서도 같은 유전자 변이가 생기면 ‘IPEX(면역조절이상·다발성 내분비병증·장염·X염색체 연관)증후군’이라는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로부터 2년 뒤, 사카구치는 2003년 앞선 두 발견의 연결고리를 찾아냈다. 그는 ‘Foxp3’ 유전자가 자신이 앞서 1995년에 발견한 ‘조절T세포’의 발달과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임을 밝혀냈다.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왼쪽부터) 매리 브런코, 프레드 램스델, 시몬 사카구치. 노벨위원회 (© The Nobel Committee for Physiology or Medicine.)

 

세 과학자의 발견은 ‘말초 면역 관용’ 연구 분야의 문을 열었고, 이후 암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의 기반이 됐다. 또 장기이식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현재 이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여러 치료법이 임상시험단계에 있다.

 

노벨생리의학상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 5000만원)는 수상자 세 명에게 똑같이 나눠 지급될 예정이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 등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 박다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