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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소잃고 외양간 철저히 고쳐야"

시사한매니져 2025. 12. 19. 13:03

[편집인 칼럼- 한마당]  소잃고 외양간 철저히 고칠 이유

 

만평 권범철 기자

 

윤석열의 12.3 내란이 국내외 한인동포들을 충격에 빠뜨린지 1년을 넘겨서 비로소 내란특검의 수사결과가 발표됐다. 윤석열을 비롯한 친위쿠데타 주모자 등 27명을 재판에 넘기고, 반대세력 제거와 독재권력을 꿈꾸며 반헌법적 폭거를 저지른 것이라는 배경분석까지, 특검이 나름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무려 70%에 달하는 내란청산 국민여망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2차 특검이 필요하다는 비판과 불만도 터져나온다. 내란특검은 6명의 특검보와 검사 60명, 특별수사관 100명, 파견공무원 100명 등 규모로 무려 2백명이 넘는 역대 최대규모의 인적자원을 투입해 6개월 동안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늑대무리를 잡으라고 했더니 족제비 몇 마리 잡고 ‘사냥’을 끝냈다는 혹평도 쏟아진다. “사초(史草)를 쓰는 심정으로” 특검수사를 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던 조은석 특검이 사초, 즉 혼신을 다해 역사기록의 초본을 써낸 것이 아니라, 기대만 부풀렸다는 실망과 함께, 내란 좀비들을 매장해야 할 무덤을 맴돌며 풀을 다듬는데 그쳤다는 ‘사초(莎草) 작업’에 비유하여 힐난하기도 한다. 특검 안에서 태업과 방해 의혹마저 부른 일부 친윤 정치검사들 탓이라는 시각에서 “특검 검사들을 특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특검 수사의 허점은, 우선 윤석열을 둘러싼 내란의 모의와 기획자들을 정확히 규명해 징벌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실상의 ‘V1이고 상왕’이었다는 김건희 연관과 대통령실 측근 참모와 장차관들의 역할이나 책임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오히려 면죄부를 주었다.

마찬가지 내란동조 혹은 처벌방해 의혹이 큰 조희대와 지귀연 법원에도 불기소라는 선물을 안겨 사법개혁의 동력을 약화시켰다.

내란에 가담한 국군의 조직과 기관별 방대한 준비와 수행상황, 국가안보에 치명적 위기를 초래할 대북 전쟁유도 공작의 전말까지 완벽히 규명하지 못했다.

국정원 등 정보기관과 검찰의 내란 참여와 불법적 실행 진상도 명확히 밝혀 처벌하지 못했다.

주모자들과 내통 혹은 부화뇌동하여 계엄해제를 훼방하고, 내란을 적극 선동한 국힘당의 앞잡이 세력에도, 본분을 망각한 종교인들의 내란선동과 위법적 언동에도 사실상 면책의 결말에 머물렀다.

 

반헌법 반민주적 내란 쿠데타세력을 철저히 색출해 단죄해야 할 이유는 자명하다. 뿌리뽑힐 때까지 추적해 응징해야 한다는 추상같은 국민적 요구와 2차 3차 특검론이 들끓는 것도, 실제 보고 듣고 겪은 민족 수난의 역사적 경험과 우려 때문이며, 생존의 지혜요 민주 의지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럭저럭 덮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면, 언제든 재범, 재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역사가 입증해 주었다.

 

박정희 유신독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채 전두환의 정권 찬탈과 5.18 학살이 벌어졌다. 전두환 반란세력을 척결하지 못하고 선처하는 바람에 다시 12.3 쿠데타 악몽이 도졌고, 내란무리가 거리낌없이 설쳐댈 자신감의 기초가 되었다. 멀리는 매국 친일세력 청산이 무위에 그치면서 오늘의 수구 적폐세력이 발호하는 토양이 만들어졌다.

 

방대한 기득권 카르텔로 독버섯처럼 깊고 넓게 뿌리박은 세력을 박멸하는 일이 어찌 수월하겠는가. 저항과 반동은 예견된 일이다. ‘내란청산’을 “내란몰이”라고 비트는 무리들이 그걸 말해준다. 내란을 내란이라 말하지 않고, 법을 아는 자들이 위법 불법이라 지적하지 않는 현실은, 실패한 과거청산의 후유증이고 부산물임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류문명이 도전과 응전의 산물이라고 설파한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의 말은 적확하다. 도전을 받고 이에 응전하면서 역사가 발전해왔다는 사실. 혹독한 외부환경과 싸우고 적응하면서 생존할 수 있었고, 생명의 위기를 겪으며 자위수단을 개발했고, 외침과 약탈에 시달린 끝에 방어와 무력증강의 대안을 강구했던 것이다.

 

우리 민족 역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진보하고 발전해왔다. 일제 수탈을 겪으며 민족자존과 독립을 갈망했고, 수많은 무고한 자들이 학살당하면서 이념전쟁의 잔혹성과 분단의 아픔을 절감했다. 독재권력의 교만과 폭압에 고통당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

 

12.3 친위 쿠데타 망동은 우리 민주주의의 여전한 취약성을 일깨웠고, 합법적 내란이 가능한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다. 법원 검찰 법비들의 오만과 폐해, 사회 구석구석 또아리를 틀고있는 이기적 권력부패와 극우 분열 세력의 실체를 보여주었다.

이제 수면 위 곳곳에 떠올라 고개를 쳐든 저들을 일망타진 할 수만 있다만,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 잘 고치는’ 유익한 시행착오로 반전시킬 역사적 호기일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일당의 내란은 우리에게 응전을 요구한 또다른 도전이다. 잘 대처하고 지혜롭게 극복하면 역사와 민주주의가 한걸음 더 발전할 도약의 기회인 것이다. 내란세력 발본색원과 확실한 청산- 종식이 중요하고 절실한 당면 과제로 다시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역설적이지만, 12.3 내란은 우리 민족에게 축복의 도전일 수 있다. 누란의 위기와 환란을 딛고 오늘까지 온 것처럼, 깨어 행동하는 민초들이 눈을 부릅뜨고 정의가 승리하는 그 날을 벼른다면-.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