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REA

김병기 원내대표 마침내 사퇴…여권 권력지형 새 변수

시사한매니져 2025. 12. 31. 06:53
 

김병기 "국민 눈높이 못미쳐…고개 숙여 사죄"
"전적으로 제 책임…이재명 걸림돌 될 수 없어"

김병기 의혹 일파만파…대응 태도가 사태 키워
최고위원 보선 맞물려 차기 원내대표 후보 관심

정청래 "원내지도부 공백 최소…내란청산 계속"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본인 의혹 관련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5.12.30. 연합
 

각종 특혜·의전 논란이 불거졌던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전격 사퇴했다. 하루에도 수차례 나오는 의혹 보도에 당정의 부담이 커지면서 거취를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초 민생·개혁입법 추진이 예고된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가 물러난 가운데,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맞물려 당 지도부의 큰 변화가 전망된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 먼저 깊이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며칠 간 많은 생각을 했다. 제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혹이 확대 증폭돼 사실처럼 소비되고 진실에 대한 관심보다 흥미와 공방의 소재로만 활용되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다"며 "우리 정치가 더는 그래서 안 된다고 믿어 왔기에 끝까지 제 자신에게도 묻고 또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고 진실을 끝까지 밝히는 길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제 거취와도 연결돼 있었다"며 "이 과정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민주당 원내대표로서의 책무를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늘 민주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이 결정은 제 책임을 회피하고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린 후 더 큰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저의 의지"라고 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의 더 나은 삶과 더 좋은 나라를 위해 약속했던 민생법안과 개혁법안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대한항공에서 받은 호텔 숙박 초대권 이용 논란, 공항 의전 요구 논란,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 보좌진을 통한 아들의 업무 처리 의혹, 지역구 병원 진료 특혜 의혹, 차남 빗썸 취업 청탁 의혹 등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연일 터져나오면서 사퇴 압박을 받았다.

 

대응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기자들이 각종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자, "그걸 왜 물어보나? 관음증인가?" "상처에 소금 뿌리고 싶나? 도대체 왜 그러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여당 원내대표로서 최소한의 도의적 사과도 없이 감정을 내세우는 모습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직 보좌진의 텔레그램 방까지 공개하며 '악의적인 공세'라고 반격하기도 했지만, 여론은 전환되지 않았다. 전직 보좌관과의 이전투구 양상이 되면서 당내에서도 자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보좌진과 갈등을 탓하기 전에 본인이 어떤 처신을 했는가 하는 반성의 계기를 우리 국회의원 전체가 갖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초 사퇴 대신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지만, 전날 청와대에서까지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결국 여론 악화와 국정 동력 악영향 우려 등을 고려해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국회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2025.12.30. 연합

 

새해 각종 민생·개혁 입법 추진을 앞두고 김 원내대표가 물러나면서 당내 역학 구도 변화는 불가피해졌다. 이에 정치권의 시선은 자연스레 차기 원내대표로 쏠리고 있다. 잔여 임기(내년 6월 초순까지)인 약 5개월간 원내 지휘봉을 잡을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박정·백혜련·이언주·조승래·한병도 등이 거론된다.

 

특히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친청계 대 반청계 구도로 진행되는 최고위원 보궐선거(내년 1월 11일)와 맞물려 있다. 보궐선거로 구성될 당 지도부가 정청래 대표 중심으로 가느냐, 사실상 집단지도 체제로 가느냐의 기로에서 당내 '투톱'을 맡을 차기 원내대표의 역할도 막중해졌다.

 

새 원내사령탑에 따라 정 대표의 리더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고위원 보선,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후반기 국회의장 선거전, 지방선거 공천 등이 줄줄이 계획된 상황에서 당내 세력 갈등도 심화할 수 있다.

 

민주당은 원내 지도부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는 국회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후 1시에 긴급 최고위를 소집했다"며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원내대표 선출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김 원내대표를 향해선 "그동안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국민의힘과 내란 잔재 청산, 개혁 입법을 하느라 참 수고가 많았다"며 "그동안 참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잘 수습하고 헤쳐나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듯 내란 청산과 개혁 입법, 민생 입법,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앞으로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