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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원내대표 마침내 사퇴…여권 권력지형 새 변수
시사한매니져
2025. 12. 31. 06:53
김병기 "국민 눈높이 못미쳐…고개 숙여 사죄"
"전적으로 제 책임…이재명 걸림돌 될 수 없어"
김병기 의혹 일파만파…대응 태도가 사태 키워
최고위원 보선 맞물려 차기 원내대표 후보 관심
정청래 "원내지도부 공백 최소…내란청산 계속"

각종 특혜·의전 논란이 불거졌던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전격 사퇴했다. 하루에도 수차례 나오는 의혹 보도에 당정의 부담이 커지면서 거취를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초 민생·개혁입법 추진이 예고된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가 물러난 가운데,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맞물려 당 지도부의 큰 변화가 전망된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여러분께 먼저 깊이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며칠 간 많은 생각을 했다. 제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혹이 확대 증폭돼 사실처럼 소비되고 진실에 대한 관심보다 흥미와 공방의 소재로만 활용되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다"며 "우리 정치가 더는 그래서 안 된다고 믿어 왔기에 끝까지 제 자신에게도 묻고 또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고 진실을 끝까지 밝히는 길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제 거취와도 연결돼 있었다"며 "이 과정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할 민주당 원내대표로서의 책무를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제가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늘 민주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이 결정은 제 책임을 회피하고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린 후 더 큰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저의 의지"라고 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의 더 나은 삶과 더 좋은 나라를 위해 약속했던 민생법안과 개혁법안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대한항공에서 받은 호텔 숙박 초대권 이용 논란, 공항 의전 요구 논란,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 보좌진을 통한 아들의 업무 처리 의혹, 지역구 병원 진료 특혜 의혹, 차남 빗썸 취업 청탁 의혹 등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연일 터져나오면서 사퇴 압박을 받았다.
대응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기자들이 각종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자, "그걸 왜 물어보나? 관음증인가?" "상처에 소금 뿌리고 싶나? 도대체 왜 그러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여당 원내대표로서 최소한의 도의적 사과도 없이 감정을 내세우는 모습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직 보좌진의 텔레그램 방까지 공개하며 '악의적인 공세'라고 반격하기도 했지만, 여론은 전환되지 않았다. 전직 보좌관과의 이전투구 양상이 되면서 당내에서도 자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보좌진과 갈등을 탓하기 전에 본인이 어떤 처신을 했는가 하는 반성의 계기를 우리 국회의원 전체가 갖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초 사퇴 대신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지만, 전날 청와대에서까지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결국 여론 악화와 국정 동력 악영향 우려 등을 고려해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