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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함재기 레이더 조준 논란…군사적 긴장 수렁으로 빠지는 중 · 일 갈등

시사한매니져 2025. 12. 9. 06:35

경제·문화 단절을 넘어 군사적 긴장 고조로 확대

 

 

                 로이터연합

 

중국 항공모함 함재기의 일본 자위대 전투기를 겨냥한 레이더 조준 문제를 두고 중·일이 공방을 벌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개입’ 발언 파장이 중·일 양국의 외교적 수사를 통한 대립과 경제·문화 단절을 넘어 군사적 긴장 고조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와 군 당국은 레이저 조준 문제와 관련해 일제히 일본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일본 전투기가 허가 없이 중국 훈련 구역에 침입하여 근접 정찰을 실시하고 중국의 군사 활동을 방해했다는 점”이라면서 “우리는 일본이 중국의 정상적인 군사 훈련 및 활동을 방해하는 위험한 행위를 즉시 중단하고, 모든 무책임한 과장과 정치적 조작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같은 날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오키나와 인근 해역을 항해 중이던 중국군 항공모함 ‘랴오닝함’에서 출격한 J-15 함재기가 자위대 F-15 전투기를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레이더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갈등이 벌어졌던 2013년 중국 군함이 해상자위대 ‘호위함’을 대상으로 화기 관제 레이더를 사용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사건 발생한 날로부터 6일 만에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레이더 조준 다음날 새벽 전격 발표했다. 아사히신문은 자위대 전 간부를 인용해 일본이 레이더 조준이라는 위험 행위를 신속히 알려 국제사회에 지지를 얻으려 했다고 전했다.

 

일본 방위성은 오키나와 제도 근방에서 처음으로 중국 항모의 함재기 이착륙 훈련이 포착됐다고도 밝혔다. NHK 등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전날 중국군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지난 6일과 7일 오키나와 본섬과 다이토제도 사이 해역에 머물면서 전투기와 헬기를 총 100회 이착륙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본 측이 오키나와 근방에서 중국군 함재기 이착륙 훈련이 벌어졌다고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일본 측의 이러한 여론전에도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 계열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일본 측의 레이더 조준 문제 제기를 두고 “일본은 완전히 ‘피해자’ 역할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언어의 전장은 종종 현실의 교전을 앞서는데, 서사의 끈을 장악하는 쪽이 여론의 방향을 이끄는 것을 시도한다”며 온라인 여론전에 적극 나설 것을 예고했다.

 

중국 역시 일본의 군사 활동을 부각하고 있다. 중국 영문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8일 중국과 가까운 일본 서남부 무인도 마게시마의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일본이 이 섬에서 군사시설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 군사전문가 장쥔서는 글로벌타임스에 마게시마를 군사 기지화하는 것은 일본이 대만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준비로 볼 수 있다”며 “현재 건설 중인 군사기지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으며 그 모든 목적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더 조준을 계기로 다카이치 총리 발언으로 비롯된 중·일 갈등이 문화·경제 영역 단절에서 군사적 긴장으로 한층 더 수위가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지지통신은 “일본 정부 내부에선 중국이 대일 압박을 경제 분야에서 군사 분야로까지 확대했다는 인식이 나오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사태 진정에 나서고 있지만 긴장 완화의 실마리는 전혀 잡히지 않고 있으며, 관계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마키 데니 오키나와현지사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군의 행동이 “지역긴장을 높인다”고 비난하면서 “평화적인 외교와 대화에 의한 긴장 완화, 신뢰 양성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베이징= 박은하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