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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학자, 미 시민들에 고함…"독재 국가서 산다는 게 뭔지 몰라"
시사한매니져
2025. 11. 5. 08:33
미국 학자 "MAGA, 백인 우월주의 단말마 위장"
"미국서 절대 독재화 없다 생각은 망상"
인종ㆍ민족ㆍ성별 인구 구성 변화가 촉발
"미국인들, 표현의 자유 위에서 잠 잔다"
"피부색과 혈통, 신조, 종교가 서로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한 진정한 미국 만들어야"
"우리 미국인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산다는 게 뭔 뜻인지 모른다. 그런 나라에서 온 1세대 이민자들이거나, 그런 나라의 특권층 방문자, 연구자, 외교관, 국외 거주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저명한 미국인 사회학자 존 H. 스탠필드 2세 박사는 '부상하는 미국 권위주의 뿌리 뽑기'란 <모던 디플로머시> 3일 자 기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치하의 미국이 빠르게 극우 권위주의 체제로 바뀌는 데 대한 경종을 울리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스탠필드 2세 박사는 현재 '아프리카 르네상스 정책 및 사상 고등 연구소(ASARPI) 소장이다.

'표현의 자유 위에 잠자는' 미국인 비판
미국 특별하다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먼저 스탠필드 박사는 트럼프 치하의 미국이 세계 많은 권위주의, 독재 국가를 "닮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 위에 잠자는' 미국인 대다수는 현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 체감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감시되고, 책들이 금지되며, 비자가 취소되고, 그리고 단지 권위주의적 통치자의 견해에 반하는 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해고, 추방, 투옥, 심지어 살해되는 게 뭘 뜻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대부분 대학 행정가들을 강제로 사임 또는 해임하고, 교수들을 해고하며, 그리고 학생들이 독재자의 말에 반하는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쫓아내는 건 전형적인 '비 미국적'인 행위로 본다. 그러나 다른 곳에선 그런 일이 매우 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당신이 백인이라면 군대와 정보기관이 거리에서 시민들을 탄압하고 심지어 살해하는 게 어떤 일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우리 국경 밖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아주 많은 나라에선 교통 딱지나 구속을 피하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정부 서비스를 받으려고 뇌물을 주는 게 공공의 규범일 정도다"라고 소개했다.
이런 사태들을 '후진 독재국의 일' 정도로 취급하는 미국인을 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비판한다. 이런 식의 삶은 과거는 물론 지금도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이 사는 방식인데도 미국은 '특별'하고 '예외'란 선입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독재로 급격히 우향우한다는 거대한 두려움,
미국에선 '절대 그런 일 없다' 생각은 망상"
스탠필드는 "우리와 달리, 대부분의 세상 사람들은 토론, 대화, 또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규범의 부재 속에서 계급은 말할 것도 없고 어떤 군주와 정치인, 종교, 부족, 또는 카스트의 권위주의 때문에 '무엇을 할지' 지시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을 먹고 입을지, 누구와 친구가 되고 결혼할지를 포함한 모든 일에서 순응하고 정치적·종교적·사회적 선호를 숨기도록 하는 압력이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선 규범일 정도다"라고 덧붙였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극우화에 대해 그는 "정치권 전반에 걸쳐 우리의 민주주의 체제가 권위주의 통치로 급격히 우향우하고 있다는 거대한 두려움이 응축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미국에선 절대 그런 일은 없다'라고 가정하지만, 그 건 망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미국의 불편한 진실에 눈을 뜨기 시작한 미국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게 이른바 'NO 킹스'(왕은 없다) 운동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스탠필드는 특히 후진 권위주의 독재국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서구의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들이나 민주화가 진행 중인 비서구 국가들조차도 해당 정부의 '홍보성 민주주의 포장'을 걷어내면 "남게 되는 건 대체로 감히 다르고자 하는 자를 처벌하고, 권위에 맞서 말하는 자를 바깥으로 내쫓고, 가족과 공동체, 사회로부터 배제하는 권위주의 체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대부분의 미국인이 이제 막 느끼기 시작했지만, 정확히 그 실체는 모르는 좋지 않은 느낌이다. 그러나 이건 현재 진행 중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차별받은 이들을 포함해 우리 미국인들은 비록 불리하더라도 적어도 말할 권리를 지닌 채 표현의 자유라는 침대 위에 편안하게 잠잤다"고 개탄했다.

미국인 내면의 '악마'는 백인 우월주의
"MAGA, 백인 우월주의 단말마 위장"
스탠필드는 MAGA 운동의 기반인 백인 우월주의를 '미국인 내면의 악마'로 규정했다. 오늘날 미국의 인구구성이 다양한 인종과 민족, 성별을 갖춘, 극적이고 근본적 변화를 겪는 상황에서 진짜 근본적인 다민족, 성별을 고려한 민주주의 체제를 발전시켜 나가기보단 이에 대한 보통 미국인의 '두려움'을 조작하고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려움'을 문제의 핵심으로 봤다.
'NO 킹스 운동'도 중요하지만, 스탠필드는 "우리 자신과 우리 헌법, 더 넓은 외부 세계에 대한 거대한 무지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정치뿐 아니라 사생활에서도 영구적 독재 체제로 빠져들 것이다"라면서 "우리는 이를 주목하고 사회적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가 보기에 MAGA 운동에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선 인종, 민족, 성별을 고려한 삶을 강조하고 그 정치적·경제적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흐름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MAGA는 역주행함으로써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MAGA에 대해 "중환자실에서 마지막 숨을 쉬는 백인 우월주의의 단말마를 위장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피부색과 혈통, 신조, 종교가 서로 다른,
모든 사람 위한 진정한 미국을 만들어야"
사법·경제·선거 분야에서 MAGA 반대 시도를 통해 백인 우월주의 운동인 MAGA를 패배시킬 수 있지만 "그 깊은 두려움의 권위주의적 문화"란 근본 원인을 치유하지 못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그는 봤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피부색과 혈통, 신조, 종교가 서로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 진정한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의 조치들이 실행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문이다. 스탠필드는 "그동안 미국은 그런 나라일 거라고 여겨졌지만, 단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회복적 정의'는 범죄나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응징보단, 사건 당사자들과 공동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해 진실 규명과 가해자의 책임 인정, 피해자와 깨어진 공동체 관계를 회복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이는 처벌과 응징에 초점을 맞춘 '응보적 정의'(Retributive Justice)와 대조를 이루는 개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