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t 뉴스
‘베네수엘라 전쟁’이 필요했던 트럼프…수도 공습 · 대통령 제거 감행
시사한매니져
2026. 1. 4. 02:39
트럼프의 먼로주의 부활 시험대가 된 베네수엘라
루비오 국무 “베네수엘라 무너지면 쿠바가 뒤따른다”

새해 첫 토요일인 3일 오전 2시께(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내 주요 시설에 대한 전격적인 공습을 단행한 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부인을 체포해 국외로 압송했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해온 베네수엘라 강경 노선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 공습이 단순한 군사적 타격을 넘어 석유 이권 보호, 마약 카르텔 소탕, 이민자 대량 추방이라는 여러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치밀하게 기획된 분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전 2시께부터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인근에서 폭발음과 함께 낮게 나는 비행기 소리가 들린다는 언론 보도가 시작됐다. 오전 3시 30분께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이 수도 카라카스 등 여러 주에서 민간 및 군사시설을 공격했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후 미국 시비에스(CBS) 뉴스는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인근의 군사 시설에 대한 공습을 지시했다”고 보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4시21분 공습을 공식 발표하면서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아내가 체포되어 국외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시작은 지난해 5월 메모리얼 데이 직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비밀 회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역점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 통과를 위해 쿠바계 의원들의 표가 절실했다. 마두로 대통령에 반대하는 쿠바계 의원들은 마두로 정권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로 여겨지는 미국 석유기업 셰브론의 베네수엘라 사업 철수를 요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셰브론이 철수할 경우, 그 자리를 중국이 차지할 것을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타협안을 제시했다. 셰브론의 베네수엘라 석유사업에 대한 이권은 유지해 대중국 견제 교두보를 사수하되, 마두로 정권을 ‘마약왕’으로 규정하고 군사적 타격을 가함으로써 쿠바계 의원들을 달래자는 제안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밀러 부비서실장에게 베네수엘라 타격은 이민 정책을 완결 지을 ‘법적 도구’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18세기 법령인 ‘적국 시민법(Alien Enemies Act)’에 주목했다. 미국과 전쟁 중이거나 미국을 침공한 국가의 국민을 재판 없이 즉각 구금·추방할 수 있게 하는 이 법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베네수엘라와의 ‘전쟁’이 필요했다.
실제 두 달이 흐른 지난해 7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라틴아메리카 마약 카르텔에 대한 군사 작전을 명령하는 비밀 지침에 서명했다. 이후 미군은 ‘1단계’ 작전으로 해상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들을 타격해 100명 이상을 사살했다. 이번 카라카스 공습은 지상 작전을 포함하는 ‘2단계’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이는 밀러가 원하는 ‘전쟁 상태’를 완성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마두로 정권 끝나면”…미, 베네수엘라 봉쇄 뒤 쿠바로 향하는 시선
루비오 국무 “베네수엘라 무너지면 쿠바가 뒤따른다”
베네수엘라와 쿠바는 실과 바늘 관계
쿠바에 공급되는 하루 30만배럴 베네수엘라 석유도 차단

미국의 베네수엘라 봉쇄가 쿠바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서도 아메리카 대륙권에서 반미사회주의 진앙이었던 쿠바의 목줄을 쥐며, 국가전략의 우선순위가 된 서반구 우선주의를 시험하고 있다.
미군이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첫번째 유조선을 나포한 지 이틀 뒤인 지난 12일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에 “마두로의 베네수엘라 공포정치가 곧 끝나기를 바란다. 그러면 그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 중 하나이자 우리 코앞에 있는 가장 억압적인 정권 중 하나인 쿠바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그레이엄 의원은 중남미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책을 주도하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밀접하게 협력해온 인물로, 결국 이들의 시선이 쿠바로 향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조 바이든 시절 백악관에 재직했던 후안 곤잘레스의 말을 인용해 “베네수엘라가 무너지면 쿠바가 그 뒤를 따를 것”이라는 게 루비오식 접근법이라고 전했다.
이틀 뒤인 14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아바나에서 열린 쿠바공산당 중앙위 11차 전원회의 폐회 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했다. 그는 16~17세기 카리브해에서 활동했던 영국의 해적 선장을 빗대 “(프랜시스) 드레이크와 (헨리) 모건의 시대를 떠올리게 하듯, 도널드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유조선에 자신의 해적들을 풀어놓아, 천박한 도둑처럼 뻔뻔하게 화물을 빼앗았다”고 했다. 그는 “그 적들에게 규칙이라는 것은 규칙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비난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9월 초부터 강화해온 베네수엘라 옥죄기가 쿠바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지난 2000년 이후 실과 바늘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쿠바는 최대 후원국이던 소련이 1991년에 붕괴한 이후 극도의 고립 속에서 체제 붕괴 위기를 겪다가, 1999년 베네수엘라에서 우고 차베스가 집권한 이후 숨통이 열리게 됐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은 중남미에서 반미사회주의 성격의 차베스주의 확산을 내걸고, 쿠바를 든든한 동맹국으로 삼았다.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쿠바의 혁명 인력을 교환했다. 쿠바는 석유를 제공받는 대가로 베네수엘라에 의료·교육 및 보안·정보 인력을 제공했다. 특히 쿠바가 제공한 보안·정보 인력은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이 의도하던 정권교체 기도에 맞서 정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다.
쿠바의 정보 및 보안 요원들은 베네수엘라군과 관료 조직 내 ‘불충분자’를 색출하고, 쿠데타 음모를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차베스보다도 기반이 취약한 그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은 쿠바가 제공하는 정보와 보안 인력 및 서비스에 크게 의존했다.
차베스는 쿠바와의 관계를 “행복의 바닷속에서 하나로 묶인 두 나라”라고 표현하며, 하루 10만배럴의 석유를 쿠바에 공급했다. 베네수엘라가 제공하는 석유는 이제 하루 3만배럴로 줄었으나, 여전히 쿠바 석유 수입의 약 40%를 차지한다. 쿠바는 자국에서 소량의 석유를 생산하고 멕시코·러시아산 원유도 일부 들여오나, 전력 및 자영업자 분야에서는 상당 부분을 베네수엘라산 원유에 의존한다.
미국이 지난 9월 초부터 카리브해에서 마약선박을 단속하고 군사력을 전개한 이후부터 쿠바로 향하는 베네수엘라 석유도 영향을 받았다. 미국은 지난 10일부터 베네수엘라로 오가는 유조선을 나포하며 봉쇄해, 쿠바로 가는 석유의 완전한 차단도 예상된다. 베네수엘라 석유의 차단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재개된 미국의 제재로 악화한 쿠바의 사회경제 상황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이미 쿠바에서는 하루 18시간 이상 정전되는 지역이 있다.
쿠바의 사회경제 위기 담론은 미국 등 서방의 오래된 프로파간다이기는 하나 최근 위기는 1959년 쿠바혁명 이후 가장 심각하다는 평가이다. 쿠바 경제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제재를 강화한 2018년 이후 약 15%나 축소됐다. 2018∼24년까지 누적 인플레이션은 450%이다. 쿠바 페소는 암시장에서 2020년만 해도 1달러당 30페소 수준이었는데, 현재 약 450페소에 거래된다.
아바나의 인구학자인 후안 카를로스 알비주-캄포스의 계산에 따르면, 쿠바 인구의 약 4분의 1인 270만명이 지난 2020년 이후 쿠바를 떠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그는 “쿠바가 겪는 것은 인구 공동화이고, 이는 무장분쟁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인도적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도 “쿠바에는 엄청난 물질 부족이 있다”며 “거시경제 안정이 절박하다. 경제 효율 없이는 주권도 없다”고 인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대외정책의 우선순위 지역을 기존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서반구로 이동시켰다. 아메리카 대륙은 미국의 세력권이니 유럽 열강들은 간섭하지 말라는 19세기 때 먼로주의의 계승을 내세웠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를 압박해 쿠바까지 위기에 몰아넣어 중남미 일대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트럼프의 먼로주의, 즉 서반구 우선주의가 본격화하는 시험대이다. <정의길 기자 >
트럼프의 먼로주의 부활 시험대가 된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해군이 호위한 유조선 출항
미, “유조선 호위 작전 인지”…대응 검토

미국의 ‘해상 봉쇄’에 맞서 베네수엘라가 해군에 유조선 호위를 명령해, 양국 충돌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소극적 자세였던 중국과 중남미 국가들도 개입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가 국가안보전략(NSS)에서 국가안보의 최우선 사안으로 규정한 서반구 우선주의가 첫 시험대에 올라섰다.
■베네수엘라도 해군력으로 맞대응, 중국도 개입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해군에 석유 관련 제품을 운송하는 선박들을 호위하라고 명령했다고 로이터와 뉴욕타임스 등이 17일 보도했다. 앞서,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모든 제재 유조선에 대한 전면적이고 완전한 봉쇄”를 명령했다. 미국의 봉쇄에 베네수엘라도 해군 호위로 맞선 것이다.
마두로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9월 초부터 카리브해에서 마약 선박 단속 등 자신들을 겨냥한 무력 조처들에 직접 대응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미국이 봉쇄하려는 유조선 등에 해군을 호위시킴으로써, 미국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베네수엘라 동부 연안에서는 16∼17일 해군의 호위를 받는 선박 몇척이 항해를 했다고 언론들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 배들은 트럼프가 봉쇄를 명령한 지 몇시간 뒤에 베네수엘라 항구를 출항했다. 요소, 석유 코크스 및 석유 관련 제품들을 수송하는 3척의 선박은 호세 항을 떠나 아시아로 향했다. 소식통들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트럼프의 위협에 맞서 이 선박들에 호위를 붙였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에너지 주권 수호, 합법적 무역 약속 이행, 해상 운영 보호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다”며 “원유 수출 작업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유조선 호위 작전을 인지하고 있으며,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세 항을 떠난 3석의 선박은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 선박 명단에 들어있지 않다고 뉴욕타임스가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석유의 최대 구매국인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장관)은 이날 이반 길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의 요청으로 이뤄진 통화에서 "중국은 모든 일방적 괴롭힘에 반대하며 각국의 주권·민족존엄 수호를 지지한다며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이며, 상호 신뢰, 지지가 양국 관계의 전통”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 9월2일 카리브해에서 마약 단속을 이유로 선박에 공격을 시작하며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압박한 이후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국제법 준수를 촉구하며, 간접적으로 미국에 자제를 시사했다. 중국 외교장관이 직접 나서기는 처음이다. 베네수엘라 석유 판매의 약 80%는 중국 민간업자들이 사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화해 개입을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마두로에게 “회원국들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긴장을 완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유엔 쪽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