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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두로 체포에 NYT “명백한 불법” WP “중대한 승리” 엇갈린 언론들
시사한매니져
2026. 1. 5. 12:02
NYT “현대적 제국주의의 첫째 희생양”
WP “의심의 여지 없는 전술적 성공작전”
WP 사설엔 “백악관 선전부인가” 비판도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것을 놓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가 상반된 사설을 냈다. NYT는 “트럼프의 공격은 불법이고 현명하지 못하다”라고 비판했지만 WP는 “의심의 여지 없는 전술적 성공”이라며 “좋은 일(good news)”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WP 독자들은 “백악관이 쓴 선전 문구인 줄 알았다”는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NYT “아무리 최악이어도, 축출하려 들면 사태 악화”
NYT는 3일(현지시간) 사설에서 부정선거, 독재 등의 행태를 보여온 “마두로에 동정심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도 “지난 세기 미국이 외교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아무리 최악의(deplorable) 정권이라도 축출하려 들면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이라크 등 미국의 개입이 사실상 실패했던 사례를 나열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타당한 이유 없이 미국을 국제적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 헌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드시 했어야 할 일을 명시하고 있다. ‘의회에 상정하라’, 의회 승인 없이는 그의 행동은 미국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공습 전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을 구하지 않은 이유를 의회 내 일부 공화당원들조차 그가 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 방향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공격은 국제법도 위반했다. 마약 밀수선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소형 선박을 폭파시켰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만으로 사람들을 살해했다. 1949년 제네바 협약과 이후 체결된 모든 주요 인권 조약은 이러한 사법 절차 없는 살해를 금지한다. 미국 법률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베네수엘라 공습의 대외적 명분은 ‘마약 소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몇 달간 카리브해에 항공모함 등을 배치하며 마약 운반선으로 보이는 소형 선박들을 공격해왔다. 하지만 NYT는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마약 문제를 주도하는 펜타닐의 주요 생산국이 아니다. 생산하는 코카인도 대부분 유럽으로 유입된다”라고 지적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선박을 공격하는 동안 거대한 마약조직을 운영했던 후안 오를란도 전 온두라스 대통령을 사면했다”라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 공습의 실제 의도는 남아메리카 지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NYT는 “베네수엘라는 이 현대적 제국주의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적 정당성이나 합법적 권한, 국내적 지지 없이 일방적으로 (공습을) 추진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 그리고 옆나라를 지배하고자 하는 권위주의자들에게 침략의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했다.
WP “미국 국익에 있어 중대한 승리”
WP는 3일 <베네수엘라의 정의>(Justice in Venezuela)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WP는 “전 세계, 특히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독재자 마두로의 몰락을 축하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체포하기로 한 결정은 수년간 대통령들이 취한 가장 대담한 조치 중 하나였으며, 작전 자체는 의심의 여지없는 전술적 성공”이라고 했다.
WP는 “이번 사건은 미국의 군사력, 정보력, 사이버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분명히 상기시켜주었다. 150대 이상의 항공기가 육군 델타 부대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을 지원했다”며 “마두로 대통령 부부는 미국으로 송환돼 무기 및 마약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될 예정이다. 일부 미군 병사가 부상당했지만 미국인 사망자는 없었다”라고 했다.

WP는 “이는 미국의 국익에 있어 중대한 승리”라며 “수백만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누가 자신들의 억압자를 지지했는지, 누가 억압자의 축출을 이끌어냈는지 분명히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마두로의 축출은 전 세계의 졸렬한(tin-pot) 독재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트럼프는 약속을 지킨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제재 완화를 약속했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이에 부정선거로 응답했다”라고 했다.
이번 공습의 불법 여부는 간략하게만 언급됐다. WP는 “트럼프 행정부는 정보 유출 우려로 입법부 관계자들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으며 공습을 ‘법 집행 조치’로 설명했다. 군대가 광범위가 (베네수엘라에) 개입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억지스러운 주장이다. 민주주의의 건전성을 위해 이 결정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했다.
독자들은 이번 WP 사설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독자는 “이 글은 WP 편집위원회가 쓴 것인가, 아니면 백악관 선전부(White House Ministry of Propaganda)가 쓴 것인가?”라는 댓글을 달았고 4일 기준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그 다음으로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은 “이 트럼프 옹호 사설엔 국제법이나 미국 헌법에 대한 언급이 단 한 마디도 없다. 한때 대통령을 권력 남용으로 끌어내렸던 신문이 새 기록을 세웠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 박재령 기자 >
공습 2주 전 베네수엘라 이민자 방송 취소한 CBS
‘테러범수용센터’ 수감된 베네수엘라 이민자 관련 방송 취소
“편집상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 내부 반발

새롭게 임명된 미국 CBS 편집국장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보도를 방송 직전 취소시켰다. 반론을 충분히 담지 않았다는 이유였는데 내부에선 신임 편집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CBS는 지난달 21일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엘살바도르 ‘테러범수용센터’(CECOT)로 추방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보도를 CBS의 간판 프로그램 ‘60분’ 방송 3시간 전 취소시켰다. 뉴욕타임스(NYT)는 “매우 이례적인 막판 변경이었다”라고 했다. CBS는 공식 성명을 통해 해당 보도가 추후 방송될 예정이며 추가 취재가 필요해 연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보도를 기획한 특파원 샤린 알폰시 기자는 사내에 공개한 성명에서 “저희 보도는 다섯 차례 시사(방송이 나가기 전 구성원들과 영상을 보며 검토하는 과정)를 거쳐 CBS 변호사들과 편집기준위원회 승인을 받았다”며 “사실관계는 정확하다. 모든 엄격한 내부 검증을 통과한 후 지금 방송을 취소하는 건 편집상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샤린 알폰시가 취재한 방송분은 지난달 12일 사내에 처음 공개됐다. 그 후 일주일 동안 열린 네 차례 추가 시사에 바리 와이스 편집국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달 18일 밤 와이스 국장은 처음 의견을 냈고 지난달 19일 방송을 홍보할 수 있도록 최종 승인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자정 무렵, 와이스 국장이 다시 구체적인 추가 취재를 지시하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설계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에게 반론을 구하라는 것이었다.
CBS 제작진은 취재 과정에서 행정부에 반론을 구했지만 공식 논평을 거부당했다. 형식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특정인을 콕 집어 방송 직전 추가 인터뷰를 지시하는 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아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NYT는 “신문 기자에게는 전화 한 통이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겠지만 카메라와 조명팀이 필요한 방송 뉴스에서는 사실상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라고 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지난달 24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CBS 제작진들이 “‘괴물들’(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에 동정심을 느끼게 만들려고 한다”며 “(방송 취소 결정에 반발한) 반란에 가담한 ‘60분’ 제작자 전원을 해고하라. (CBS는) 집안 청소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출신의 와이스 편집국장은 방송 경력이 없다. CBS 편집국장 임명 전에는 온라인 매체 ‘프리 프레스’를 운영했다. CBS의 모회사 파라마운트는 와이스 국장이 운영하던 ‘프리 프레스’를 인수한 뒤 지난해 10월 와이스 국장을 CBS의 신임 편집국장으로 임명했다.
