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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수 노란' 미국 공화당 영 리더들…인종·폭력·음란 채팅

시사한매니져 2025. 10. 16. 13:51
 

"흑인 원숭이" "히틀러 사랑해" "경쟁자 강간하라"
폴리티코, 2900쪽 채팅 공개…미국 사회 '발칵'
공화당 차세대 지도자들 도덕적·정신적 파탄

"손쉬운 인종차별과 일상적 잔혹함의 역학"
'문제의 중심' 뉴욕주 영 리퍼블리컨 의장
"가장 위대한 심리학적 고문 방법을 창조"

더 우익화된 공화당에 트럼프 등장 영향

 

미국 공화당의 젊은 지도자들이 인종차별적이고 반유대주의적이며, 폭력적이고 음란한 대화를 나눈 방대한 분량의 텔레그램 채팅 내용이 공개돼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4일 단독 기사를 통해 전국 각지의 '영 리퍼블리컨'(Young Republican) 지도자들이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흑인을 원숭이와 '수박 놈들'이라고 부르고, 정치적 반대자를 가스실에 넣을 걸 생각했다. 적들을 강간하고 자살로 몰아넣을 얘기도 했고, 노예제를 지지한다고 생각하는 공화당 인사들을 칭찬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4일 단독 기사를 통해 전국 각지의 '영 리퍼블리컨'(Young Republican) 지도자들이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나눈 인종차별적이고, 폭력적이고, 음란한 다량의 대화를 폭로했다. 2025. 10. 14 [폴리티코 캡처]

 

폴리티코, 미 공화당 영 리더들 채팅 공개
인종·폭력·음란 대화로 가득…미국 '발칵'

 

폴리티코가 이날 공개한 채팅 내용은 올해 1월초부터 8월 중순까지 뉴욕, 캔자스, 애리조나, 버몬트주의 젊은 공화당 지도자들 사이에서 오간 메시지로 모두 2900쪽에 이른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캔자스주 영 리퍼블리컨 부의장인 윌리엄 헨드릭스는 흑인 비하 단어를 바꿔가며 16번 넘게 썼고, 뉴욕주 영 리퍼블리컨 부의장인 바비 워커는 강간을 "대박"이라고 했다. 그리고 '영 리퍼블리컨 전국연맹'(YRNF) 의장직을 노리던 뉴욕주 영 리퍼블리컨 의장인 피터 준타는 6월 메시지에서 "반대표 던지는 사람은 다 가스실로 간다"고 썼다. 그러면서 "나는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위대한 심리학적 고문 방법들을 창조할 거다. 우리는 진정한 신봉자만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YRNF는 18세에서 40세까지 젊은 공화당원 1만 5000명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에 뉴욕주 영 리퍼블리컨 법률고문인 조 말리뇨는 "샤워실 고칠 수 있나? 가스실은 히틀러 미학에 안 맞아"라고 답했고, 뉴욕주 전국위원 멤버 애니 캐이카티는 "난 지금 사람들 태우는 걸 지켜볼 준비가 됐어"라고 맞장구를 쳤다.

 

특히 뉴욕주 하원의원 마이크 라일리의 보좌관인 준타는 또 자신과 뜻이 다른 주들에 대한 욕설 섞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미네소타 – 게이들, 아칸소 - 근친상간하는 소들...메릴랜드 - 뚱뚱한 냄새나는 유대인, 로드아일랜드 - 배신자들 c---s 난 이들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릴 거야"라고 썼고 한 경쟁 후보를 "컨벤션 플로어에서 죽게 만들" 계획을 세웠다고도 했다. 이 밖에도 △ 난 히틀러를 사랑해 △ NBA(미 프로농구) 선수들을 '원숭이'로 지칭 △ "오렌지카운티 10대 공화당원들은 노예제를 지지한다. 정말 대찬성" 등의 극단적 메시지를 보냈다.

 

뉴욕주 영 리퍼블리컨 의장인 피터 준타. 2024. 07. 16 [폴리티코 캡처]

 

'문제의 중심' 뉴욕주 영 리퍼블리컨 의장
"가장 위대한 심리학적 고문 방법을 창조"

 

캔자스주 영 리퍼블리컨 의장인 알렉스 드와이어는 준타의 "난 히틀러를 사랑해" 메시지에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고, 백인 우월주의자들 사이에서 'Heil Hitler'를 뜻하는 숫자인 '1488'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애리조나주 영 리퍼블리컨 의장인 루크 모시먼은 준타의 경쟁자이자 YRNF 의장에 재선된 헤이든 패젯을 거론하며 "헤이든을 강간하라"는 글을 썼다. 이에 패젯 의장은 성명에서 "YRNF는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반유대주의, 혐오를 규탄한다. 이는 우리의 가치와 완전히 배치된다. 우리 조직이나 더 넓은 보수 진영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워커는 뉴욕주 영 리퍼블리컨 조직의 자금 부정 사용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가능성을 우려한 듯 "내슈빌에서 열리는 YRNF 대회를 폭파하자"는 농반진반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 채팅방이 외부에 공개될 것을 우려한 듯 "만약 우리가 이 채팅이 유출된다면 우린 정말 끝장이야, 진짜로(cooked fr fr)"라고 쓰기도 했다.

 

뉴욕주 공화당 의장 에드 콕스는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나는 이 영 리퍼블리컨 중 소수 그룹이 했다는 보도 내용에 충격과 혐오를 느꼈다"면서 "우리가 좌파의 혐오 발언과 같은 혐오적, 반유대적 언급을 규탄하듯이, 우리 내부에서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암살된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에게 자유의 메달을 사후 수여했다.  오른쪽은 부인 에리카 커크.  2025. 10. 14  [AP=연합]

 

미국 공화당 차세대 지도자들의 민낯
"손쉬운 인종차별과 일상적인 잔혹함"

 

때는 이미 늦었지만, 문제의 중심인물인 준타는 "나는 영 리퍼블리컨들을 이끌기 위한 내 캠페인 동안 내가 만든 사적 그룹 채팅에서 발견된 2만 8000개 이상의 메시지 안에서 발견된, 분별없고 용서할 수 없는 언어에 대해 모욕을 느끼는 분들께 매우 죄송하다"고 말했다. 채팅 멤버 중 다수는 이미 행정부나 공화당에서 일하고 있고 상원의원도 한 명 있다. 폴리티코가 취재를 개시한 이후 캔자스주 검찰총장 홍보 보좌관이던 헨드릭스는 해고됐고, 다른 한 명은 취업 제안이 철회됐다.

 

폴리티코는 "이런 손쉬운 인종차별과 일상적 잔혹함의 역학은 (선거) 캠페인 얘기와 당내 가십이 비속어, 폭력적 환상과 뒤섞여 자주 어둡고 생생한 방식으로 펼쳐졌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채팅 멤버들은 RINO(배신자)로 찍히지 않기 위해 트럼프에 굴복해야 한다는 압박감, 당 우파 내에서의 나치 사랑,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아동 성범죄 관련 문서를 트럼프가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거리낌 없이 말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전반적으로 흑인·유대인·아시아인·여성·성소수자·정적 등을 조롱, 모욕, 위협하는 극단적 인종주의, 성차별, 폭력적 혐오 발언이 난무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 채팅은 새로운 세대의 공화당원들이 아무도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 때 어떻게 말하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어두운 유머로 포장된 그들의 수사는 보수계의 인기 논평가, 팟캐스터, 코미디언들 사이에 있는 일부 표현들과 닮아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이 9일 행정부 셧다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자 의회 뉴스 브리핑장에 도착하고 있다. 2025. 10. 09 [AP=연합]

 

더 우익화된 공화당에 트럼프 등장에
정치적 규범 이완되면서 '부작용' 발생

 

폴리티코는 "종합해 보면 메시지들은 인종차별적, 반유대주의적, 폭력적 수사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트럼프 시대에 정치적 규범이 이완되면서 당의 차세대 지도자로 자리 잡으려는 이들 사이에서 그런 발언을 금기로 여기지 않도록 만든 문화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텍사스 A&M의 조 피건 교수(사회학)는 "트럼프의 등장과 그 이전에 더 우익화된 공화당처럼, 정치적 분위기가 더 개방되고 자유로워질수록 젊은이든 나이 든 이든 공·사석을 가리지 않고 인종차별 농담과 논평을 하게 된다"며 "그들이 이런 견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 소름이 돋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그 사적인 발언들은 진공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것은 더 광범위한 정치 담론이 더욱 거칠어지고, 우파의 선동적이고 인종적으로 공격적 비유들이 공론장에서 점점 더 일상화되면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캠페인에서 아이티 이주민들이 애완동물을 먹는다는 허위 주장을 한 것과,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한 집회에서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부르고, 흑인들이 핼러윈에 "수박을 조각한다"고 농담한 것들을 그런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이에 리즈 휴스턴 백악관 부대변인은 "오직 운동가 성향의 좌파 기자만이 아무 관련 없는 임의 단체 채팅방 얘기에 트럼프 대통령을 필사적으로 끌어들이려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상대를 살해하는 환상을 품고 공화당원을 나치나 파시스트라고 부르는 민주당 정치인들의 위험한 중상모략은 언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