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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항명사태... '정치검사'가 아닌 '반란검사'로 불러야 한다

시사한매니져 2025. 11. 18. 01:30

'정치'라는 명예로운 수식 붙여서는 안 돼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일선 검사장들이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항소포기 지시 경위·근거' 등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낸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로비에 직원들이 있다. 2025.11.10. 연합
 

요즘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집단행동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하고 있는 검사들을 가르켜 '정치검사'라고 하는데 이는 타당하지 않다. 정치는 모든 인간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기능으로서 매우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개념이다. 이는 동서양의 모든 철학자와 정치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졌던 생각으로 그들만의 배타적이고 독점적 이익을 놓지 않으려는 일부 검사들과 법조인들을 지칭하는 서술어로는 타당하지 않다. 

 

유교 사상은 정치를 백성을 위한 덕치(德治)와 인정(仁政), 그리고 왕도정치(王道政治)의 실현으로 보았다. 그 핵심은 위정자가 자신의 도덕적 수양을 바탕으로 백성을 교화하고 다스려 이상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당시는 오늘날과 같은 민주주의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사회의 안정, 평화, 번영이 모든 정치활동의 목표였다. 

 

공자와 맹자는 정치를 도덕적 실천의 영역으로 보았으며, 근본적으로 백성을 위한 인의(仁義)에 기반한 통치를 강조했다. 다만 공자는 '바르게 하는 것' 자체를 정치의 핵심으로 정의했고, 맹자는 이를 계승하여 '덕치'와 '왕도 정치'를 구체적인 이상으로 제시했다. 

 

공자는 정치를 어진 마음 즉 선한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공자의 정치에 대한 정의는 "바르게 하는 것"이었다.  즉 '정자정야(政者正也)'라고 해서 "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이는 위정자 스스로가 모범을 보이고 솔선수범하여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는 것을 의미했다. 

 

공자의 정치사상은  정명사상(正名思想)으로 대표되는데 이는 각자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 맞는 행동을 말한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각자의 본분을 지킬 때 국가와 가정의 질서가 유지된다고 보았다. 공자는 정치의 3요소로 식량(足食), 군비(足兵), 백성의 신뢰(民信)를 꼽았으며, 이 중에서도 백성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맹자는 공자의 인(仁) 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인(仁)과 의(義)를 기반으로 한 덕치주의 민본주의 '왕도 정치'를 주창했다. 이는 백성을 억압하는 무력 통치인 패도 정치와 대비된다. 공자가 위정자의 자세와 사회 질서 유지에 중점을 두었다면, 맹자는 백성의 권리와 도덕 정치의 실현 가능성에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이론을 제시하며 공자의 사상을 심화시켰다. 맹자의 덕치사상은 무력이나 강제적인 법규보다는 통치자의 모범적인 행동과 도덕적인 영향력을 통해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고 이는 백성을 사랑하고 은혜를 베푸는 인정으로 나타난다.

 

민본주의는 백성을 나라의 근본으로 여기는 동양만의 정치사상이다. "하늘이 보는 것은 백성이 보는 것과 같고, 하늘이 듣는 것은 백성이 듣는 것과 같다"는 명언처럼, 백성의 뜻을 하늘의 뜻으로 보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정치를 강조한다. 왕도정치는 유교적 교양을 갖춘 군주와 신하들이 민본사상에 입각한 덕치와 인정을 베푸는 이상적인 정치를 의미한다. 

 

요컨대, 공자 맹자 등 유가의 두 사상가는 모두 도덕성을 바탕으로 백성을 위해 애쓰는 정치적 리더십의 핵심을 정치라고 보았다. 위정자가 덕(德)으로 백성을 이끌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할 줄 알고 스스로 바르게 된다고 보았다. "자신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행해지고, 자신이 바르지 못하면 비록 명령해도 따르지 않는다"는 말이 공자 맹자의 유교적 정치 리더십을 잘 말해준다.

 

서양에서도 정치는 긍정적 의미를 갖고 출발했다, 이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고대 그리스 정치사상에 잘 나타난다. 플라톤에게 정치는 철학자들이 주도하는 이상 국가의 건설이며, 정의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정치의 궁극적 목표라고 봤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정치는 현실 정치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정치 공동체(폴리스)의 운영을 의미했다. 

 

그는 이상국가를 만들기보다 현실 정치 공동체에서 가능한 최선의 체제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통치자의 수와 목적에 따라 정체를 분류하고, 각 체제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중용의 미덕을 강조하는 최선의 정치 체제를 모색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둘 다 반민주적이었지만 그들은 어떻게하면 정치체제의 사회적 안정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한 철학자들이었다. .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민주주의는 정치의 목표이자 궁극적 가치이다. 최근 정치에 대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학문적인 정의는 데이비드 이스턴이 내린 "가치의 권위적 배분(authoritative allocation of values)"이다. 그리고 ‘국가의 운영 또는 이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라는 막스 베버의 일반적 정의처럼 정치는 "배분", "국가 혹은 정부의 활동", "권력 관계" 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정의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의 시각에서 보면 정치의 핵심은 ‘배분’이다. 이와 관련하여, 해롤드 라스웰은 정치를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갖느냐(Who gets what, when and how)"와 관계되는 것으로 보았다. 라스웰 또한 정치를 '배분'의 측면에서 정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 여기다 ‘how much 즉 얼마만큼?’을 추가한다면 더 정확한 정치의 정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라스웰의 말처럼 정치는 ‘누가 무엇을 갖는가?’와 같은 매우 중요한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엇을 얼마만큼 가질 것인가하는 것보다 중요한 문제는 별로 없다. 정치는 바로 이 문제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이다. 정치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회적 자원- 즉 돈이나 명예-을 누가 얼마만큼 가질 것인가를 배분하는 것이다. 정치가 잘 되면 배분이 잘 되는 것이다. 정치가 잘 되면, 배분이 잘 되는 것이니, 이는 동시에 민주주의가 잘 작동되고 발전되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전된다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권을 보장받고 평등이라는 가치를 통하여 모든 사람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는다는 말이다. 즉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본성을 실현하고 인간정신을 고양하는 것이 정치의 목적이요, 민주주의의 목적이다.

 

'정치'를 그 부패하고 불의한 검사들을 부르는 수식어로 쓰면 안 된다. 그들은 민주공화국을 배반한 '반역검사' 혹은 '반란검사'라 불려야 적합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검사들이 사회안정과 평화를 위해 최근의 집단행동을 했다고 믿는 국민은 극소수다. 그들은 지난 수십 년간 전관예우라는 터무니없는 이름으로 누려온 범법행위를 계속하려하고 있다. 그들을 '정치검사라는 명예로운 이름'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 그들은 민주주의와 국민을 배반한 반란검사일 뿐이다.                    <  이성로 국립경국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